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 낙하산’으로 비판받는 신용섭 신임 사장의 취임으로 총파업 위기를 맞았던 EBS가 수습국면에 접어들었다. 사측이 노조 요구안에 대해 수용의사를 밝히면서 노조가 출근저지투쟁을 철회했기 때문이다.
전국언론노조 EBS지부(지부장 류성우, EBS노조)는 지난 11월 30일 방통위의 비공개 면접으로 EBS사장에 선임된 신용섭 전 방통위 상임위원에게 △제작자율성 확보를 위한 편성·제작·뉴스 책임자에 대한 임명동의제·중간평가제 실시 △2012년 임금 및 단체협상 쟁점 사항 수용 △EBS의 재정구조 개선, 통합청사 건립에 따른 재정압박 타개 방안 등을 요구하며 파업 출정식을 가졌다.
지난 11월 27일 EBS노조는 79.3%의 찬성률로 총파업을 결의했으며, 사장출근저지투쟁을 12월 6일까지 진행한 뒤 7일부터는 제작부서 부분 파업, 14일부터는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었다. 이에 따라 신용섭 신임 사장은 임명 이후 5일째 도곡동 본사로 출근하지 못했다.
▲ 지난 11월 30일 첫 출근한 EBS 신용섭 사장(오른쪽)을 언론노조 EBS 류성우 지부장과 조합원들이 저지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
하지만 EBS 경영진이 전향적 자세를 보이면서 파업이란 파국은 면하게 됐다. 노사는 지난 3일 오후 4시경 EBS본사 주변 모처에서 만나 협상안을 저울질했다. 류성우 EBS노조위원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3일) 공식 대면 자리에서 사측이 노조 요구안에 대해 거의 전폭적으로 수용할 의지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는 제작자율성 문항과 관련, 사측이 KBS와 MBC의 단협에 나와 있는 수준의 문구를 EBS 단협에 포함시키는 안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노조는 4일 낮 12시 조합원 120여명이 모인 가운데 한 시간 동안 총회를 가진 뒤 오후 6시 비상대책위 회의를 갖고 5일부터 사장출근저지투쟁에서 협상투쟁으로 전환하기로 의결했다. 노사는 현재 실무협상을 진행 중이며, 조만간 노사 대표가 합의안을 작성할 것으로 보인다.
류성우 노조위원장은 “이제 신용섭 사장을 교섭대상자로 인정하고 협상투쟁을 통해 제작자율성과 임단협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경란 EBS 홍보사회공헌부장도 경영진 입장을 전하며 “노사가 잘 합의하는 과정에 있으며 긍정적으로 마무리 될 분위기”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EBS의 한 중견 사원은 익명을 전제로 “해결국면은 환영이지만 이춘호 EBS 이사장 연임부터 신용섭 사장 선임까지의 과정에 대한 사원들의 불쾌감은 여전히 높다”며 사내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