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

국민세금 560억원 받는 새누리당, 진보당에 ‘27억원 먹튀’? 본문

세상 이야기

국민세금 560억원 받는 새누리당, 진보당에 ‘27억원 먹튀’?

카알바람 2012. 12. 17. 10:36

 

국민세금 560억원 받는 새누리당, 진보당에 ‘27억원 먹튀’?

‘국고보조금 반환’ 주장 법적 근거도 없고, 형평성도 안 맞아

정혜규 기자

입력 2012-12-16 19:35:56 l 수정 2012-12-16 20:05:23

 

사퇴 기자회견 후 참았던 눈물을 흘리는 이정희 후보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통령 후보가 후보 사퇴 기자회견을 마치고16일 오후 동작구 대방동에 위치한 통합진보당 당사 선대본 사무실에서 그동안 참았던 눈물을 흘리고 있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선후보가 16일 전격 사퇴하자 새누리당과 일부 네티즌 등은 ‘국고보조금 27억원 먹튀’ 논란에 재차 불을 붙이고 있다. 그러나 법적 근거는 물론 전체 선거비용이나 국고보조금 지원 액수 등을 놓고 볼 때, 전형적인 흑색선전이라는 비판도 높다.

이정희 후보가 중도사퇴할, 경우 국고보조금 27억원을 반납해야 한다는 주장은 인터넷 등에서 떠돌고 있었다. 이 논란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은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다.

지난 10일 열린 대선후보 2차 TV토론에서 이 후보는 1차 토론의 ‘전두환 6억원 수수’에 이어 ‘성북동 300평 저택 무상증여’를 폭로하며 “세금을 냈냐”고 따졌다. 이 후보의 거센 공세에 박 후보는 “단일화 의지가 강하던데 끝까지 뛸 생각이 아니라면 대선 후보에게 27억원 국고 보조금 지급하는 거, 이게 ‘먹튀’에 해당된다”고 반격했다.

그러나 이 후보의 ‘27억원 먹튀’ 논란은 법적 근거도 없다. 선거공공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요건을 갖춘 정당의 대선 후보에게 국고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불법적인 용도로 사용하지 않는 한 반환할 의무가 없다.

법치를 중시하는 새누리당과 보수진영이 이를 모를 리 없다. 따라서 새누리당과 보수진영은 이정희 후보가 사퇴할 경우에 대비해, 야권 전체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공격하기 위한 명분으로 ‘국고보조금 27억원’을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진보당 대선 예산 30억원vs 새누리당 560억원

진보당의 ‘대선 살림살이’를 보면 ‘먹튀’ 공세는 더욱 빛이 바랜다.

진보당은 당초 이번 대선 선거비용으로 53억원의 예산을 잡았다. 이중 국고보조금 외의 액수는 당원들의 특별당비로 모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통적인 지지기반인 노동·농민단체 등의 상황이 만만치 않아 이 예산마저도 크게 줄여 운용됐다. 대선이 3일 앞으로 다가온 현재까지 진보당이 집행한 예산은 29억7천여만원이다.

반드시 필요한 선거기탁금, 현수막, 법정공고물, 벽보(포스터) 등을 제외하고는 선거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이 과정에서 유세차량의 숫자도 줄었고, 공중전에 해당하는 미디어 홍보비도 크게 줄었다. TV 및 라디오광고는 아예 제작하지 못했고, 후보 연설도 라디오연설 한 차례로 만족해야 했다. 다른 당이 하는 찬조연설은 꿈도 꾸지 못했다. 포털사이트 한 곳에 광고를 걸긴 했으나 1억원의 ‘소액 광고’라 노출 빈도가 극히 떨어진다. 신문광고는 석간 한 곳에만 냈을 뿐이다.

심지어 전국에 내걸린 현수막도 당원들이 직접 달고 수시로 보수했다. 결국 진보당은 이정희 후보의 두 차례 TV토론 출연 외에는 홍보에 거의 돈을 쓰지 못한 셈이다.

당 관계자에 따르면 “빚을 내서라도 TV광고를 하자는 의견과 예산상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끝까지 팽팽하게 맞서다 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냈다”고 말해 고충을 전했다.

이정희 방지법

이정희 방지법



560억원 돌려받는 새누리당 vs 한푼도 돌려받지 못하는 진보당

진보당이 선거 예산을 줄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선거 후 선거비용을 국고보조금으로 환급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현행 선거법상 대선 후보들은 560여억원까지 선거비용을 쓸 수 있다. 그리고 10% 이상 득표하면 선거비용의 50%를, 15% 이상 득표하면 100%를 국고에서 환급해준다.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는 선거비용상한액을 모두 쓸 예정이며, 거의 전액을 돌려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진보당은 현실적으로 10% 이상 득표하기 어렵기 때문에 처음부터 돌려받지 못할 것을 예상하고 예산을 짰다.

선거비용을 대폭 줄여 큰 적자는 면했으나 진보당은 지출이 수입보다 많을 경우, 당비에서 충당할 수밖에 없었다. 진보당원들이 한 달에 내는 당비 총액은 3억6천여만원으로 이중 3억여원은 도당과 지역위원회에서 집행하고, 6천여만원을 중앙당이 사용한다.

보수진영은 ‘먹튀’ 논란을 벌이며 마치 진보당이 국고를 유용하거나 이정희 후보가 사익을 취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으나 이미 국고보조금은 이정희 후보와 진보당의 정책공약을 알리는 비용으로 다 집행됐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합쳐 1천억원이 넘는 국민 세금을 대선에 쓰는 것이 더 문제라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또 SNS 상에는 “진보당은 국민 성금 모아 27억원 갚고, 박근혜 후보는 은마아파트 30채 값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하자”는 우스개까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