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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무엇이 두려워 '대선 TV토론' 피하는 건가

카알바람 2012. 11. 5. 10:54

박근혜는 무엇이 두려워 '대선 TV토론' 피하는 건가
(서프라이즈 / 아이엠피터 / 2012-11-05)


미국 선거가 내일 치러집니다. 미국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대선 TV토론이었습니다. 롬니와 오바마의 TV토론이 열릴 때마다 지지율의 차이는 물론이고, 여론과 민심 또한 움직였습니다. 또한 4년 전 오바마 후보는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와 가진 TV토론에서 승리함으로 대선에서 압승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미국 대선 주자들은 TV토론을 어느 선거 운동보다 우선순위로 놓고 TV토론을 준비하고, 이것을 통해 반전과 승부수를 던지기도 합니다.

앞으로 대통령 선거가 44일 남은 한국은 어떠할까요? 현재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대선 후보들의 TV토론은 단 한 차례도 없었습니다. 얼마남지 않은 대선에서 TV토론이 사라진 이유는 무엇이고, 왜 TV토론이 중요한지 알아봤습니다.

' 역대 대선 TV토론의 변천사'

대한민국에서 대통령 선거 토론과 관련해 본격적으로 TV를 활용했던 시기는 방송연설이 도입된 1992년 대선입니다. 이때는 단순히 대선후보가 나와서 TV로 자신의 정책을 발표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1997년 대선 때 본격적으로 TV토론이 시작됐습니다.


1997년 15대 대선 때는 TV토론만 54회가 열렸고, 언론사, 단체 초청까지 포함하면 100여회가 넘었습니다. 2002년에도 TV토론이 27회나 열렸는데, 공식적인 TV토론 이외에 각종 토론회가 얼마나 열렸는지, 토론 좋아하기로 유명했던 노무현 대통령 후보조차도 수행원들에게 토론회에 너무 많이 다닌다고 불평을 할 정도였습니다.

2007년 17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TV토론이 갑자기 11회로 줄어들었습니다. 이것도 토론회와 대담을 합친 횟수니 실제로 15대.16대 대선과 비교하면 현저히 줄어든 것입니다. 이렇게 TV토론이 줄어든 이유는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가 TV토론을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이 후보는 당시 BBK,자녀 위장전입과 탈세, 선거법 위반,국회의원직 상실 등 TV에 나오면 지지율이 확 떨어질 만한 사안이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정동영 후보께서는 어떻게 그냥 전쟁을 하러 나온 것 같습니다. 평화주의자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고 조금 전에 대한민국 검찰을 믿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면 범죄자의 이야기를 믿고 대한민국 검찰은 믿지 않는다, (중략) 그들을 믿지 않는다면 혹시 북조선 검찰이 와서 조사했다면 믿겠습니까.” (이명박 후보)

“범죄자 얘기를 믿느냐,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범죄자와 동업하셨잖습니까. 동업할 때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동업하셨습니까, 아니면 범죄자와 동업을 하더라도 사리사욕을 챙기기 위해서 동업하셨습니까. (중략) 저는 이 정부 들어와서 권력기관의 자유를, 즉 국민의 품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그것을 악용해서 검찰은 이명박 후보 품에 안겨버렸습니다.” (정동영 후보)

2007년 12월 6일 17대 대선 1차 TV토론에서 이명박 후보와 정동영 후보가 나눴던 이야기입니다. TV토론에서 이명박 후보는 철저하게 검증을 피하지 못했고, 이것은 그대로 TV토론에 대한 후보별 평가로 나왔습니다. 당시 정동영 후보는 한국갤럽 TV토론 조사에서 '잘했다'는 응답을 무려 '21.1%'나 받았습니다.

정동영 후보가 대선 TV토론 1,2차 결과에 대한 시청자 조사에서 '잘했다'는 평가를 21.1% 받았다는 사실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당시 처음부터 독주하다시피 했던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과 비교하면, 정동영 후보가 이명박후보를 이긴 사례는 TV토론이 유일하기 때문입니다.

▲ 대선TV토론보다 대담을 더 많이 출연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출처:SBS


이러다 보니 이명박 후보는 한국노총과 문화방송의 3자 합동토론회 참석을 거부하는 등, TV토론을 불참하기 시작했고, 단독 대담형식으로만 TV에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단독으로 후보가 TV에 나오면 대부분 자신의 주장을 펼치기 때문에 제대로 된 TV토론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당시 이명박 후보는 대담이나 방송연설에서 자신이 1위를 하니 상대방이 무조건 공격을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저는 대기업 CEO를 20년 가까이 했고, 민선 서울시장을 4년 했습니다. 그동안 제가 비리와 관련하여 한번도 문제가 된 적이 없었고, 국민으로부터 나름대로 지지와 인정을 받았습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 TV 방송 연설 중에서)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는 말이 여기에서부터 시작된 것을 우리는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다시 돌이켜봐도 이명박 대통령이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그 누가 말할 수 있겠습니까?

야권 후보들의 문제도 있었지만, TV토론이 20회 이상 진행됐다면 어쩌면 대선 득표율 내지는 막판 변수가 17대 대선에서 나오지 않았겠느냐는 생각도 해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 18대 대선 TV토론, 왜 열리지 못할까?'

현재 공식적으로 잡혀있는 TV토론은 3회입니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주관하는 TV토론인데, 앞서 역대 대선 TV토론에서 보듯이 선관위 주최의 TV토론뿐만 아니라, 각종 단체, 언론사 등이 주최하는 TV토론은 아주 많습니다. 그런데 18대 대선에서는 한번도 열리지 않았고, 앞으로도 미지수입니다.

TV토론에는 후보 간 토론이 있고, 초청 토론,순차토론 방식 등이 있습니다.

○ 초청 토론: 대선 후보가 참석해서 패널,기자 등이 질문하고 답하는 토론 형태,
○ 후보 간 토론: 대선 후보가 모두 나와 후보 간 토론을 벌이는 형태
○ 순차토론: 한 방송사와 단체의 토론회로 후보들이 순차적으로 나와 벌이는 토론회 

지금도 늦은 대선 TV토론에서 가장 중요한 방송 3사의 대선 후보자 간 토론은 물론이고, 순차적으로 후보들이 나와 하는 토론회도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는 방송사 연속 초청 토론을 위해 방송사와 꾸준히 접촉했습니다. 방송사들은 처음에는 후보 1-2명만 나와도 토론회를 개최하겠다고 하더니, 이제는 아예 TV토론 자체를 무기한 연기하거나, 무산시키고 있습니다.

이렇게 방송사 TV토론이 무산된 가장 큰 이유는 박근혜 후보가 순차토론을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KBS는 이미 문재인 후보 측의 YES로 안철수 후보 측과 연락해 3자후보의 순차토론을 제의했고, 어느 한 후보가 순차토론을 거부한다고 해도 나머지 후보로 순차토론을 진행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박근혜 후보 측이 거부하자 아예 일방적으로 취소했습니다.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 3명 중 두 명이 참석하겠다는 방송사 TV토론이 박근혜 후보의 거부로 아예 무산된 것입니다. 이것은 분명히 박근혜 후보 눈치보기는 물론이고, 박근혜 후보 편들기를 대놓고 나선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박근혜 후보는 왜 TV토론을 거부하고 있는가?'

박근혜 후보는 계속해서 야권 단일화가 되기까지 3자토론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선거에 이기기 위한 전략으로 수용할 수 있는 범위입니다. 그런데 혼자 나와서 토론하는 것 자체도 거부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박근혜 후보는 순차토론 거부 사유로 자신의 토론 순서를 맨 마지막으로 해달라고 하는 것입니다. 따로따로 하는 개별 토론회 순서 자체가 결코 토론 거부 사유가 될 수는 없습니다. 공정하게 추첨을 통해서 순서를 정해야지, 무슨 새누리당은 어떤 특혜를 꼭 받아야 하는 권리가 있는 정당입니까?


박근혜 후보가 TV토론에 나오면 거의 초주검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이유는 박근혜 후보의 공격은 크게 두 가지인데, 문재인 후보에게는 'NLL'과 같은 북풍 공격, 안철수 후보에게는 정치경력이 없다는 현실론입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를 문재인, 안철수 후보는 철저하게 반박할 증거와 할 얘기들이 많습니다. 논리적으로 들어가면 오히려 TV토론을 통해 NLL 공격이 거짓된 북풍공작이라는 사실을 국민이 충분히 이해돼 오히려 박근혜 후보가 더 난처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안철수 후보를 향해 정치력이 없다고 공격한다면 안철수 후보는 오히려 새누리당의 정치 폐해를 증거로 들 것이며, 이는 중도층의 대거 이탈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피터는 앞서 이명박 후보가 자신의 BBK,위장전입, 도덕성 논란을 피하려고 TV토론을 거부했던 사례를 제시했습니다. 그와마찬가지로 박근혜 후보도 '정수장학회','과거사인식'을 피하려고 TV토론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2002년 이회창,노무현 후보자간 토론과 정몽준,노무현 단일화 관련 토론, 출처:연합뉴스,오마이뉴스

2002년 대선 TV토론은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대통령 선거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특히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 21 정몽준 후보 간의 후보단일화 TV토론은 한나라당에서 선거법 위반이라면서 난리를 칠 정도로 야권 후보에 관한 관심을 폭발적으로 만들었습니다.

대선에서 TV토론은 부동표를 움직이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입니다. 옛날 대통령 선거는 야외 합동연설회로 많은 국민적 관심을 끌었지만, 지금 시대는 TV토론이 효과적이면서 시대적 흐름입니다. 그런데 이런 흐름을 한나라당 이회창,이명박,박근혜 후보 모두 거부했습니다.

그 이유는 오로지 언론과 TV를 통해 만들어진 가식적인 얼굴만 국민에게 보여주겠다는 의도이고 꼼수입니다.

박근혜 후보는 정수장학회 문제에 김지태의 친일파 주장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런 그녀의 논리는 TV토론에 나가는 순간, 박정희의 친일파 증거에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했을 때는 황당한 논리가 국민에게 통할 수 있지만, 정상적인 사람들과의 토론에서는 여지없이 무너지게 되어 있습니다.

2002년 16대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는 TV토론을 거부하다가 낙선했습니다. 2007년 이명박 후보는 TV토론을 거부해 당선됐습니다. 2012년 TV토론을 거부한 사람에게 국민은 어떤 판단을 내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