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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일베 회원 초청해 VIP 대접한 속셈은?

카알바람 2013. 5. 24. 11:17

국정원, 일베 회원 초청해 VIP 대접한 속셈은?

원세훈 전 원장 ‘젊은층 우군화 강화방안’ 강조 후 처음 열린 듯...“매년 3~4회 개최”

정웅재 기자 jmy94@vop.co.kr
입력 2013-05-23 17:00:22l수정 2013-05-23 22:59:43
 
국가정보원은 왜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회원을 안보특강에 초청했을까?

국정원이 일반인을 초청해 여는 안보 특강 행사에 최근 5.18 역사 왜곡 발언, 노무현 전 대통령 모욕 등으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일베 회원들이 초청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 특강의 의도에 대해 의구심이 일고 있다.

국정원 "간첩신고한 국민에게 감사 표시하는 자리"...
1회 행사에 20~30대 80여명 참가...원세훈 전 원장의 '젊은층 우군화' 일환인 듯


국정원은 "111 콜센터에 간첩을 신고한 국민들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한 자리"라며 정치적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지만, 안보 특강에 초청되는 이들이 일베와 디씨인사이드 정치사회갤러리 등 인터넷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10대~20대여서 국정원의 '젊은층 우군화 강화방안'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국정원이 언제부터 이런 행사를 열었는지? 행사에 소요되는 예산은 얼마인지? 참석자들의 연령은 어떻게 되는지? 국정원에 초청된 이들이 간첩 검거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등을 알아보기 위해 국정원에 문의를 했지만, 국정원 관계자는 "111 콜센터에 간첩을 신고한 국민들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서 매년 하고 있다"라고만 답했다.

어쩔수 없이 국정원 초청행사에 다녀온 이들이 일베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후기글을 통해 대강의 내용을 파악할 수밖에 없었다. 일베에 올라와 있는 복수의 후기글을 보면, 이 행사는 2010년 11월 5일 처음으로 열린 것으로 보인다.

이 시기는 대북심리전을 맡고 있는 심리전단(심리정보단)에서 '젊은층 우군화 강화방안'을 원세훈 전 원장에게 보고한 이후였다.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이 3월 18일 공개한 국가정보원의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 자료에 따르면, 원세훈 원장은 2010년 7월 19일 확대부서장회의에서 "심리전단이 보고한 '젊은층 우군화 심리전 강화방안'은 내용 자체가 바로 우리 원이 해야 할 일이라는 점을 명심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국정원 자료에 따르면, 원세훈 원장은 "종북세력에 대한 선제적 대처" 등도 주문했는데, 자료에 나온 원 원장의 지시내용과 국정원의 일반인 대상 안보 특강의 내용이 일치한다. 2010년 하반기부터 열고 있는 일반인 대상 안보 특강이 '젊은층 우군화 심리전 강화방안'에 따라 시작한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국정원 선물

국정원은 보수성향 인터넷커뮤니티 이용자들을 초청해 안보특강을 개최하고, 프로그램이 모두 끝나면 시계 등 선물을 증정했다. 한 행사 참가자가 국정원 초청행사를 마치고 받았다며 인터넷커뮤니티에 공개한 선물 목록. 1만원 문화상품권 5장, 시계, 핸드폰 가죽 케이스, 도서 등이 보인다.ⓒ인터넷커뮤니티



1회에 80여 명 초청...안보강의, 중식코스요리, 시뮬레이션 권총 사격, 선물 증정

그렇다면 초청 행사는 얼마나 자주 이뤄졌고, 행사는 어떤 내용으로 진행됐을까? 일베 등에 올라온 후기를 종합해 보면, 2010년 11월 5일 처음으로 열렸고, 2011년 1월 25일, 2012년 8월 24일에 개최된 것으로 확인된다. 추가적으로 개최된 날짜는 파악이 안되지만, 초청 행사는 1년에 3~4번 진행됐다고 한다.

초청 대상은 국정원 111콜센터에 간첩이나 좌익사범을 신고한 이들 중에서 국정원이 선별해서 개별 통보한다. 1회 행사에 약 80명 가량 초청된다. 행사 당일 오전 서울역과 양재역에 집결해 국정원이 준비한 버스를 타고 국정원으로 이동한다. 이동중에는 샌드위치와 음료 등 간식이 제공된다.

국정원에 도착하면 우선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이후 국정원에서 준비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 행사 참가자들의 후기에 따르면 △더 큰 대한민국 동영상 관람 △외부인사와 탈북자의 안보 강의 △시뮬레이션 사격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강의의 주제는 '종북세력 바로 알기' 등이었다. 일베에 2010년 11월 5일 초청행사 후기를 올린 네티즌(아이디 '부원군')은 글에서 "골수 좌빨에서 우익으로 전향한 분의 강연이 있었는데 주제는 종북주의였다. 주로 광우병, 천안함 사건을 언급하면서 종북좌익놈들의 주특기는 '거짓을 이용한 대중선동'이라고 규정했다"라며 "당시엔 그 강사가 누군지 잘 몰랐는데 시대정신 상임이사였고, 지금은 국가인권위 상임이사인 홍진표 씨다"라고 밝혔다. 뉴라이트 인사인 홍진표 씨는 2010년 11월 한나라당이 국가인권위 상임위원으로 추천했고, 2011년 2월 한나라당 다수인 국회 본회의에서 상임위원으로 선출돼 인권단체 등에서 퇴진운동을 벌이겠다면서 반발한 인물이다.

오전 강의가 끝나면 중식 코스 요리와 와인 등 고급스런 점심이 제공된다. 8명 가량 앉는 원형테이블에 국정원 직원이 한 명씩 같이 앉아 참가자들과 대화를 나눈다. 오후에는 시뮬레이션 권총 사격, 안보전시관 체험 등이 진행된다. 실탄 사격은 아니지만 총의 무게, 격발 시 반동 등의 느낌이 권총 실탄 사격을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한다.

일베 등에 후기를 남긴 이들은 중식 코스 요리, 시뮬레이션 사격 등을 국정원 초청행사의 하이라이트로 꼽았다. 참가자들은 후기에서 "국정원 요원께서 방문자들을 가리켜 자신들의 VIP 손님이라며 고마운 뜻을 여러번 밝혔다",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투철한 신고 정신으로 국정원에서 강의도 듣고 오찬도 즐기며 좋은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모든 프로그램이 끝나면 국정원은 참가자들에게 국정원 로고가 새겨진 고급 시계, 5만원 문화상품권(또는 4만원 가량 충전된 교통카드), 보온병, 핸드폰 가죽케이스 등의 선물도 증정했다. 일베 등에서 국정원 로고가 새겨진 이 시계는 '절대 시계'라고 불리며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참여정부 때는 없었던 일, 국내 현안에 대해 터무니없는 주장하는 집단 양산하겠다는 것"

참가 후기를 종합해보면, 국정원의 행사는 보수 성향 사이트에서 주로 활동하는 20~30대, 심지어는 10대까지 초청해 VIP 대접을 해주고 우군을 확보하려는 것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국가정보원 소관 상임위인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김현 민주통합당 의원은 "80명이나 되는 그 친구들을 간첩 잡는 걸 도와줘서 불러서 격려를 해준다는 건데, 그 사람들이 간첩 신고를 했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결국 국내 정치현안에 대해 터무니없는 주의주장을 하는 집단을 양산하겠다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춘추관장을 지내기도 한 김 의원은 "참여정부 때는 민주평통자문위원, 언론,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의 국정원 견학은 있었어도, 일반인들에게 '절대시계'를 주며 호객행위를 하지는 않았다"라며 "국내 정치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한 남재준 국정원장의 말이 빈말이 아니라면 이런 행사는 당장 중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국정원 "말해 줄 수 없다"만 반복



일베 등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초청 행사 후기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23일 국정원에 전화를 걸었으나 관계자로부터 "말해 줄 수 없다"는 답변만 반복해서 들었다.

국정원 관계자는 초청 행사에 대해 "111콜센터에 간첩 신고한 국민들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서 매년 하고 있다"라는 답변을 하고 이후 질문에 대해서는 "말해 줄 수 없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초청 대상으로 선발된 이들이 주로 20대로 알고 있다. 이들이 주변에서 간첩을 쉽게 볼 수는 없을 것 같은데, 111콜센터에 신고한 내용이 주로 어떤 것들인가?

"자세하게 확인해 드릴 수는 없고..."

-행사는 1년에 몇 차례나 하나?

"그건 확인을 못해 준다."

-1년에 서너차례 정도 하는 걸로 들었다.

"말해줄 수 없다."

-2010년 말부터 행사를 진행해 왔나?

"국정원 업무에 대해 자세하게 답변해드릴 수 없다."

-참가자들에게 시계, 문화상품권 등 1인당 20~30만원 가량의 선물을 증정하고 식사 대접까지 했는데 감사 표시로는 좀 과도한 것 아닌가.

"설명드릴 수 없다. 양해를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