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웬 돈인가 했죠. 소송을 넣었다는 사실을 잊을 정도로 오랜 시간이 지났잖아요.”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직원인 이수영(30·가명)씨는 최근 회사로부터 200만원이 넘는 ‘보너스’를 받았다. 5년 전에 받았어야 할 성과급을 이제야 받은 것이다. 이씨는 17일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공기업을 상대로 5년이나 소송을 해야 할 줄 몰랐다”며 “열악한 중소기업의 노동자라면 끝까지 소송을 끌고 갈 수 있겠나”고 되물었다.
이씨를 비롯한 코레일 계약직(기간제) 역무원 9명은 지난 2007년 7월1일 비정규직법(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직후 “코레일이 2006년도 경영평가 성과상여금을 지급하면서 기간제 근로자에게만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을 신청했다. 경기지노위는 같은해 10월 “비정규직도 정규직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경영실적 개선에 기여했으므로 차별 없이 성과상여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정했다.
해당 판정은 비정규직법이 시행된 뒤 첫 차별시정 판정으로 관심을 모았다. 판정을 이끌어 낸 이정식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원장(당시 경기지노위 위원장직무대리)은 “당시 노동부는 임시적·시혜적으로 주는 성과급은 차별대상이 아니라는 잘못된 행정해석으로 비정규 노동자들의 권리를 제한했다”며 “성과급 차별을 인정한 첫 판정이 나온 이후 유사 판정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코레일 성과급 차별사건은 중앙노동위원회와 행정법원·고등법원·대법원(파기환송)·고등법원(확정)을 거쳐 올해 7월에야 마무리됐다. 성과급이 지급되기까지 5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차별시정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중노위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으로 중노위에 12건, 지노위에 58건의 차별사건이 접수돼 있다. 김형동 변호사(한국노총 중앙법률원)는 “접수된 차별사건이 적다고 해서 사업장 내 차별이 적다는 뜻은 아니다”며 “노동위에서 차별을 인정받더라도 사용자가 불복하면 수년이 걸리는 법정소송을 견뎌 가면서 사건을 접수할 노동자가 많지 않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노동계는 차별시정 신청권 확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차별시정 제도가 유명무실해진 결정적인 이유는 비정규 노동자 당사자만 차별시정을 신청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차별시정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유일한 대안은 신청자격을 노동조합까지 확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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