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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백악관 보좌관, 잇딴 발언...'미묘한' 정세변화?

카알바람 2013. 3. 13. 09:38

朴대통령-백악관 보좌관, 잇딴 발언...'미묘한' 정세변화?

정지영 기자 jjy@vop.co.kr
입력 2013-03-12 14:17:19l수정 2013-03-12 15:34:33
 
박근혜 대통령은 11일 새 정부 출범 후 첫 국무회의에서 신임 통일부장관에게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우리가 강력하게 대응해야 하겠지만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작동되도록 하는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같은 날 류길재 신임 통일장관도 취임사에서 “아무리 상황이 엄중해도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데 필요한 대화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6.15-10.4선언 등 기존 합의가 준수돼야 한다고 밝혔으며, 정치상황과 상관없이 영유아 및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도 다시 확인했다.

박근혜 국무회의 주재

11일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박근혜 대통령. ⓒ뉴시스(=청와대 제공)



물론 이 같은 발언은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한 원칙적 언급이지 ‘더 나아간’ 것은 아니다.

다만 박 대통령이 북한의 핵실험을 전후로 북핵불용과 안보태세 강화만을 강조했던 것과 비교하면, 당시보다 정세가 더욱 긴장해진 상황에서 나온 이번 발언은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이날 ‘키 리졸브’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시작됐으며, 북한은 예고한대로 판문점 남북 직통전화를 받지 않았다. 앞서 이날부로 정전협정의 효력을 백지화하고 남북 불가침 합의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한 데 따른 조치다.

◆美, “北과 협상장 앉을 준비 돼있어”=같은 날 톰 도닐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뉴욕에서 열린 아시아 소사이어티 회의에서 한 연설에서 대북 메시지를 던졌다.

도닐런 보좌관은 “미국은 북한을 핵국가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그렇다고 북이 미국을 겨냥해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 개발을 추구하도록 그냥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적극적 개입 의지를 밝혔다.

그는 게이츠 전 국방장관의 “같은 말(same horse)을 두 번 사지 않겠다”는 말을 인용해 강경한 입장을 강조하면서도, 오바마 대통령이 1기 취임 당시부터 여러 차례 ‘불끈 쥔 주먹을 푸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 것’이라고 말했다며 북이 경제를 발전시키고 주민들을 먹여 살리도록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미국은 협상을 하고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 북한과 마주앉을 준비가 돼있다”며 북한이 약속을 지키고 국제법을 존중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차원에서 유의미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진지함을 입증해 주기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도닐런 보좌관은 박 대통령 취임식에 국무장관을 대신해 참석할 정도의 위상을 가진 인물로, 그가 현재와 같은 긴장된 국면에서 협상 용의를 표명하는 발언을 했다는 것은 의미 있게 읽히는 대목이다.

최근 워싱턴 조야에서도 새로운 대북 접근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지난 9일 미 하원 군사위 소속 공화당 의원들은 “더 이상 핵무장한 북의 위협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며 대북정책 재검토를 요구하는 서한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냈다. 물론 이는 동맹국 공조를 바탕으로 대북 대응태세를 강화하라는 요구이긴 하나, 오바마 1기 행정부의 ‘무시전략’이 실패했다는 평가에 기초한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도 6일자 사설에서 국제사회가 그동안 북한의 핵개발을 포기시키기 위한 일관성 있는 정책을 내놓는 데 실패했다며, 미국 정부가 북한과의 고위급 접촉 등 새로운 접근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근혜-도닐런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식에 참석한 톰 도닐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접견하고 있다.ⓒ뉴시스(=청와대 제공)



◆조선신보 “오바마, 외교적 해법 제시해야”=같은 시기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도 유화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메시지를 내놔 눈길을 끌었다.

이 신문은 11일 보도에서 “오바마 행정부에 주어진 시간은 결코 많지 않다”며 “미국이 파국으로 빠져드는 것을 피하려 한다면 ‘외교적 해결의 가능성’을 시급히 제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최근 최전방 섬방어대 시찰에 나선 것과 관련, “도발자들에게 엄중경고를 주는 한편 동족을 향해 각성을 호소하고 있다”며 “동족상쟁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는 신호는 지금 북에서 남을 향해 발신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2일 논설에서 “우리는 조선반도 정세가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며 “(미국은) 우리나라가 그 누구도 감히 건드릴 수 없는 당당한 핵보유국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핵 선제타격정책,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수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12일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5월초 미국을 방문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박 대통령은 이 때 오바마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며, 같은 달 한국에서 열릴 한.중.일 정상회의에 앞서 방미가 성사될 가능성도 높다.

연초 ‘키 리졸브’ 연습을 전후로 긴장이 높아지다가 훈련이 끝나고 미국의 정책 전환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고, 북.미 간 물밑접촉을 거쳐 협상국면으로 이어지는 패턴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최근 ‘미묘한’ 분위기를 접하며, 현재의 긴장 국면에서 서로 자제하며 더 이상의 긴장 격화를 방지한다면 이러한 ‘출구’를 찾을 수도 있다는 기대섞인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