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
돼지보다 못한 인간들 본문
돼지보다 못한 인간들
사람들이 돼지를 키우는 것은
자신들이 먹다 남긴 음식을
손쉽게 처리할 수도 있고
나중에 되팔아 목돈을 벌 수도 있고
튼실하게 키워 잡아먹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돼지는 인간들이 먹다 버린 음식이지만
군말 없이 먹어치우고 자신들의 몸을 살찌웁니다
효성에서도 관리자들이 먹이를 던져줍니다
일부 노동자들은 독약이 묻은 것도 모른 채
우선 달고 배부름에 만족하여
허급지급 자신들의 배를 채웁니다
그 먹이가 자신들이 피땀 흘린 댓가인줄도 모르고
연신 허리를 굽신거리며 잘도 받아먹습니다
그 먹이의 대가로
자신의 몸은 점점 움직일수 없는 족쇄로 채워지고
그 족쇄는 동료들의 숨통을 조일 것이며
결국 자신들의 정신마저 저당 잡히는 것인지도 모르고
배가 터지도록 받아먹습니다
돼지는 아무리 맛있는 것이라도
자신의 배가 부르면 더 이상 먹을 것을 탐하지 않습니다
효성에서는 설령 사약일지라도
자신의 목구멍까지 먹은 것이 차 올라도
동료에게 먹을 것을 빼앗길까 두려워
구린내 나는 주둥이를
한없이 들이대는 족속들이 있습니다
돼지는 자신의 머리에서 발끝까지 희생하여
자신을 키워준 주인에게 돈과 고기를 제공하며 기쁨을 줍니다
효성에서는 동료를 팔고 노동조합을 팔고 자신을 팔아
회사를, 관리자를 살찌웁니다
돼지보다 못한 인간들 때문에
대다수 조합원들의 육신은 날이 갈수록
야위고 흐려져만 가는데
효성의 순이익은 날로 늘어만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