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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된 대통령’ 박근혜, 준비한 건 ‘부실 수첩’ 밖에 없나

카알바람 2013. 3. 21. 11:31

‘준비된 대통령’ 박근혜, 준비한 건 ‘부실 수첩’ 밖에 없나

‘김병관 딜레마’에 빠진 박 대통령...연이은 부실인사에 지지율 ‘급락’

정성일 기자 soultrane@vop.co.kr
입력 2013-03-20 20:42:36l수정 2013-03-20 21:17:49
 
박근혜 정부가 출범 한 달도 되기 전에 인사문제로 '총체적 난맥'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준비된 대통령'이라던 박 대통령이 준비한 건 '부실한 수첩' 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당면한 가장 큰 골치거리는 지난 8일 청문회를 진행했지만 아직도 임명을 못하고 있는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다. 인사청문 과정에서 온갖 의혹들이 터져나와 야당은 김 후보자에 '의혹의 화신'이라는 별칭까지 붙이고 있다. 19일 KMDC 주식 보유를 신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드러나자 논란은 더욱 크게 번지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김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위증이자 허위자료 제출"이라며 법적조치까지 경고하고 나섰다.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미얀마 방문 사진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지난 2011년 1월 자원개발업체 KMDC 관계자들과 미얀마를 방문해 설명을 듣고 있다.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20일 오전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 사진을 공개했다.ⓒKMDC 홈페이지


여기에다 20일 박기춘 원내대표는 김 후보자가 2011년 KMDC와 미얀마를 방문한 사실을 공개하며, 김 후보자가 이같은 사실을 숨기려고 출입국 기록을 교묘하게 은폐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이날 "군의 영향력이 큰 미얀마의 특성상 경제협력 논의시 군 출신 예비역 장성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권유로 참여했다"고 해명하며 사퇴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해명 자체가 설득력이 없을 뿐더러, 주식보유 사실 누락이 고의적이라는 의혹만 더 키우고 있다.

박 대통령은 여전히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청와대 관계자들도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임명을 취소하면 인수위 시절부터 이어지고 있는 박 대통령의 '수첩 인사'와 부실 검증을 인정하는 셈이고, 강행하면 정치적 후폭풍을 예상키 힘들기 때문이다. 더구나 줄줄이 터지고 있는 김 후보자에 대한 의혹에는 군 내부의 강한 반발이 관련돼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최근 터져 나온 '사회지도층 성상납 의혹 사건'도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해당 사건에는 차관급의 현직고위관료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청와대는 해당 관료에 대한 인사 전에 검증 차원에서 검찰과 경찰에 문의했으나 문제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 수사를 통해 해당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후폭풍은 짐작키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서도 경찰 수뇌부와 일선 수사팀 사이의 갈등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보도내용이 사실이라면 고위공직자와 관료들의 B급 에로물 수준의 도덕관을 보여주는 충격적인 사건"이라며 "수사 결과 사실로 드러난다면 청와대의 인사검증 및 사정 기능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현 정부에 대한 지지율을 지속적으로 떨어뜨리고 있는 인사논란이 멈출 수 있을지 장담키 힘들다는 것이다. 매일경제와 MBN이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잘하는 분야에서 청와대와 내각 인사는 4.3% 지지밖에 받지 못했다는 결과까지 나왔다. 국정수행 평가에서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졌다는 여론조사결과도 나오고 있다.

앞서 김용준 전 총리 후보자와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내정자는 각종 의혹을 받다가 결국 자진사퇴 했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수첩'에 의존하는 '1인 인사'에 대한 문제제기가 끊임없어 이어졌지만, 인선 시스템은 별로 달라지지 않고 있다. 황철주 전 중기청장 후보자가 자진사퇴한 과정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황 전 후보자는 내정 발표 전날에야 인사검증 동의서 요청을 받았고 사퇴 이유가 된 '백지신탁'에 대해서는 발표 당일에서야 전해들었다고 밝혔다. 더구나 청와대는 관련 법령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친이계를 중심으로 여당 내에서도 인사시스템에 문제제기 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20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황 중기청장 내정자 자진사퇴에 대해 "시스템에 의한 검증이었다면 있을 수 없는 사고이므로 대통령의 '나홀로 인사'였다는 것을 방증했다"며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 낙마 이후 청와대에 인사시스템을 잘 짜라고 당부했으나 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