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
개들이 판치는 공장 본문
개들이 판치는 공장
"노조활동 금지, 각종 총회불참 유도"
내가 효성에 입사한 후 지금까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고
눈을 버릴 만큼 보아왔던 부당노동행위였다
하지만 대다수 조합원들은 그런 말과 행위들을
당연한 듯 따르고 있었고
아니라고, 그러면 다 죽는다고 핏대 올리며
싸우는 사람들이 오히려 외면 당하고
미친놈 취급을 받고있는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효성공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효성은 개들의 천국이 되어가고 있다
개같이 살지는 말자고
당당하게 주인임을 선언하자는
외침들은 공허한 메아리로 만들며
오직 관리자들이 던져주는 썩고 구린내 나는
먹이에 길들여져 가는
개들이 판치는 공장이 되고있다
관리자들은 출세를 위해
자신들의 충복으로 개들을 키운다
그 개들은 동료들의, 아니 자신의 피와 살인지도 모른 채
관리자들이 던져주는 고깃덩이를 잘도 받아먹는다
행여나 다른 개들이 하나라도 더 먹을까봐
조금 더 비굴한 자세로 꼬리치고 약삭빠르게 움직이며
흐뭇한 미소로 제 피와 살을 목구멍으로 쑤셔 넣는다
우리는 보아왔다
그런 비굴하고 치욕적인 생활을 하는 개들에게 조차 빌붙어
그들이 먹다 남은 찌꺼기라도 얻어먹겠다고
목을 멘 또 다른 개 같은 것들이 있다는 것을
그런 개들은 같은 개들에게조차 끽소리도 못하고 죽어지내고
자신들의 밥그릇마저 개들에게 빼앗긴 채
그것이 자신의 운명이라고
신세 한탄만 하고 있는 어리석은 인간들을 우리는 보아왔다
개들의 달콤한 유혹, 개들이 던지는 협박에 넘어가
동료를 배신하고 동료를 팔아먹으며
썩고 구린내 나는 먹이에 길들여져 가는
또 다른 개가되어 가는 자들을 보아왔다
또한 우리들은 숱하게 보아왔다
관리자들이 출세를 위해 키운 개들이
사정없이 내동댕이쳐지는 것을
그들이 얼마나 비참하게
어떠한 생활을 해야 하는지를
그 개들이 주인에게 버림받고
갈곳 몰라 방황하다 돌 맞고 온갖 수모를 당하며
그렇고 그런 끼리끼리만 어울려야 하는 것을
그러다 결국 스스로 견디지 못하고 보따리 사는 것을
우리는 또한 숱하게 보아왔다
지금 효성은 개들의, 개들과 그 일당들의
천국으로 변해가고 있다
그게 아니라고, 그러면 안 된다고
피눈물로 호소하는 동료들의 절규는 외면한 채
노동조합의 대들보인 대의원 대다수를 어용으로 뽑더니
이제 노동조합마저 내주자고 한다
그들이 내뿜는 악취와 그들이 퍼질러대는
동반자살 행위로 효성은 죽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