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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농성 한상균 인터뷰, “해고는 정말, 살인이었습니다” 본문
고공농성 한상균 인터뷰, “해고는 정말, 살인이었습니다”
“지금도 헬기 소리 들리는 듯 하다”.. '대화와 합의 이행' 거듭 촉구
고희철 기자 khc@vop.co.kr
입력 2012-11-22 07:54:03 수정 2012-11-22 10:01:36
ⓒ민중의소리
쌍용자동차 고공농성
전화기에서 흘러나오는 약간 쉰 듯한 목소리가 너무 차분해서 순간 농성을 풀었나 하는 착각이 들었다. 촛불집회가 끝나 일과를 마친 한상균 쌍용차 전 지부장은 담담하게 쌍용차 평택공장 앞의 송전탑 고공농성 이틀째 밤을 맞고 있었다.
함께 농성에 들어간 문기주 정비지회장과 복기성 비정규직지회 수석부지회장의 몸이 아프다는 소식에 대해 물었다.
“어제가 마침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이었다. 새벽 4시부터 농성 시작해 극도의 공포와 추위를 겪으며 몸살을 앓았다”고 전한 한 전 지부장은 “밑에서 동지들이 촛불을 들어줘 기운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농성 첫날 잠을 통 못 잤다는 한 전 지부장은 “사람이 간사한가 보다. 첫날에는 앉을 공간도 안 되는 곳에 있었는데 다리를 뻗고 잘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니 어제보다 좀 여유로와졌다”며 웃었다.
“박근혜 후보 스스로 대화의 문 닫고 있다”
너무 뻔한 질문을 던졌다. “농성을 해제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건은 무엇인가”
“쌍용차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와 해고자 전원 복직이 요구다.”
한 전 지부장은 “해고된 노동자들이 사선을 넘나들고 있다. 일단 대화의 문을 열어야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며 사측에 노조와의 대화에 나설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또 “사측이 밖으로는 대화한다는 메시지를 흘리고 정작 노조와 대화하지 않고 있다”며 ‘이중플레이’를 강하게 성토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 대해서도 “노동자의 절규를 들어달라는데 스스로 담을 쌓고 있다”며 “대선 후보라면서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에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최근 박근혜 후보와의 면담을 요구하며 새누리당사 안에서 단식농성을 하다 연행되기도 했다.
한 전 지부장은 지난 2009년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77일간 옥쇄파업을 주도하다 사측과 이른바 ‘8.6 합의’를 이뤄냈다. 당시 노조는 정부의 공권력에 맞서다 2,464명 무급휴직과 희망퇴직 등을 수용하는 대신 경영 정상화 후 우선 복직시키겠다는 합의를 받아들였다. 그는 불법파업과 점거농성을 책임지고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최근 만기 출소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쌍용차의 해고자 중 한 사람도 공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당시 노조의 책임자로 합의를 받아들이고 옥고까지 치른 그는 합의가 지켜지지 않을 것을 예상했을까?
“당시 합의가 휴지조각으로 변한다고 생각했다면 합의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한 전 지부장은 “공권력의 강압에 의한 노동자의 항복이었지만, 그나마도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복직 합의가 지켜지지 않고 동료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을 보며 부채의식도 있겠다”는 질문에 그는 “사람 생명이 정말 모질더라. 모질지 않고는 견디기 힘들더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다른 자본도 마찬가지겠지만 쌍용차 너무 천박하다. 노동자의 고통을 밟고 선 국가와 기업이 선진국이니 국격이니 운운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양지웅 기자
교도소에서 석방돼 인사말하는 한상균 전 지부장
“노사합의가 휴지조각이 될 줄 알았으면 죽더라도 끝까지 싸웠을 것”
그가 동료들을 보며 불안함과 안타까움을 느끼듯 한 전 지부장의 고공농성을 보는 동료들도 애틋하고 괴로운 마음을 금치 못하고 있다. 한 전 지부장은 농성 소식을 듣고 연락되지 않던 이들이나 정리해고를 피해 공장 안에서 일을 하는 이른바 ‘산 자’ 동료들에게 연락이 계속 오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도 사선을 넘나드는 동지들이 너무 많다. 아무리 노동자가 권력과 자본의 조롱거리가 되는 세상이지만, 더 이상은 방치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을 걸지 않고는 돌파할 수 없다.”
그는 3년 전, 최후의 거점이던 도장공장을 덮치던 가공할 공권력이 아직도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고 수시로 떠오른다고 털어놨다.
“지금도 불쑥 헬기 소리가 들리고 주변 사람에게 경계심이 발동된다. 가눌 길 없이 분노가 확장돼 불안하고 걱정스러운 동지들도 많다. 우리는 당시 해고하지 말라고 ‘해고는 살인이다’라고 부르짖었는데 해고는 진짜 살인이었다. 안타깝다.”
3년 전 자신과 동료들이 테이저건으로 완전 무장한 경찰특공대와 맞섰던 쌍용차 도장공장, 바로 그곳이 보이는 공중에서 그는 위태롭게 몸을 가누며 정부여당과 사측에 ‘합의를 지키라’고 절규하고 있다. 과연 그의 절규로 살인행렬은 멈춰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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