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노조파괴 기획 의혹 … “파업 유도 후 수백억원대 민사소송”
현대증권지부·진보정의당 7일 녹취록 공개, 그룹 임원·계열사 대표 공모
현대그룹 계열사 대표들과 그룹 핵심 임원들이 노조파괴를 공모하는 내용의 녹취록이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은 노조를 자극해 파업이나 농성을 유도한 뒤 수백억원대의 민사소송을 걸어 노조를 무력화하려고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7일 민주금융노조 현대증권지부(위원장 민경윤)가 공개한 녹취록을 살펴보면 현대증권·현대저축은행 등 계열사 대표들과 그룹 핵심 임원 8명은 지난 9월26일 서울 강남 아셈타워 회의실서 만났다. 이들은 1시간30분에 걸쳐 현대증권지부 위원장을 고립시키고 노조의 힘을 약화시켜야 한다는 데 뜻을 모으고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세웠다.
이들은 우선 최고경영자(CEO) 전 직원 메시지를 통해 현대증권을 매각하거나 구조조정을 진행할 계획이 없다는 뜻을 밝혀 직원들의 민심을 다독이는 일부터 시작하기로 계획했다. 이후 노조파괴에 성공했던 다른 기업의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이를 실행할 태스크포스팀을 현대증권 내에 구성하기로 했다. 일부 노조간부들을 협박·포섭해 위원장을 고립시킨 후 노조가 파업이나 농성에 들어가면 명예훼손·업무방해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수백억원대의 민사소송을 건다는 계획도 마련했다.
이러한 계획의 일부는 실제 시행됐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노조파괴 공모일 이튿날인 9월27일 "현대증권 매각은 절대 없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현대증권 사내게시판에 올렸다. 이어 김신 현대증권 사장은 "임직원들이 싱가포르 현지법인 설립을 우려한다면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직원들을 달랬다.
이와 관련해 현대증권지부는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윤경은 부사장이 최근 사장으로 승진·임명된 것 또한 노조파괴를 전면에서 지휘하기 위한 수순”이라고 주장했다. 지부는 현정은 회장과 회의에 참석했던 계열사 대표·그룹 임원 9명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
진보정의당은 국정감사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심상정 진보정의당 대선후보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굴지의 대기업이 현대증권노조를 탄압하고 파괴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그룹 최고책임자가 사과하고 관련자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증권측은 “계열사 대표들이 만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녹취록 내용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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