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

‘도시락데이’ 밝았다! 학교비정규직 파업에 지지 확산 본문

세상 이야기

‘도시락데이’ 밝았다! 학교비정규직 파업에 지지 확산

카알바람 2012. 11. 9. 09:54

 

‘도시락데이’ 밝았다! 학교비정규직 파업에 지지 확산

농민부터 대선후보까지, ‘도시락=파업 지지’, 1인 시위도 확산

고희철 기자 khc@vop.co.kr

입력 2012-11-09 00:44:24 l 수정 2012-11-09 08:57:03

 

SNS에서 확산되고 있는 '119 도시락데이'

SNS에서 확산되고 있는 '119 도시락데이'



 
역사적인 학교비정규직노조 전국 총파업의 날이 밝았다. 학교 업무 일부가 순탄치 못할 것으로 예상됨에도 ‘119 도시락데이’라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지지가 이어지고, 여론도 우호적이어서 눈길을 모으고 있다.

34만여명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중 학교비정규직이 20여만명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중 3개 노조가 함께 구성한 학교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의 조합원 총수는 3만 4천여명에 이른다. 2만3천여명은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소속이고, 1만여명은 공공운수노조 전회련본부 소속이며, 1천여명은 여성노조 조합원이다.

학교비정규직 연대회의는 9일 오전을 기해 전국 총파업에 돌입한다. 급식을 비롯해 도서관 사서, 돌봄강사, 스포츠강사, 행정보조 등 80여 개 직종에서 일하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의 파업으로 일선 학교 업무의 차질은 불가피하다. 이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업무가 학교행정에서 필수적이라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다.

특히 급식노동자의 경우 한 학교에 조합원이 여럿이 경우에는 도시락 지참, 단축수업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다소의 수업 차질이나 도시락을 싸는 불편에도 불구하고 인터넷과 SNS 등은 파업을 지지하는 흐름이 ‘대세’를 형성하고 있다. 호봉도, 수당도 없는 열악한 처우와 상시적 업무임에도 재계약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를 바꿔달라는 노동자들의 호소가 여론의 반향을 불러오고 있다.

SNS를 타고 확산되는 ‘119 도시락데이’

가장 눈에 띄는 흐름은 이른바 ‘119 도시락데이’. 일부 언론과 보수교육감이 있는 교육이 ‘아이들을 볼모로 한 파업’, ‘급식대란’ 등을 운운하자 ‘학교비정규직을 지지하는 마음을 담아 11월 9일 아이들에게 도시락을 싸주자’는 의미로 ‘119 도시락데이’가 자발적 실천으로 번져가고 있다.

특히 ‘119 도시락데이’는 이정희 대통령 후보를 비롯한 통합진보당원들을 중심으로 SNS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는 학부모가 올린 도시락 사진부터, 도시락을 든 학생의 모습까지 도시락 인증샷이 물결을 이루고 있다. 농민을 비롯해 도시락은 안 싸도 되는 이들이 지지의 뜻으로 도시락을 사진을 올리기도 하고, 새벽2시 하루 일정을 마친 이정희 후보의 도시락 싸기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물론 전교조와 학부모단체를 비롯한 교육구성원들의 지지도 학교비정직노조에 큰 힘이 되고 있다. 9일 출근 시간에는 지역의 민주노총과 통합진보당 간부들이 학교 앞에서 학교비정규직 파업을 응원하는 1인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1만여명의 회원들을 가진 최대규모 학부모단체인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장은숙 회장은 “학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행복해야 아이들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다”며 파업 지지 의사를 분명히했다.

서울시교육감 재선거에 출마한 진보교육감 후보들도 논평과 입장을 통해 학교비정규직 파업에 공감과 지지를 표시했다.

SNS에서 확산되고 있는 '119 도시락데이' 인증샷

SNS에서 확산되고 있는 '119 도시락데이' 인증샷



학부모단체부터 진보교육감 후보까지 “파업 지지”

사실 학교비정규직노조는 조합원 3만4천여명의 작지 않은 노조지만, 이제 겨우 걸음마를 뗀 신생 노조다. 노조 운영 경험도 많지 않고, 지역별로 수백 개의 학교에 흩어진 조합원들을 책임지기에는 간부 숫자도 너무 부족하다. 이 때문에 파업을 행동에 옮길 것인가를 두고 내부의 고민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지역마다 민주노총과 통합진보당, 교육·시민단체 등이 헌신적으로 노조를 도왔고, 조합원들의 뜨거운 투쟁 열기가 모아져 파업을 결행하게 됐다.

현재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교과부와 교육청이 노조와의 교섭에 나설 것과 호봉제를 도입하여 근무연도에 따라 급여를 인상할 것, 교육공무직을 신설해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라는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학교비정규직노조는 9일 1차 파업에도 교과부와 새누리당이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다음 달 2차 총파업을 단행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노조의 이런 강경한 입장의 배경에는 광범위한 연대세력과 학교비정규직노조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이 자리하고 있다.

한편,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은 9일 오전 16개 광역시도별로 일제히 교과부(서울)와 교육청 앞에서 파업결의대회를 열고 거리행진을 할 예정이다. 또 새누리당사나 새누리당 의원 사무실 앞에서 규탄집회도 예정돼 있다. 이날 파업과 집회에는 약 2만여명의 조합원이 참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학교비정규직 파업 지지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이들

학교비정규직 파업 지지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