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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부당노동행위 판결] 사무실 유지관리비·차량 지원이 부당노동행위라니…

카알바람 2013. 3. 11. 11:02

[거꾸로 가는 부당노동행위 판결] 사무실 유지관리비·차량 지원이 부당노동행위라니…

현대차지부 '회사지원 아파트·승용차 반납' 판결에 항소

김미영  |  ming2@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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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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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가 회사로부터 지원받은 아파트와 승용차를 반납하라는 법원의 판결에 항소했다고 10일 밝혔다. 지부는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나기 전까지 소송을 이어 가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차지부뿐만 아니다. 2010년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 시행 이후 2년이 넘도록 사용자의 노조지원 범위를 놓고 법적 다툼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대차 '아파트 소송' 배경=이번 소송은 지난해 2월 고용노동부가 현대차에 타임오프 관련 시정명령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노동부는 시정지시서를 통해 "노조가 회사 명의로 사용 중인 서울의 아파트 2채와 승용차 13대를 반납하라"며 "이를 지키지 않으면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통보했다. 회사는 지부가 반납을 거부하자 아파트와 차량에 대한 명도소송을 지난해 3월 제기했다. 울산지법은 지난달 20일 "노조법이 개정된 만큼 타임오프 시행 이전에 받은 아파트와 승용차를 현대차에 돌려줘야 한다"고 판시했다.

◇합법적인 노조지원 범위 논란=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81조는 사용자가 노조전임자에게 급여를 지원하거나 노동조합의 운영비를 원조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본다. 다만 예외조항으로 타임오프를 통한 노조전임자 활동과 최소 규모의 노조사무실 제공, 노동자의 후생자금 또는 기타 구제 기금의 기부는 허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부당노동행위의 성립 여부는 형식적으로 볼 것이 아니다"며 "전임자급여 지급으로 노조가 자주성을 잃을 위험이 없는 한 부당노동행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특히 "전임자급여 지급이 노조의 적극적인 요구나 투쟁의 결과로 얻어진 것이라면 노조의 자주성이 저해될 위험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91년 5월 선고한 이 판례(90누 6392)는 지금껏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노동부는 2011년 타임오프 시행을 이유로 노조사무실 유지관리비 같은 현금성 경비를 '경비원조'에 해당하는 부당노동행위로 보고, 시정지시를 내리고 있다. 실제로 노동부는 사용자로 하여금 노조에 지급한 자판기나 구내매점 운영권을 회수하도록 했다. 인터넷과 전화선 차단, 회사 소유의 차량 회수, 전기료·수도요금·사무용품 지원 중단도 주문하고 있다.

노동계가 "사용자의 노동기본권 침해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부당노동행위 제도가 오히려 노조활동을 위축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비판하는 이유다.

◇대법원 판결 반하는 하급심 잇따라=최근 판례를 보면 합법적인 사용자의 노조지원 범위가 점점 좁아지는 추세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9월 금속노조가 제기한 '노동부의 단체협약 시정명령 취소소송'에서 대법원 판례가 노조법이 개정되기 전에 나온 것이라는 이유로 새로운 법 논리를 펼쳤다.

서울고법은 "노조 운영비 원조 금지 범위를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로만 한정해서는 안 된다"(2011누 34162)고 판시했다. 올해 1월 대전고법은 한발 더 나아가 "복수노조가 허용된 상황에서 노조의 자주성을 위해 전임자임금 지급금지가 명시적으로 됐다면, 전임자임금 이외 다른 운영비 지원도 역시 엄격하게 제한되는 게 맞다"(2012누 483)고 해석했다.

사용자의 노조지원을 "노조의 적극적 투쟁의 결과물"로 해석한 대법원의 판례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서울고법과 대전고법 사건은 모두 상고돼 있다. 대법원의 결정에 노동계의 눈과 귀가 쏠려 있다.

송영섭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사용자의 노조 편의제공이나 운영비 지원을 덮어 놓고 부당노동행위로 금지하겠다는 것은 노동법 원리의 생성과 발전방향에 위배된다"며 "대법원이 정치적 입장을 배제하고 최고 법해석기관으로서 권위에 맞는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