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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발 딛고 더 힘차게 투쟁하겠다"

카알바람 2013. 3. 21. 11:50

"땅에 발 딛고 더 힘차게 투쟁하겠다"
20일, 홍종인 지회장 151일만에 굴다리서 땅으로
사측 문제 해결않으면 현장 투쟁과 총파업으로 맞설 것
2013년 03월 20일 (수) 강정주 편집부장 edit@ilabor.org

151일만에 홍종인 충남지부 유성기업 아산지회장이 땅으로 내려왔다.

3월20일 오후 2시 굴다리 앞에 두 시간 부분파업을 벌인 유성기업 아산지회 조합원들과 지역 노동자들이 모였다. 곧이어 119 구급대가 크레인을 이용해 홍종인 지회장을 땅으로 내리는 작업을 시작했다. 굴다리 아래 모인 모든 이들이 초조한 마음으로 홍 지회장이 151일을 지낸 굴다리 농성장에서 나와 크레인으로 옮겨지는 모습을 지켜봤다. 하지만 크레인이 갑자기 작동하지 않아 한 시간 가량 홍 지회장은 공중에서 기다려야 했다. 오후 3시 경 결국 굴다리 위 도로로 홍종인 지회장을 내리고 들것에 옮겨 지회 조합원들이 직접 들고 굴다리 아래로 내려왔다.

   

▲ 홍종인 유성기업 아산지회장이 굴다리 농성 151일째 되는 3월20일, 굴다리에서 내려오기 전 농성장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강정주

홍종인 지회장은 당장 땅을 딛고 설 수 없는 상태라 누운 채로 조합원들과 악수하고 인사를 나눴다. 홍 지회장은 “151일 만에 처음으로 신발을 신었다. 당장 내려오면 땅을 밟을 줄 알았는데 아직도 밟지 못하는 것 보니 저 농성장이 나를 놔주기 싫은 모양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기계 오류로 크레인 위에 있으면서 오히려 공장은 자동화되고 노동자는 내쫓기며 설 곳 없어진 현실을 더 절감했다. 노동이 존중되고 노동자의 권리가 지켜지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 홍종인 지회장이 3월20일 오후 2시경 119 구급대 크레인으로 옮겨지고 있다. 강정주

홍 지회장은 “내려오면 조합원들, 함께 싸운 동지들 한 명씩 안아주고 싶었다. 현장 투쟁을 정말 잘 해주고 있는 조합원들이 있어 버틸 수 있었다”며 “한 가지만 약속하겠다. 이제 땅에 발 딛고 동지들과 힘차게 투쟁해서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홍종인 지회장은 즉시 천안의료원으로 옮겨 정밀검사와 치료를 받고 있다.

   
▲ 3월20일 홍종인 지회장이 땅으로 내려오기 위해 119 크레인에 올라 이동하고 있다. 강정주

151일만 홍종인 지회장 굴다리 농성 중단

홍 지회장의 고공농성 중단은 19일 긴급히 결정됐다. 19일 오후 4시 경 건강검진을 진행한 결과 ‘혈전증’ 증세를 보이는 등 건강 상태가 극도로 악화된 것이 확인됐다. 김순석 부지회장은 “의사가 오른쪽 다리를 눌러보니 통증을 호소하는 등 혈전증 증세를 보였다. 다리 양쪽 근력이 달라졌고 급하게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진단이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홍 지회장을 진찰한 의사는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고 의사 입장에서 보면 죽음의 시한폭탄이 시작된 것과 같은 상태”라고 말했다.

   
▲ 3월20일 119 크레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한 시간 가량 크레인 위에 머문 홍종인 지회장을 들것으로 옮겨 지회 조합원들이 직접 땅으로 옮기고 있다. 강정주

김 부지회장은 “혈전증은 갑자기 움직이면 혈전이 심장이나 뇌로 가서 심근경색, 뇌경색까지 올 수 있는 위험한 병”이라며 “기본적으로 치료를 하는 것도 3개월 이상 걸린다는 진단이었다”고 설명했다.

   
▲ 3월20일 홍종인 지회장이 땅으로 내려와 조합원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강정주

김 부지회장은 고공농성 중단 이유는 홍 지회장의 건강 악화와 회사와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지회장은 “어제 오전 유시영 사장과 통화해 모든 사안에 대해 안을 내고 문제를 풀겠다고 약속했다”며 이같은 내용을 사측과 실무협의에서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 3월20일 홍종인 지회장이 151일 만에 고공농성을 중단하고 땅으로 내려와 조합원들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홍 지회장은 혈전증 증세를 보이는 등 건강상태가 악화돼 바로 병원으로 이송, 정밀검사와 치료를 받고 있다. 강정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내려오는 것이다. 이런데도 사측이 약속을 지키기 않고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모든 책임은 사측에 있고, 지회는 총파업과 현장투쟁으로 맞설 것”이라는 것이 김 부지회장의 설명이다. 지회는 27일 5차 특별교섭을 앞두고 있다. 지금까지 네 차례 특별교섭을 진행했지만 사측은 교섭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만 밝힐 뿐 한 번도 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 3월20일 홍종인 지회장이 땅으로 내려온 뒤 부인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강정주

지회는 20일 오전 8시30분 긴급히 전조합원 총회를 열고 이같은 상황을 공유했다. 지회장의 몸 상태를 들은 조합원들은 눈물을 보이기도 하고, 이 시간이 지나도록 사태를 해결하지 않는 사측에 대한 분노를 토해냈다. 조합원들이 먼저 고공농성이 끝났다고 투쟁이 약화되는 것이 아니라 더 강한 투쟁으로 나가야 한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고 전했다.

   

▲ 3월20일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은 굴다리 농성이 마무리됐지만 더 강한 현장투쟁으로 반드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결의를 모았다. 홍종인 지회장이 병원으로 이송된 뒤 지회 조합원들과 지역 노동자들이 민주노조 사수 구호를 외치고 있다. 강정주

“사태 해결하지 않으면 현장투쟁, 총파업 나설 것”

지회는 굴다리 아래 천막농성은 계속해서 유지할 계획이다. 출근 투쟁과 촛불문화제도 매일 진행한다. 법원과 노동부, 관리자 집 앞 1인시위 등도 지속한다. 검찰이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고 최근 또 다시 노동부에 2차 보강수사를 지시한 것을 규탄하며 이에 대한 대응 투쟁도 벌일 예정이다.

   

▲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은 3월20일 오후 1시30분부터 두시간 부분파업을 벌였다. 굴다리 앞으로 나오기 전 파업을 벌인 조합원들이 관리동 앞에서 150일이 넘게 농성을 하는데도 사태를 해결하지 않는 사측을 규탄하는 약식 집회를 열고 있다. 강정주

김 부지회장은 “굴다리 농성을 하는 동안 전 조합원이 출근투쟁, 소속장 집 앞 1인 시위에 결합하는 등 모든 조합원이 같이 투쟁했다. 현장은 자신감이 충만하고 더 강한 현장투쟁도 결의하고 있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김 부지회장은 “고공농성을 중단하면서 현장 투쟁을 더 강화하고 교섭이 지지부진하면 준법투쟁부터 총파업까지 투쟁 수위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이후 계획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