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

"시신을 볼모로? 이틀마다 드라이아이스 바꾸는 심정 아나" 본문

세상 이야기

"시신을 볼모로? 이틀마다 드라이아이스 바꾸는 심정 아나"

카알바람 2013. 2. 19. 11:32

[고 최강서 한진중지회 조직차장 부인 이선화씨]

"시신을 볼모로? 이틀마다 드라이아이스 바꾸는 심정 아나"

김미영  |  ming2@labortoday.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3.02.19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시신을 볼모로 싸운다고요? 이틀마다 신랑의 관 뚜껑을 열고 드라이아이스를 채워 넣을 때마다 제 가슴이 찢어집니다. 하루하루가 지날 때마다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의 속이 타겠습니까, 아니면 유족의 속이 타겠습니까.”

19일째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안에서 남편의 시신을 지키던 고 최강서 금속노조 한진중지회 조직차장의 부인 이선화(37)씨가 18일 오전 국회를 찾았다. 공장 안의 시신을 장례식장으로 옮겨야 대화할 수 있다는 회사쪽의 주장에 대해 이씨는 “신랑이 떠난 지 60일째인데 회사는 그동안 유족에게 만나자는 전화 한 통 하지 않았다”며 “이미 도장 찍은 노사합의서마저 지키지 않는 회사를 어떻게 믿을 수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신을 장례식장으로 옮기면 오히려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다.

남편의 장례를 치르는 게 이토록 어려운 일인지 이씨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신랑이 떠나고 3일째 되던 날, 회사에서 아무런 연락도 없고 협상날짜조차 잡지 못하면서 억울하고 분통이 터지더라고요. 그날 유족들이 장례절차를 위임한 한진중지회 간부들에게 물세례를 퍼부었어요. 5일째 되던 날에는 아버님이 빈소에 차려진 제사상을 엎어 버렸지요. 그래서 유족들이 회의를 열어 시신을 공장으로 모시기로 결정한 거예요.”

이씨는 “시신을 모시고 조남호 회장 집 앞으로 갈까 생각도 했다”며 “더 이상 기다릴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고인의 유언에 따라 노사협상이 진전되기를 바란다. 그렇다고 손해배상액 158억원을 철회해야만 장례를 치를 수 있다는 입장은 아니다. 이씨는 “신랑이 그토록 좋아했던 회사를 증오한다고 말한 것, 듣지도 보지도 못한 돈 158억원을 말한 것은 금속노조 조합원에 대한 차별 때문”이라며 “손해배상 청구도 금속노조 탄압을 위한 것이고, 한진중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이기 때문에 당장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회사가 진정성을 갖고 협상요구에 응한다면 타결까지는 그리 어렵지 않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