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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기업 지회장, 건강악화 151일 고공농성 중단

카알바람 2013. 3. 20. 17:08

유성기업 지회장, 건강악화 151일 고공농성 중단

“혈전증 진행 시한폭탄”...홍종인 “조합원 때문에 버텼다”

 

“많이 아쉽습니다. 굴다리 고공농성을 시작하면서 현장에서 투쟁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길 바랐습니다. 조합원들이 기대했던 것만큼 투쟁해줘서 고마워요. 조합원들이 있어서 고공농성을 하며 버틸 수 있었습니다”

홍종인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지회장은 20일 오후 2시 고공농성을 중단하기에 앞서 <참세상>과 전화통화에서 심경을 밝혔다. ‘노조파괴 사업장’으로 알려진 유성기업 아산공장 앞 굴다리에서 고공농성을 이어갔던 그는 건강 악화로 151일간의 농성을 중단한다.

대소변도 해결하기 어려운 곳에서 그는 고공농성을 했다. 물을 올릴 수도 없었던 좁은 공간이라 물티슈 등으로 몸을 닦으며 하루하루 버텼다. 혹한의 고통 속에서 따뜻한 봄이 오길 기다렸는데, 그의 건강은 점점 쇠약해져 갔다.

가족에게 말도 못하고 가족의 품을 떠나 고공농성에 돌입한 홍 지회장이었기에 때문에 건강 악화로 농성을 중단하는 것에 대해 아쉬움이 컸다.

“고공농성에 돌입하기 전에 55일간 천막 농성을 했는데, 얼마 안 돼서 고공농성을 시작했죠. 한참 지나서 가족이 농성장 아래에 와서 밥도 올려주고 하더라고요. 중학교 1학년 아들이 고공농성 67일 만에 왔어요. 아빠를 보면 울 것 같고, 울면 아빠가 힘들어 할까봐 못 왔다고 하더라고요. 그날 집으로 돌아가서 울었대요. 아들의 초등학교 졸업식, 중학교 입학식도 못 봤습니다”

하지만 노조는 홍 지회장에게 농성 중단을 제안할 수밖에 없었다. ‘어용노조 해체’, ‘유성기업 사업주 처벌’ 등을 주장하며 농성을 이어갔던 홍종인 지회장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유성기업 노조는 20일 오전 8시 30분 긴급 조합원 총회를 열고 홍종인 지회장의 건강 상태 등을 공유했다.[사진 : 유성기업지회 정운]

  진료중인 홍종인 지회장 [사진 : 유성기업지회 정운]

  [사진 : 유성기업지회 정운]

151일 동안 한 번도 일어서지 못한 채 고가다리 위에서 농성을 한 그는 팔다리 근력 소진증세와 혈전증 우려가 커 생명이 위험한 상황이다. 농성 중단 이후 최소한의 건강 회복을 위해 3개월 이상의 치료가 필요하다고 한다.

정우철 산업의학전문의는 “심부정맥혈전증으로 보이며 시한폭탄과 같은 상황이다. 심장마비 등 갑작스러운 위험이 찾아올 수 있다”며 “좁은 공간에서 오래 다리를 사용하지 못하면서 혈액순환이 되지 않고 있다. 혈관에 피 덩어리가 생기면서 뇌경색, 심근경색 등 혈관이 막히는 상황으로 갈 수 있다”고 전했다.

정우철 전문의는 이어 “홍종인 지회장은 현재 오른쪽과 왼쪽 다리의 차이가 심하고, 감각에도 차이가 난다. 오른쪽 다리와 왼쪽 팔을 사용하기 어려운 상태”라며 “그의 다리는 현재 노인 다리와 같은 상태이다”고 말했다.

유성기업지회는 20일 오전 8시 30분 긴급 조합원 총회를 열어 상황을 공유하고, 사측에게 성실교섭을 촉구하며 오후 2시간 부분파업을 벌인다. 홍종인 지회장은 오후 2시경 농성을 중단하고 병원으로 이송될 예정이다.

금속노조는 20일 보도자료는 내고 “홍지회장의 농성을 중단하고 현장 조합원의 집단적 투쟁으로 방향을 전환한다”며 “검찰은 유성기업 사측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이 아닌 공정한 법의 잣대로 엄중 처벌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유시영 유성기업 사장은 사태해결을 위해 즉각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성기업은 불법 논란 중인 공격적 직장폐쇄, 용역업체 직원의 무자비한 폭력, 창조컨설팅 노조파괴 시나리오, 사용자노조설립 지배개입과 부당노동행위 등 ‘노조 파괴 공작’으로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된 바 있다. 홍종인 지회장의 목숨을 건 농성, 노조 조합원들의 투쟁에도 사측은 사태 해결에 나서지 않는 상황이다.

또 작년 야간노동 폐지를 위한 투쟁으로 노동자 17명 구속, 27명 해고, 용역업체 직원의 폭력으로 수십 명이 부상당했지만 검찰은 유성기업 경영진에 대해 1년 가량 ‘추가 수사’만 할 뿐 처벌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