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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이야기

[법원으로 간 노동사건 살펴보니] 사법부 '기울어진 잣대'에 '노사 자치' 사라져

카알바람 2016. 1. 18. 10:48

[법원으로 간 노동사건 살펴보니] 사법부 '기울어진 잣대'에 '노사 자치'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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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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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현안을 법원에서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노동사건을 둘러싼 법적분쟁이 계속될 전망이다. 문제는 노동사건을 대하는 법원의 태도다. 노사 자치를 존중하고 상대적 약자인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노동관계법을 해석하는 사법부의 잣대가 갈수록 한쪽으로 기울고 있다.

◇통상임금·휴일근로수당 판결 주목=17일 노동법 전문가들에 따르면 올해도 집단적 노사관계와 개별적 근로관계에 영향을 미칠 만한 굵직한 노동사건이 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2013년 12월 통상임금 요건 중 ‘고정성’ 기준을 구체화하는 판결을 내렸던 대법원 전원합체의가 올해는 통상임금 ‘신의성실의 원칙’에 대한 기준 마련에 나섰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에는 2010년 5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 조직형태변경 결의 적법성을 따지는 사건도 올라가 있다. 산별노조인 금속노조를 약화시킬 목적으로 노조 하부조직인 지부·지회가 노조를 탈퇴하고 기업노조로 조직형태를 변경하는 총회를 열어 가결한 경우 법적효력이 있는지 없는지가 쟁점이다.

휴일근로 가산수당 중복할증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도 주목된다. 경기도 성남시와 안양시 환경미화원 등이 제기한 휴일·연장근로수당 지급 청구사건을 비롯해 대법원에 6건의 관련 소송이 계류 중이다. 이 중 5건에서 1·2심 재판부는 “휴일근로가 연장근로 한도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이들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 시점과 내용은 새누리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노동 5법 가운데 근로기준법 개정안 처리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활동 관련 사건으로는 법외노조 통보 효력을 다투는 전교조 사건, 쟁의행위 목적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MBC 파업 사건, 쟁의행위 업무방해죄 성립 여부에 대한 철도노조 파업 사건이 대표적이다. 21일에는 전조교 사건 본안소송에 대한 서울고등법원의 항소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MBC 파업과 철도노조 파업 사건은 1·2심 모두 노조가 승소했다.

◇불법파견 소송 증가=불법파견 사건에 대한 법원 선고도 줄줄이 예고돼 있다. 21일 한국지엠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한국지엠을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2심 판결, 27일에는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현대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항소심 판결이 내려진다.

올해는 철강업종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제기와 관련한 선고도 이어진다. 다음달 3일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포스코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항소심 선고가 이뤄진다.

같은달 17일에는 현대제철 순천공장(옛 하이스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제기한 소송의 2심 판결이 나온다. 현대제철 당진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들도 조만간 법원에 소송을 낼 예정이다. 특히 수리서비스 업종인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삼성전자서비스를 상대로 진행 중인 소송 결과가 주목된다.

쌍용자동차와 콜텍 정리해고 사건에 대한 파기환송심 판결도 선고를 앞두고 있다. 두 사건 모두 대법원까지 갔다가 고등법원으로 되돌아온 사건이다. ‘미래의 경영상 위기’까지 정리해고 요건으로 인정한 대법원 판결은 수많은 정리해고 노동자들에게 좌절을 안겼다.

앞으로는 집단해고뿐 아니라 노동자 개별해고에 대한 법적분쟁도 증가할 전망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일반해고 가이드북 초안이 대부분 사업장에서 정부 행정지침 이상의 효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 노동부가 내놓은 취업규칙 변경 지침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노동사건을 둘러싼 법적 분쟁 증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잇따른다. 법원이나 전문가들에 의한 의존이 높아질수록 노동자들이 감당해야 할 재정적 부담이 커지고, 노사문제 자율성이 약해지는 탓이다.

김형동 변호사(한국노총 중앙법률원)는 “노동문제를 무조건 사법문제로 끌고 가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데, 이런 경우 노사 자치로 운영돼야 해야 노동영역에 법원이 과잉 개입할 여지가 높다”며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강행규정에 반하지 않는 모든 노사합의는 존중돼야 하며, 입법부는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입법으로 제도 공백을 메우고 행정부는 법을 공정하게 집행하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