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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자은 기자 |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이 곡기를 끊은 지 25일째 되던 날. 시민 3천여명이 김 지부장과 함께 굶으며 쌍용차 해고자 복직과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쌍용차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지난 3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쌍용차 해고자 복직과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3천명 동조단식 콘서트와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3천명은 2009년 쌍용차 정규직 해고자와 비정규직 해고자를 합한 숫자다.
“우리가 김정우다”
범대위에 따르면 이날 오전까지 2천217명이 사전접수를 통해 동조단식을 신청했다. 200여명은 당일 현장접수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단식 참가자들이 모금한 한 끼 밥값 5천원은 쌍용차 해고자 복직과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신문 광고비용으로 사용된다.
이날 오후 3시께 동조단식 참가자들이 서울역광장에 모였다. 지난해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서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외친 “우리가 소금꽃이다”라는 구호는 “우리가 김정우다”라는 외침으로 바뀌었다.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인 정의헌 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은 “김정우 지부장을 살리고 해고자들을 현장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마음을 모아 준 3천여명의 동조단식단에 감사드린다”며 “민중들의 힘을 묶어 가열찬 투쟁을 전개할 때만이 정치인들이 이야기를 현실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범대위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앞 송전철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최병승·천의봉씨도 동조단식을 벌였다고 전했다.
한상균 전 쌍용차지부장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쌍용차 국정조사에 나서는 않는 것은 노동자와 함께 살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당장 죽을지도 모른다는 결의와 각오로 투쟁하자”고 호소했다.
생명평화대행진 참가자 300여명도 이날 3천인 동조단식 문화제에 함께했다. 생명평화대행진은 지난달 5일 제주도 강정마을을 출발해 전국 45개 도시, 30여곳의 투쟁현장을 돌아 이날 오후 3시께 서울역광장에 도착했다.
집회도 동조단식도 처음이라는 대학생 박지영(22)씨는 “직접 굶어 보니 춥고 배가 많이 고프지만 김정우 지부장이 단식을 그만두도록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는 데 작은 힘이라도 보태겠다”고 말했다.
일터·집·마을 ‘빼앗긴 사람들의 연대’
집회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5시께 서울시청 광장으로 향했다. 용산참사 유가족들이 앞장섰다. 이들은 경찰과 충돌 없이 1시간여 만에 서울시청 광장에 도착했다.
“청문회를 통해 많은 것이 밝혀졌음에도 아무것도 해결된 것이 없습니다. 국정조사에 응하지 않는 새누리당이 너무 야속합니다. 하지만 물러설 수 없습니다. 아까운 동료나 가족이 24번째 죽음을 맞이하지 않도록 힘들지만 당당하게 투쟁해 가겠습니다. 저들에 의해 저질러진 잘못들을, 진실을 밝히기 위해 투쟁해 나갑시다.”
무대에 오른 김정우 지부장의 목소리가 울렸다. 호흡이 짧았다. 길어진 단식 탓에 마디마디 숨을 끊어 쉬었다. 참가자들은 안타까워했다.
문정현 신부는 “전국 방방곡곡에서 아픔과 고통을 확인하며 걷고 걸어 김정우 지부장이 굶고 있는 이 자리까지 무사히 도착했다”며 “쌍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노동자들이 들고 일어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벽에 강릉에서 상경했다는 이순남(54)씨는 “강릉에서는 주민들이 사는 곳에 골프장을 마구잡이로 짓는다며 주민들을 내쫓고 있다”며 “힘 없는 사람들끼리 힘을 모아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쫓겨나고 소외된 사람들이 하늘”이라며 “이제 더는 아파만 하고 있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이날 오후 대한문을 찾아 김 지부장을 만났다. 문 후보는 “정권교체를 하게 되면 진상조사와 함께 해고자들이 우선적으로 복직될 수 있도록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국정조사를 약속할 테니 단식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