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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기다린 4년, '그 사람' 단죄 위해 뭉친 이 사람들 본문
- '26년' 기다린 4년, '그 사람' 단죄 위해 뭉친 이 사람들
- [기획①] 영화 <26년>에서 우리가 알아야 몇 가지 사실 - 배우 편
- 12.11.20 11:04ㅣ최종 업데이트 12.11.20 11:04ㅣ이선필(thebasis3)
- 태그: 26년, 이경영, 한혜진, 진구, 임슬옹
▲ 오는 29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26년>의 배우 한혜진 | |
ⓒ 영화사 청어람 |
참 바삐 살아갔다. 그리고 많은 일을 겪어간다. 매일 새로운 소식이 쏟아지는 일상에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어쩌면 '잘 잊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었다. 잊어야 할 것들, 잊을 법할 것이 자연스럽게 지나가지만 동시에 잊히는 것들 사이에서 제대로 기억조차 되지 못한 진실 역시 묻혀가는 게 아닐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사실 영화 <26년>은 과거가 아닌 현재의 이야기다. 여전히 '그 사람'은 우리 삶에 섞여 잘 살아가고 있고, 1980년 광주 민주화 항쟁 당시 시민군 학살의 주범들 역시 어딘가에서 잘 살아가고 있다. 아픔을 지닌 이들도 마찬가지로 살아가고 있었다.
망각이 참 무서워지는 순간이다. <26년>은 이렇게 사람들이 망각하며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드러내면서도, 동시에 너무 무겁지 않게 더 많은 사람들과 공감하자는 차원에서 기획되기 시작했다.
본래 2008년 이미 세상에 나왔어야 할 영화 <26년>은 4년의 침묵을 견뎌야 했다. 표면적 이유는 투자자들의 투자 철회. 재밌는 사실은 구체적 투자 내용과 방법까지 합의를 본 후 결정 심사만 남긴 상황이었다는 것. 형식적 절차기에 문제없이 투자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영화사 청어람 측은 돌연 투자 철회 소식에 그만 영화를 중단할 수밖에 없게 됐다.
'청와대 외압설' 등이 나돌며 제작에 어려움을 겪었던 영화 <26년>이 결국 모든 촬영을 마치고 관객과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다. 이젠 8부 능선을 넘은 걸까? 우여곡절 끝에 2012년 3월, 다시 <26년>의 영화화 논의가 되기 시작한 이후 소셜크라우드 펀딩, 제작두레를 거쳐 제작비 마중물을 마련했고, 무사히 모든 촬영을 마쳤기 때문이다.
이제야 시작이라 말하고 싶다. 2012년 7월 19일 처음으로 카메라가 돌기 시작한 이후 10월 10일까지 '촬영'이 끝났으며, 후반작업을 거쳐 지난 11월 18일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염원했던 작품이었던 만큼 관객과 만나는 그 시점부터가 진짜 시작인 셈이다.
▲ 16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열린 영화<26년>콘서트에서 조직폭력배 곽진배 역의 배우 진구가 사회자의 질문에 답하며 촬영을 마친 소감을 이야기하고 있다. 오른쪽은 국가대표 사격선수 출신의 저격수 심미진 역의 배우 한혜진과 배우 김의성. | |
ⓒ 이정민 |
<26년>의 배우들, 인내와 고정관념에 대한 도전이다
<26년>에 대해 무엇보다 기억해야 할 점은 참여 배우들의 인내와 의지였다. 시나리오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감독과 배우 등 하마평에 올랐던 이들이 하차하거나 바뀌는 과정이 있었다. 이런 과정에서 가장 혼란스러웠던 건 출연을 결정해놓은 배우들이었을 것이다.
실은 <26년>에 출연한 배우들 대부분이 전작들에서 대중들 뇌리에 남을만한 모습이 약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이번 작품은 이를 갈고 참여한 만큼 그들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26년>을 통해 배우들의 연기 향연을 만끽해도 좋겠다.
배우 진구는 그런 의미에서 단연 의지와 인내심 종결자다. 제작사가 감독 결정에 어려움을 겪고 다른 배우들 섭외에 어려움이 있을 때 중심을 잡고 출연 의지를 피력한 배우가 진구였다. 본인 스스로도 "이번 작품이 자신의 배우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어떻게든 영화화가 됐으면 하는 열망을 전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곽진배로 분한 진구는 촬영현장에서 자신과 함께 호흡을 맞출 단역, 보조출연자 배우들을 일일이 챙겼다. 자신의 분량 촬영이 이틀 진행된다면, 그날을 포함한 일주일 동안 그들과 먹고 자며 친분을 유지했다고. 거친 액션을 함께할 이들의 사기가 충전 됐음은 물론이다. 현장 무술 감독은 곽진배 팀의 분위기가 가장 좋았다며 진구의 열정에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 영화 <26년>의 한 장면 | |
ⓒ 영화사 청어람 |
의지 강한 배우들, "출연 두려워해야한다는 사실이 이상했다"
주연 홍일점인 한혜진은 소속사의 만류에도 본인이 직접 <26년> 출연을 강력히 주장한 경우다. 예능 프로를 통해 친숙한 이미지를 쌓아가고 있던 그녀가 '그 사람' 단죄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니. 밝은 모습만 있는 게 아니라 액션에도 천재란다. 다른 여배우들이 한 달을 고생하며 익혀야 했던 사격 자세도 일주일 만에 익혔다는 후문. 현장 스태프에 따르면 총에 관련한 액션에선 단 한차례의 NG도 내지 않았다니, 그녀의 당찬 국가대표급 연기를 기대해보자.
2AM 임슬옹은 아이돌 출신 배우로 <26년>을 통해 영화배우로 데뷔하게 됐다. 평소 연기에 대한 의지가 강했던 임슬옹이지만, 우려의 시선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노력에서만큼은 우려를 거둬도 되겠다. 바쁜 해외 공연 일정을 마치고도 새벽이면 한국에 도착에 곧장 영화 촬영 현장에 달려왔다고. 영화 덕분에 비행기 마일리지가 가장 많이 쌓인 배우로 등극할 기세다.
그의 팬들이 보내온 각종 간식과 생필품은 촬영 현장의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고. <26년>의 처음과 끝을 통틀어 임슬옹의 연기가 발전해가는 과정도 영화를 관람하는 또 하나의 포인트가 될 법하다.
평소에도 진지한 성격의 배수빈은 영화를 위해 5·18 관련 다큐멘터리를 찾아보고, 망원동 국립묘지를 다녀오는 등 영화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한·일 청년의 우정을 담은 영화 <백자의 사람>에 출연하는 등 배수빈 역시 작품을 보는 눈이 남다르다. 상업성과 스타성에 목매기 보단 작품이 지닌 의미와 가치를 고려하는 몇 안 되는 배우 중 하나.
배우 이경영이야 자타 공인 강한 내공의 연기자다. 촬영 현장에서 언제나 배우들을 챙기며 배역에 대한 토론을 끌어간 인물이기도 하다. 첫 촬영 직전 열린 고사 현장에서 배우들과 뒤풀이를 하면서도 작품 이야기에 열중하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영화 <26년>에서 단죄의 대항 '그 사람' 역을 맡은 배우 장광 | |
ⓒ 영화사 청어람 |
누구보다 공분을 살 '그 사람'을 배우 장광이 맡았다는 사실엔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다. 최근 <광해:왕이 된 남자> <내가 살인범이다>에서 개성 넘치는 신 스틸러로 등장한 장광이 실제로 이미 드라마에서 전두환 역을 맡은 적이 있다는 사실이다.
1998년 당시 방영된 <3김시대>가 시청률이 저조했던 탓에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이번 영화를 통해 제대로 '그 사람'이 되겠다는 각오를 전하기도 했다. 지난해 영화 <도가니>의 교장선생님으로 등장해 전 국민적 공분을 샀던 전력이 있는 장광이다. <26년>에서 그가 공분을 살수록 영화는 더욱 흥행에 가까워질 것이다. 너무 미워하지 말자. 현실에서의 장광은 그 훌륭한 인품으로 배우들이 많이 따르는 배우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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