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
용암분교 매각 속전속결 겉으론 ‘재정충원’ 속으론 ‘노조 내쫓기?’ 본문
“건물 다 지었는데 이제 와서 나가라니”
울산시교육청이 용암분교를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교육청은 지난 5일 울산시 울주군 청량면 용암분교를 공개 매각키로 했다. 용암분교는 지난 3년간 민주노총 산하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울산지부의 기능학원 건물로 임대, 사용돼 왔다. 기능학교는 1024m2 규모의 학교건물 2층과 330m2 규모의 컨테이너형 건물을 포함하고 있다.
교육청은 지난해 12월 31일자로 임대 기간이 만료되면서 재계약을 하지 않은 채 일방적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기능학원의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플랜트 노조는 2009년부터 연간 950만원의 임대료를 내고 폐교를 사용해왔으며 지난 2011년에는 울산시의 지원을 받아 부지 내에 건물 2동을 신축했다. 올해는 플랜트노조가 건설기능훈련센터 지원금 39억원을 국토해양부로부터 받기로 해 기능학교의 발전기금으로 사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교육청이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용암분교를 매각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기능학교 운영을 중단해야 할 상황이다.
이번 결정이 일반적인 폐교 매각 절차와 달라 몇 가지 의문점을 남기고 있다. 우선 임대 계약이 끝나자마자 속전속결로 매각 결정을 한 게 아니냐는 점이다. 플랜트 노조 기능학원이 운영될 당시 노조는 울산시의 지원을 받아 건물 2동을 신축했다. 공유재산법에 따르면 원래 영구축조물을 건축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예외로 교육청이 허가할 경우 설치가 가능하다. 계약 연장 계획이 없었음에도 영구축조물을 건축할 수 있게 한 것은 앞뒤가 안 맞다.
경남교육청 관계자는 “처음 임대 계약 할 때 폐교 부지에 영구축조물을 세울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이 있다”며 “만일 예외조항으로 영구축조물을 허가한다고 해도 나중에 계약이 끝나면 철거하도록 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임승철 플랜트노조 사무국장은 “만일 매각할 계획이었다면 1년 전 우리가 새로 건물을 짓는다고 했을 때 허가를 내주지 않아야 한다”며 “전혀 계획에도 없는 매각을 서두르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매각결정에 앞서 주민들의 합의가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매각 결정 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은 지역 주민들의 동의다. 하지만 <울산저널>이 용암분교 인근 주민들을 만난 결과 매각에 관한 주민의견 청취나 동의절차는 이뤄지지 않았다.
용암분교 인근 주민인 70대 구모 씨는 “학교가 매각 된다는 말은 처음 들었다”고 다소 놀란 모습을 보였다. 구씨는 “용암분교 부지는 제일 처음 이곳 주민들이 조성해 무료로 교육청에 기부한 것인데 교육청이 마음대로 매각한다고 하니 씁쓸하다”며 “외국인 노동자들 기숙사로 쓰일 때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기능학교가 들어오고 나선 사람들도 왕래하고 새 건물도 짓고 동네 분위기가 제법 좋았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다른 기관에 재임대하가 아닌 매각을 결정한 이유도 석연찮다. 시교육청은 “교육청 재정 마련을 위해 매각을 결정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실제 타 교육청에 취재해 본 결과 “폐교 매각은 쉽게 결정할 사안도 아니고, 돈 몇십억 벌겠다고 폐교를 매각하는 곳이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즉 수입창출을 위해 매각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요즘은 폐교 활용방안에 따라 매각은 최후의 수단이고, 되도록 자체활용하거나 임대 형태로 운영한다”고 덧붙였다.
임 국장은 “시교육청에서 8차례의 공문으로 나가달라는 요구를 한 건 맞지만, 실제로 공무원들이 학원에 방문해서는 재계약 여부를 논의하는 등 말과 행동이 다른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또 무단점유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임대차 계약을 맺었고, 수의계약에 따라 다음 계약을 지속해야 함에도 교육청이 무조건 퇴출을 요구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가 무단점유를 하고 있다는 말은 잘못된 표현”이라며 “이전지도 없는데 언론을 통해 먼저 매각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플랜트노조와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폭력사건) 때문에 불편한 것은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노조 측은 “지난해 파업과 폭력사태에도 교육사업은 쉬지 않고 계속해 왔고, 그 사건은 기능학원의 운영는 전혀 별개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자꾸 끌어들이는 것은 괜한 핑계”라고 말했다.
교육청은 공유재산 자체심의, 감정평가 절차를 거쳐 상반기에 공개매각을 끝내기로 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매각에 필요한 절차는 폐교재산관리특별법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며 “예상 수입이나 정확한 내용은 아직 논의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용암분교는 지난 1949년 개교해 지난 1997년 학생 수 미달로 폐교가 결정됐다. 이후 외국인 노동자 기숙사, 책걸상 클리닉, 기능학교 등 폐교활용계획에 따라 임대 또는 자체활용돼 왔다. 울산시교육청이 폐교를 매각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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