칼바람
또다시 죄를 짓습니다. 본문
오늘 하늘이 정말 너무너무 예쁘고 아름다웠습니다.
구름한점없는 맑고 파란 하늘을 보면서 그 하늘의 예쁘고 아름다움에 흠뻑 취했습니다.
오늘 또다시 한 동지가 자신의 몸을 불살랐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정말 이제는 김주익동지가 마지막이길 바랬습니다.
목숨보다 소중한 우리의 동지들이 더 이상 우리들곁을 먼저 떠나는일이 없었으면 했습니다.
하지만 불과 10일도 지나지않아 또다시 자신의 목숨을 걸고 투쟁할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나 가슴 아픕니다.
어제 부산에서 돌아오면서 다시는 동지들을 떠나보내지말자고, 우리들이 먼저 투쟁하고 함께 투쟁하지고 결의하고 돌아왔건만 하루를 버티지못했습니다.
김진숙동지의 눈물어린 추모사를 가슴에 새기며 우리동지들을 앗아간 자본과 정권에 대한 분노와 증오가 채 식기도 전에 또다시 한 동지가우리들을 가슴아프게 하고 있습니다.
정말 언제까지 우리들은 죽어나가야 합니까!
언제까지 동지들이 우리들 곁은 떠날때 슬프하고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세월을 반복해야 합니까!
마음은 있어되 어쩌지 못하는 우리들이, 아니 자 자신이 삻어지려합니다.
한 동지가 자본과 정권의 탄압에 맞서 자신의 몸에 불싸지르는 같은 하늘아래에서 나는 그 하늘의 아름다움을, 그 하늘이 주는 심적인 여유를 누리고 있었습니다.
또다시 죄를 짓습니다.
동지들을 구하지못하고, 동지들의 투쟁에 함께하지 못하고, 현실의 장벽을 넘지못하고 허우적거리는 사이에 우리에게, 아니 나에게 또다른 운명으로 다가옵니다.
서울에서는 유서를 써고 단식농성하던 30여명의 삼성해복투 동지들이 오늘 공권력에 개같이 끌려갔답니다. 천막이 찢어지고 단식으로 혼자 추스리기도 힘든 몸뚱이를 개끌듯 끌고 갔답니다.
우리들이, 아니 내가 할일과 해야할 일들을 다시 한번 되새기면서 이밤을 보냅니다.
먼저간 동지들이,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이면서 동지들이 외쳤을 그 함성을 생각합니다.
산자의 의무를 다하겠습니다.
앞서서 간 동지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반드시, 기필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