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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쓰는 일기

깜빡한 장남 생일

카알바람 2012. 10. 30. 15:16

어제 집사람이 오늘이 무슨날인지 아냐고 뜬금없이 물었습니다.
나는 까마득히 잊고있었습니다.
어제가 우리집 장남 9번째 생일이었습니다.
평소 아버지 노릇, 남편 노릇, 아들 노릇, 사위 노릇등 가족문제에 있어서 낙제점인 저였지만 그래도 우리 집사람이 절 인정해주는 유일한 부분이 가족들의 생일과 각종 기념일은 빼먹지 않고 챙겨주는 거 였습니다.
그런데 어제 결혼 이후 처음으로 잊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장남 생일을 그냥 지나칠뻔 했습니다.
학교 마치고 집에 들어오는 두 아들 손을 잡고 조그만 선물이라도 사주려고 나갔습니다.
작은놈은 형 생일에 자기것도 하나 사 달라고 온갖 아양을 다 떨고 있습니다.
애들이 연년생이다보니 쌍둥이와 똑 같습니다.
뭘 사든 2개를 사야합니다.
두 아들이 하나씩 손에 쥔것은 1만원짜리 중국산 게임기 입니다.
한 기계에 서너가지 오락게임이 들어있는 조그만 게임기를 들고 이거 사겠다고 달려옵니다.
겨우 아빠로써 체면을 세우는 순간이었습니다.
정말 큰일날뻔했습니다.
평소 얼굴한번 제대로 보기 힘들게 밖으로돌며 아빠노릇 제대로 못하면서 생일까지 잊어먹고 있는 못난 아빠가 될뻔했습니다.
큰 돈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입이 귀에 걸렸습니다.
집사람도 흐뭇한 표정으로 저를 바라봅니다.
연신 아빠 고맙습니다를 연발하는 두 아들과 사랑스러운 눈길로 나를 바라보는 집사람을 보면서 이게 행복인가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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