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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집시법 사실상 경찰 허가제에 제동

카알바람 2013. 2. 8. 14:16

대법, 집시법 사실상 경찰 허가제에 제동

미신고 집회라도 위험없으면 강제해산 불가...용산참사 범대위 등 무죄판결

 

신고하지 않은 집회라 할지라도 명백한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 이상 경찰의 해산명령에 따르지 않을 수 있다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는 7일 “옥외집회 또는 시위로 인해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된 경우에 한해서만 해산을 명할 수 있다”며 “이러한 요건을 갖춘 해산명령에 불응하는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 3부는 지난 2009년 신고 없이 옥외집회를 개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과 조희주 용산참사 진상규명위 대표 등 4명의 상고심에서 벌금 50만원을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수호 전 위원장과 조희주 대표 등은 2009년 10월,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용산 범대위와 함께 ‘용산참사 해결촉구 단식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당시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은 기자회견은 ‘미신고집회’로 규정하며 세 차례 해산명령을 내렸으나 참가자들은 이를 거부했다. 경찰은 이 전 위원장 등을 집시법위반으로 기소했다. 이들은 1심과 2심에서 50만원의 벌금을 선고받고 상고했다.

  2009년 10월 26일 경찰이 단식농성에 돌입한 용산범대위 대표자들을 연행하려고 둘러쌌다. 경찰은 3차 해산명령 후 이들을 연행했다.

대법원은 “집회의 자유가 가지는 헌법적 가치와 기능, 집회에 대한 허가 금지를 선언한 헌법정신 등을 종합하면 신고는 행정관청에 협력하도록 하는데 의의가 있는 것으로 집회의 허가를 구하는 신청으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며 “옥외집회 또는 시위로 인해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된 경우에 한해 해산을 명할 수 있다”고 확인했다.

이어 “원심은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해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되었는지 여부는 아무런 심리·판단을 하지 않은 채 미신고 옥외집회라는 이유만으로 해산을 명할 수 있다고 전제해 유죄를 단정한 위법이 있다”며 “해산명령 불응으로 인한 집시법 위반에 관한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므로 미신고 옥외집회 주최 부분과 실체적 경합관계로 봐 하나의 형을 선고한 원심 전부를 파기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또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헌법의 보호범위를 벗어나 개최가 허용되지 않는 집회 내지 시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 대해 “지난해 4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한 내용에 따른 것이고 2심은 전원합의체 판결보다 앞선 시기에 내려진 것”이라고 2심의 판결을 설명했다.

대법원은 전날인 6일에도 삼성을 규탄하는 미신고 집회를 개최한 혐의로 기소된 박 모 씨 등 ‘반올림’에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1부 역시 “미신고 집회라는 이유만으로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해산할 수 있다고 해석한다면 이는 사전신고제를 허가제처럼 운용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게 돼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 씨와 반올림의 경우에는 현수막을 들고 거리를 행진한 부분은 유죄라는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미리 준비한 현수막을 들고 거리를 행진한 것은 순수한 추모의 범위를 넘어 시위에 해당한다”며 “관할 경찰서장에게 사전에 신고하지 않은 부분은 유죄”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