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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권파' 기소 못하고 '정치검찰' 비난까지…'굴욕' 자처한 검찰

카알바람 2012. 11. 16. 14:51

 

'당권파' 기소 못하고 '정치검찰' 비난까지…'굴욕' 자처한 검찰

14개 검찰청이 5개월여 수사하고, "아버지 대신 투표한 아들" 업무방해로 기소

문형구 기자 munhyungu@daum.net

입력 2012-11-15 17:54:10 l 수정 2012-11-15 18:37:06

 

15일 검찰이 통합진보당 경선부정에 대한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장장 5개월 반에 거쳐 통합진보당 경선부정을 수사했고, 14개 중앙, 지방 검찰청을 동원해 투표에 참여한 3만 5천명의 당원명부와 IP를 헤집었다.

검찰은 당초 통합진보당 서버를 압수해 온라인 선거시스템을 수사하면 당권파의 소스코드 조작 등을 잡아낼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그러나 5월 21일 영장 집행 후 두달 가까이 서버분석을 한 검찰은, 결국 시스템 조작 혐의가 없음을 확인하고, 당원들의 대리투표 여부로 방향을 틀었다.

검찰의 칼날이 '구당권파'가 아닌 '탈당파'로 방향을 잡게 된 순간이다.

통합진보당 수사 결과 발표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임정혁 공안부장이 통합진보당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수사선상에 오른 당원은 총 8,890명이었고, 이 가운데 혐의자 1,735명에 대해 소환조사 등을 벌였다. 결국 검찰은 탈당파 후보 3인(지역구 1인 포함)과 노동계 출신 후보 1인을 포함해 20명을 구속기소하고 442명을 불구속기소 처분했다.

검찰이 수사선상에 올린 8천여명은 10회 이상의 중복IP를 통해 투표한 당원들로, 이 중 사법처리 대상에 오른 이들은 실제 대리투표를 한 인물들이라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뒤집어 보면 중복IP는 선거부정과는 무관하다는 것이 검찰수사를 통해서도 드러난 셈이다.

검찰은 중간수사 발표 당시 '조준호 진상조사위원회'가 밝힌대로 1회 이상의 중복IP 순위를 언론에 발표하며, 선거부정이 이석기 의원에 의해 주도된 양 지목했었다.

그러나 이날 검찰은 "이 의원과 관련해서는 CNC 직원 대부분이 출석에 불응하거나 진술을 거부해 현재까지 입건할 만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결국 꼬리를 내렸다. 그간 이석기 의원과 이 의원이 대표이사로 재직했던 선거기획사 CN커뮤니케이션즈(CNC)에 대해 250여명을 소환, 조사한 데 비춰보면 "검찰의 터무니없는 날조이자 정치탄압"이라는 이 의원측의 주장이 힘을 얻는 대목이다. 앞서 검찰은 '국고사기' '횡령' 등의 혐의를 언론에 흘리며 이 의원에 대한 흠집내기를 해놓고도, 결국 영장 청구조차 하지 못하고 선거비용 과다청구 등을 불구속 기소하는 데 그친 바 있다.

당원명부 탈취 등 검찰의 위헌, 탈법은 누가 기소하나?

향후 재판 과정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진보진영에 의해 비판받은 검찰의 위헌·탈법적 행태는 지속적인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선거법에 의해서조차 규제받지 않는 당내 경선을 빌미로, 검찰은 정당에 대한 압수수색과 초유의 당원명부 침탈을 감행했는데 이는 헌법 제8조 및 정당법 제37조 등에 위배되는 것이다.

당원명부 침탈에 대해,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중의소리>와 인터뷰에서 "헌정질서를 뒤흔든 폭력"이라고 규정하고, "정당법 제24조 3항에 당원명부 열람은 판사가 재판상 필요할 때, 중선관위가 당원인지 아닌지 확인할 때 열람만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당원명부는 어떤 경우에도 내놓을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검찰은 압수한 당원명부와 8천여명에 대한 휴대폰 발신기지국 위치추적 등을 통해 대리투표 혐의자를 파악했는데, 이 역시 불법적인 자료에 근거한 과잉수사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1급 장애인이나 70대 노인까지 총 4백 여명의 당원들을 상대로 소환을 진행했고, "(조사에 응하는)태도에 따라 처벌 수위 결정하겠다"는 식으로 강압 수사 행태까지 보였다.

그러나 이처럼 먼지털 듯 진행된 수사로도 검찰은, 대리투표를 위임한 아버지(주범)를 대신해 투표한 아들(종범)을 기소하는 식으로, 그것도 '업무'의 주체인 통합진보당이 반발하는 가운데 '업무방해' 혐의로 당원들을 기소하는 형태로 수사를 마칠 수밖에 없었다.

통합진보당은 이날 대검의 수사결과 발표에 대해 "정치검찰의 기소독점권 남용이자 대선을 앞두고 상투적으로 벌어지는 정치개입이며 통합진보당에 대한 와해공작"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