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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의 로켓발사와 나로호

카알바람 2012. 12. 5. 12:01

북의 로켓발사와 나로호

현석훈 기자

나로호의 3차 발사가 실패했습니다. 실패보다 더 안타까운것은 나로호 사업이 애초 목적과 많이 달라져 있다는 것입니다. 나로호 발사를 통해 러시아로부터 발사대 운용과 발사체에 대한 기술이전을 목표로 했던 사업이 지금은 '발사' 자체에만 초점이 닿아 있다는 것이지요. 검증되지 않은 발사체를 우리가 대신 실험해준다는 비아냥이 들리는 이유가 이것 때문입니다.

기술이전이 물건너 간 이유를 살펴보면 미국이 러시아 정부에 압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라는 언론 보도가 설득력이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정부가 공식적으로 해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관계는 알 수 없지만 나로호 사업이 기술이전에서 '발사'로 좁혀진 이유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우주의 문'을 가로막는건 혈맹국가인 미국입니다.

북이 로켓을 발사한다고 합니다. 올해 4월에도 '광명성 3호'를 발사했습니다만 그때와 조금 다른 분위기 입니다. 당시 대부분 언론은 '미사일'이라고 보도했지만 지금은 몇몇 보수일간지를 제외하고 '로켓'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다는데 정작 미국은 조용하고 한국은 매우 소란스럽다는 것이지요. 당시 '1등 신문'을 자칭하는 보수일간지는 '로켓 실패쇼에 1년치 식량 8억5천만달러 날렸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한화로 9천억 수준인데, 나로호에 7년동안 약 5천억 가량 투자된 것을 보면 얼마나 터무니없는 수치인지 잘 알 수 있습니다.

'밥도 못먹으면서 무슨 위성이냐'는 천박한 시선을 잘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최근 MBC '나는 가수다'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국카스텐은 '멤버 모두 막노동을 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1등 신문'의 논리라면 '밥도 못 먹으면서 무슨 음악이냐'쯤 되려나요. 북한 인민의 식량을 걱정하는 다분한 '종북'논리로 비춰집니다.

이런 천박한 시선은 이번에도 이어지는듯 보입니다. '8억5천만달러'의 근거는 한 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것이 전부입니다. 소설이라는 말이지요. 여기에 한 경제신문은 '북한 주민 1년치 식량'이라는 해설을 덧붙었습니다. 근거는 중국산 옥수수 250만t을 살 수 있고, 현재 배급량을 기준으로 1900만명의 1년치 식량이라는 주장입니다.

남과 북이 휴전상태에 있으니 정치적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사실을 보도하지 않는 태도는 문제가 있습니다. 나로호의 실패 때문이지는 모르겠으나, 나로호는 미사일로 사용할 수 없고 북의 '은하3호'는 미사일이라는 보도도 눈에 띕니다. 근거는 나로호가 액체상태의 연료를 사용하고, 연료주입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것 뿐입니다.

정확한 사실은 러시아가 액체 추진 로켓을 한국정부에 판매했다는것 아닐까요. 또 우리는 로켓기술이 없고 북은 로켓기술이 있다는 정도가 가장 객관적인 사실에 적합하지 않나 싶습니다. 미사일과 로켓을 구분하는 것은 '기술'의 차이가 아니라 정치적 발상의 차이로 보입니다. 연료논쟁은 자동차에 경유만 넣어야 한다는 어이없는 발상이지요.

왜 우리나라가 러시아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지 못했는지를 명확하게 들여다보면 쓸모없는 '연료논쟁'을 피할 수 있을텐데요. 연료논쟁은 '군사위성은 무기가 아니다'는 말과 같은말입니다. 나로호는 무기로 사용할 수 없을까요? 궤도로 올라가면 위성이고 땅으로 떨어지면 미사일입니다. 아무리 각종 미사여구로 나로호를 찬양한들 진실이 바뀌진 않습니다.

나로호가 미사일이 아닌 이유는 단 하나, 우리나라가 기술이 없기 때문입니다. '나는 로맨스, 너는 불륜' 이런식의 열등감섞인 보도는 국민의 눈과 귀를 멀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