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심야에 ‘건설근로자공제회(공제회)’의 낙하산 이사장 선임을 강행했다.
[출처: 건설노조] |
그간 공제회 이사장 선출을 둘러싸고 정부가 낙하산 인사 선임을 시도하면서, 공제회 이사회는 내부적인 파행을 겪어왔다.
하지만 17일 오후 10시, 어수봉 공제회 이사장 직무대행은 갑작스럽게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이사장 선출을 강행처리했다. 그 과정에서 건설노조 조합원 100여 명이 낙하산 이사장 선출 저지를 위한 이사회 봉쇄투쟁을 진행하며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이사들 11명 전원이 참석한 상태에서 이사회를 개최하겠다는 이사회 내부의 합의가 있었는데도, 어수봉 이사장 직무대행은 당일 오후 9시경 기습적으로 이사회 개최를 알렸다”며 “이 과정에서 1명의 이사가 참석하지 못했고, 백석근(전 건설산업연맹 위원장) 이사가 이에 항의해 사퇴한 뒤 10분 만에 표결처리가 강행됐다”고 설명했다.
이사장 선출이 강행되면서, 백석근 이사를 비롯해 이사장으로 출마한 이정식(한국노총 중앙연구원장) 후보 역시 이사직을 사퇴하고 회의장을 빠져나왔다. 이후 어수봉 위원장 직무대행은 표결을 진행했으며, 6:2로 이진규 후보가 선출됐다.
이날 이사장으로 선출된 이진규 청와대 정무1비서관은 청와대 추천 인사다. 그는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연구위원과 청와대 정무수석실 선임행정관을 역임한 바 있다. 그간 건설노조를 비롯한 공제회 내부에서는 ‘건설업과는 무관한 인물’이라며 청와대의 낙하산 인사 문제를 제기해 왔다.
정부가 낙하산 이사장 선임을 시도하면서, 양대노총은 지난 3일 열린 이사회에서 현 공제회 이사인 이정식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장을 이사장 후보로 추천했다. 이날 이사회는 2명의 후보를 놓고 표결을 진행했지만 5:5동수의 결과가 반복되면서 17일 회의를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그 과정에서 이사들에 대한 정부의 ‘외압’ 의혹도 일었다. 이사회 다음날 강팔문 이사장이 돌연 사퇴를 선언했고, 일부 이사들에게 정부가 사퇴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결국 ‘기습 이사회’ 강행으로 ‘낙하산 선임’ 반대 의사를 밝혀 온 이사들이 불참, 사퇴하면서 정부의 낙하산 인사 선출은 강행됐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웃기는 것은 표결을 강행한 어수봉 직부대행과 일부 이사들이 책임을 통감한다며 표결 직후 사퇴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라며 “내부적 논의를 통해 강경한 출근저지 투쟁과 반대 여론을 모아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