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들이 지난해 12월 영훈국제중학교에 ‘사회적배려 대상자’ 전형으로 합격한 사실이 밝혀져 학부모단체와 네티즌들이 분노하고 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는 “애초 사배자 대상의 취지와 어긋나는 비도덕적 입학”이라며 비판했고, 네티즌들은 “그들에게 법은 애완견”이라는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한겨레>는 22일 이 부회장의 아들이 사배자 전형으로 합격한 것을 확인하고 “2009년 이 부회장이 임세령 대상그룹 상무와 이혼함에 따라 ‘비경제적 배려 대상자’인 한부모 가정 자녀에 해당돼 사배자 전형에 지원했다”고 전했다.
현재 국제중의 사배자 전형 대상자는 ‘경제적 배려 대상자’와 ‘비경제적 배려 대상자’로 나뉜다. 경제적 배려 대상자에는 수급권자, 한부모가족 보호대상자(저소득) 등이 포함되고, 비경제적 배려 대상자에는 한부모 가족 자녀, 소년소녀 가장, 조손가정의 자녀, 환경미화원·군인·경찰의 자녀 등이 포함된다.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교육학)는 <한겨레>에 “애초 국제중·자사고 등에 사배자 전형이 도입된 것은 중·고교에서 소득에 따른 학생 편향이 심해질 것을 우려해서였다”며 “그러나 학비가 비싸고 부유층이 많은 학교에 저소득층 학생이 적응하기 어려워 지원자가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성 교수는 “이로 인해 지원자가 미달되고 학교 운영이 어려워지자 교과부 차원에서 기준이 완화됐다”고 말했다. <한겨레> 장봉균 화백은 이날 만평에서 이재용 아들의 국제중 입학 논란 문제를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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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이재용 아들의 국제중 입학 논란과 관련한 <한겨레>의 만평 ⓒ <한겨레> 인터넷판 캡처 화면 |
이에 대해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장은숙 회장은 ‘go발뉴스’에 “처음부터 국제중은 귀족학교라는 논란이 있었고 그것을 무마시키기 위해 사배자 전형을 만든 것”이라며 “하지만 사배자가 학비가 지원되어 입학을 할지라도 학생들에게 (특별활동이나 수학여행 비용이 비싸) 차별 받고 학교에서 잘 적응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장 회장은 “사배자는 형식적으로 벗어나기 위한 전형”이라며 “저소득층을 위한 전형이 원래 취지와 다르게 진행 되는 것도 문제지만 삼성이나 학교측이 (사배자 전형을) 조건에 맞췄기에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이는 것은 도덕적으로 결함으로 본다”고 말했다.
진보정의당 이정미 대변인은 ‘go발뉴스’ 와의 통화에서 “애초의 사배자 취지에 걸맞지 않는다”며 “특혜 논란 부분이 있을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은 특권층에 대한 이런 특혜 논란과 관련해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네티즌들도 분노를 쏟아냈다. 학부모들이 많이 찾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겨레>의 기사에는 “대한민국 좋은 나라 이재용 아들이 사회적 배려 대상이면 온 국민이 다 배려 대상이네요”(미***), “원래 저소득층 한부모 가정 위해 만든 걸 교묘히 이용해 먹는... 삼성이 저소득층이라니.. 우린 거지냐?"(알***)라며 비난 댓글이 이어졌다.
다른 커뮤니티에서도 “시교육청이 문제죠. 알아서 기준을 새로 만들어 준건데.. 전두환 시절 학력고사 바뀐 이후로 이런 거 첨 보네요. 삼성에 맞춰서 조만간 수능도 바뀌려나”(누**), “최고 갑부도 사회적 배려 대상자로 인정해주는 통큰 대한민국”(그****)이라며 비판했다.
삼성은 트위터(@samsung)를 통해 “일부 언론이 이재용 부회장 아들의 영훈중학교 입학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 아들은 한부모 가족 자녀를 대상으로 하는 사회적 배려 대상자(비경제적 배려 대상자) 전형에 적법한 절차를 거쳐 입학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트위터리안 ‘be*****’는 “적법하면 뭐 해... 대한민국 최고의 재벌 집안의 자제가 “사회적 배려” 대상자로 혜택을 입은 것에 대해서 문제 제기하는 건데.. 삼성 그룹 공식 트위터는 회장님 안티인가? 이건 설사 적법하다 할지라도 법의 틈을 찾아서 자기 이익을 취하는 것 아닌가?”라고 일갈했다.
‘ky*****’는 “그들이 하는 일은 모두 적법하다. 삼성 이재용 아들이 사회적 배려 대상자로 귀족학교에 입학한 것도 적법하고 이재용 본인이 군 면제인 것도 적법하다. 수십조원 나올 증여세를 내지 않은 것도 적법하고 이건희의 정치자금도 적법하다. 그들에게 법은 애완견이다”고 개탄했다.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은 지난 2008년 국제중이 도입될 당시 비싼 학비 때문에 ‘귀족학교’ 라고 논란이 일자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시작됐다.
국제중의 일반전형은 추천서, 자기개발계획서 등 제출 서류를 심사한 뒤 3배수를 뽑아 추첨으로 최종 합격자를 가린다. 반면 사배자 전형은 서류 심사만으로 최종 합격자를 선발하며 이 부회장 아들이 합격한 2013년도 입학전형에서 일반전형 경쟁률은 9.32대 1, 사배자 전형 경쟁률은 4.8대 1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