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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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하도급, 불법파견 수면위로 "파주, 안산공장 분리 조직아니다" | ||||||||||||
복직 시그네틱스 조합원들, 멈추지 않고 간접고용문제 알릴 것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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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 모자에 벙어리 장갑, 얼굴을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중무장한 한 무리의 아줌마들이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으로 모여들었다. 민주노총의 정리해고 선전전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래”, “또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거 아녀?” 이들은 방금 회사로부터 “복직하라”는 통보서를 받은 스물 여덟 명의 시그네틱스 해고조합원들이다.
2011년 7월 두 번째 정리해고 이후 1년 6개월만인 지난 11월 23일, 서울지방법원은 “해고가 무효”라며 원고승소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회사가 순순히 복직을 시켜줄거라 기대하지 않았다. 돈이 많은 기업이니 나중에 돈으로 정리하는 한이 있어도 민주노조를 다시 현장에 들이고 싶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대법원까지 가겠지. 나중에 보험금 탄다는 심정으로 조바심 내지 말자고, 그렇게 서로를 다독이며 2라운드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회사는 1심 판결 이후 서둘러 복직을 통보했다.
“5년 전에 회사가 한 번 해고무효소송 패소를 겪어봤잖아요. 그 때 해고기간 임금에 이자까지 목돈 나간 기억이 있어서 그런가, 대법원까지 갈까, 복직시킬까, 반신반의했어요.” 시그네틱스 윤민례 분회장은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아직 와 닿지 않기는 조합원들도 마찬가지이다. “회사가 2001년 해고하고 대법원에서 우리가 이기니까 어거지로, 급하게 만든 안산공장에 복직시켰다가 또 어이없게 두 번째 해고되고 나니 회사에 대한 신뢰가 없어진 게 사실이죠.” 실제로 현장에 들어가서 일을 해봐야지 실감이 날까, 아직은 회사의 진의를 믿을 수 없다는 얘기다. 현재 시그네틱스 파주공장은 생산공정 전체가 여덟 개의 사내하도급으로 이루어져있고, 안산공장은 퓨렉스와 유앤씨, 두 개의 사내하도급 업체로 이루어져 있다. 재미있는 것은 시그네틱스는 처음 이들 하도급 업체를 자신들과 상관없는 별도 법인이라고 주장해왔으나, 이번 복직명령서에서는 명확하게 시그네틱스 안산사업부라고 표현하고 있다.
잘 알려진바와 같이 시그네틱스 스물 여덟 명 노동자들의 해고는 2000년부터 진행된 그룹차원의 생산공정 전체 사내하도급화 정책의 마지막 실행단계에서 이루어졌던 것인데, 이번 시그네틱스 노동자들의 전원복직으로 영풍그룹의 정책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정리해고자들이 다시 현장으로 돌아간다는 의미 말고도 우리가 시그네틱스 노동자들의 복직에 환호해야하는 이유가 또 하나 있다. 이번 판결문을 보면, 안산공장(시그네틱스의 사내하도급업체 퓨렉스와 유앤씨)이 파주공장(본사)과 인적 설비 내지 재무 및 회계가 분리되어 있었다거나 경영여건을 달리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고 있고, 이에 대한 근거로 비슷한 업무가 이루어지고 있는 점, 임금이 본사인 시그네틱스에서 지급되어 왔다는 점, 인사교류까지도 이루어졌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이는 모업체인 시그네틱스와 사내하도급 업체인 퓨렉스, 유앤씨를 비롯한 10여개 업체들이 독립적, 다시 말해 적법한 도급 관계가 아님을 시사하는 부분으로 불법파견의 소지도 있다는 것이 법률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실제로 김태욱 노조 법률원장 변호사는 “시그네틱스의 승소와 복직을 계기로 그간 드러나지 않았지만 중소업체에 일반화되어있던 위장하도급, 불법파견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시그네틱스, 영풍그룹의 위장, 불법하도급 실태는 외부로 더 많이 알려져야 하고, 이 역할은 시그네틱스 조합원들의 것이다. 당연히 조합원들은 자신들의 복직에 안주하지 않을 것이다. 1998년 파견법이 만들어진 이후 만연한, 이제는 어찌할 도리가 없어 보이는 현장의 간접고용 문제를 다시 정위치로 되돌려 놓을 수 있는 첫 단추를 시그네틱스 조합원들이 끼운 셈이다. 이것이 바로 시그네틱스 조합원들의 영풍그룹에 대한 제 2라운드 싸움이 시작되었다고 이야기하는 이유다. 엄미야 / 경기금속지역지회 수석부지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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