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속에 거리로 내몰린 비정규직∙해고 노동자들
한파 속에 거리로 내몰린 비정규직∙해고 노동자들
어느새 성큼 다가온 겨울, 뼈 속을 저미는 매서운 추위는 어렵고 지친 이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특히 한파 속에서도 '자본보다 인간'을 외치며 농성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해고자들이 늘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조금만 우리의 주변을 돌아만 봐도 '비정규직 철폐'와 '노동환경 개선', '해고자 원직복직' 등을 내걸고 투쟁 중인 노동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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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앤앰, 노숙농성 148일째… 결국 고공농성까지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는 케이블 업체 씨앤앰의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바로 이러한 경우다. 지난 7월부터 벌써 148일째 광화문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노숙농성 중인 이들은 원청에서 하청으로,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회사에서 거리로 내몰렸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근무기간이 늘어도 오히려 급여가 줄어들었고, 근무여건은 갈수록 악화됐다. 결국 노조를 결성했지만 회사는 더 큰 탄압으로 대응했다.
이들의 절박한 투쟁은 결국 고공농성으로 이어졌다. 꽃샘추위가 한창이던 지난달 12일 새벽, 씨앤앰 외주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 임정균(38)씨와 강상덕(35)씨는 씨앤앰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 한국법인 사무실 앞에 위치한 프레스센터 건물 전광판에 올랐다. 목숨을 건 투쟁을 감행한 것이다.
이들이 원청에 바라는 것은 크지 않다. 그저 부당하게 해고된 109명의 동료들의 복직과 진행 중인 임단협에 사측이 성실한 교섭 태도를 보여달라는 것, 협력업체가 진행 중인 구조조정 중단뿐이다.
최근 노사간의 교섭은 재개됐지만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해고' 문제를 논의하려고 3자 협의체를 꾸렸는데, 정작 업체 변경 과정에서 계약을 해지한 협력업체 3곳의 사장은 참여하지 않고 있다. 해고자 문제 외에 노조가 요구하는 것에도 진전이 없는 상태다. 씨앤앰은 새로운 협력업체를 만들어 해고자 109명을 신규 채용하는 안을 제시했지만 서울과 수도권에 광범위하게 퍼져 거주하고 있는 이들을 한곳으로 모은다는 것 자체가 현실성 없다는 평가다. 새 협력업체가 계약해지할 경우 또다시 해고될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LG유플러스,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위한 노숙농성
통신업체인 LG유플러스지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도 장기화되고 있다.
완연한 가을이던 9월 19일, LG유플러스 외주업체의 개통 및 A/S 기사 기사들은 LG본사가 위치한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가을에 시작한 노숙농성은 어느덧 겨울로 접어들었다.
LG유플러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도 씨앤앰 노동자들과 큰 차이가 없다. 이들의 투쟁 역시 주 60시간에 달하는 노동시간과 매년 떨어지는 수수료 단가, 4대보험 미가입 등 열악한 노동조건을 바꾸기 위해서였다.
올해 3월 노조가 생기자 각 협력업체들은 건당 수수료를 받는 조합원들의 일감을 줄이고 징계로 협박하는 등 조합원들을 탄압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기사들이 업무시스템에 접속하는 코드를 정지시키고 업무 할당도 하지 않는 등 사실상 해고와 다름없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최근 시민사회가 통신 노동자들의 노동인권 보장 및 고용안전 문제 해결을 촉구해 왔으나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이들의 투쟁은 노사간 협상이 원만히 해결될 때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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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자 복직 투쟁, 스타케미칼의 굴뚝 고공농성
이 같은 투쟁은 비단 비정규직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구미 스타케미칼의 경우 정규직 노동자들을 정리해고 한데 반발해 해고 노동자 차광호씨가 벌써 190일째 공장 굴뚝에서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차씨는 폴리에스테르 원사 제조업체인 스타케미칼이 지난해 1월 폐업하면서 근로계약 종료를 통보한 노동자 220여명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굴뚝 꼭대기 작업용 발판에 천막을 치고 '분할매각 중단'과 '공장 가동'을 촉구하고 있다.
스타케미칼은 모기업인 스타플렉스의 흑자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인 폐업에 들어가고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했다. 이는 자산 가치 900억원에 달하던 한국합섬 공장을 스타플렉스가 399억원에 인수 재가동한지 2년만에 발생한 일로 '먹튀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당시 사측이 요구하는 '권고사직'을 거부한 노동자들은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를 결성, 투쟁을 이어왔다. 현재 12명의 해고노동자들이 공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투쟁 중이다.
이외에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노동자들의 농성 투쟁이 이어지고 있다. 건국대분회 경비노동자들이 해고자 복직을 촉구하며 교내에서 5개월째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가 하면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들이 열악한 근무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천막농성을 7개월째 진행 중이다. 뿐만 아니라 학교비정규직노조 역시 인천, 충남, 울산, 부산 등에서는 원만한 교섭을 촉구하는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매서운 추위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더욱 외롭게 하고 있다.
민주노총 박성식 대변인은 "그 누구보다 따뜻한 연말을 보내야 할 노동자들이 추운 겨울 밖으로 나와 농성을 벌여야 하는 것이 지금의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노동자들을 돌보고 보살피기는커녕 오히려 실망과 절망을 주는 허무맹랑한 정책들을 펼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앞으로도 노동자들의 현안 문제를 외면한다면 결국 노동자들은 함께 일어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