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지난달 28일 입법예고한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참법) 개정안이 근로자의 경영정보 접근권을 차단하고, 노사협의회의 주요 의결범위를 대폭 축소해 ‘근로자와 사용자 쌍방의 참여와 협력을 통한 노사 공동의 이익을 증진’이라는 입법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근참법의 핵심 조항이 대폭 축소되는 셈인데, 정작 노동부는 “하청업체 노사도 원청업체의 노사협의회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며 생색을 내는 모양새다.
한국노총은 19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근참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노동부에 제출하고, 별도의 성명을 통해 “입법예고안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의결범위 줄이고, 사용자 제재수위 낮추고=노동부의 입법예고안은 노사협의회의 명칭을 사업장협의회로 바꾸고, 사내하도급·파견노동자 대표가 원청 사업장협의회에 참석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했다. 사업장 내 다양한 구성원의 목소리를 포괄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관건은 어떤 목소리를, 어떻게 포괄하느냐다.
입법예고안은 협의사항과 의결사항으로 구분된 노사협의회 논의사항을 협의사항으로 통합하고, 필요시에만 의결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협의사항은 필요시에 의결하고, 의결사항은 반드시 의결을 거치도록 했다. 앞으로는 어떤 의제든 협의만 하고 넘어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형식에 그친다는 비판을 받아 온 노사협의회가 아예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노총은 “인사노무·안전보건·작업 및 휴게시간·임금지불 방법 및 체계·신기계와 기술의 도입·작업공정 개선 등 노동자의 이익과 노동조건에 직결된 사항은 필수 의결사항으로 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입법예고안의 더 큰 문제는 사용자가 기업의 경영상황을 보고하도록 한 조항을 삭제한 대목이다. 입법예고안은 기업의 경영계획과 실적, 분기별 생산계획과 실적, 인력계획과 재정사황 등 현행법에 규정된 사용자의 보고사항을 삭제했다. 또 기업의 경영상황에 대한 근로자위원의 설명요구나 자료제출 요구권한도 없앴다. 근로자가 사용자의 경영상태를 접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정보망이 차단되는 것이다.
반면 사용자에 대한 제재수단은 완화했다. 입법예고안은 노사협의회 의결사항을 이행하지 않은 사용자에 대해 기존의 벌칙부과에서 과태료 처분으로 제재 수위를 낮췄다. 한국노총은 “현행 벌칙규정에도 불구하고 노사협의회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현실”이라며 “제재수단을 완화하면 사용자의 도덕적 해이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어용 노사협의회' 육성?=노동부는 입법예고안에서 사업장에 근로자 과반수 노조가 없거나 근로자대표를 선출하지 않은 경우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이 노동관계법상 근로자대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현재 근참법 외에도 근로기준법·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고용정책기본법 등이 근로자대표를 규정하고 있는데, 각각의 법률에 따라 근로자대표의 역할이 다르다. 그런데 입법예고안은 노사협의회 근로자대표가 나머지 역할까지 통합적으로 수행하도록 하겠다는 발상이다.
예를 들어 노사협의회 근로자대표가 근로기준법이 규정한 근로자대표의 권한으로 사용자와 경영상 해고(정리해고) 협상을 벌일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앞선 언급한 것처럼 입법예고안대로라면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은 회사측에 경영자료조차 요청할 수 없다. 법의 체계나 내용에 있어 모순이 발생하는 구조다.
입법예고안에는 그동안 과반수노조나 교섭대표노조에 부여했던 근로자위원 위촉권을 삭제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그런데 일부 사업장의 경우 근로자위원 선출절차가 요식행위에 그치고, 실제로는 사용자가 추천하거나 지명한 인물이 위원으로 선출되는 사례를 감안하면 입법예고안은 노사협의회의 어용화를 부추긴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과반수노조와 교섭대표노조의 근로자위원 위촉권 삭제는 노조활동과 협의회의 일관성 있는 운영을 저해하고, 근로자위원의 자주적 활동에 지장을 줄 수 있어 반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