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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30미터 고공농성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카알바람 2012. 11. 21. 13:43

쌍용차 30미터 고공농성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인터뷰] 송전탑 고공농성 시작한 쌍용차 노동자 3인

 

올 들어 가장 추운 날이었던 20일 새벽,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한상균, 문기주, 복기성 3인은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앞 송전탑에 올랐다. 15만 볼트의 전기가 흐르는 30미터 상공이다.

이들이 송전탑에 오르기 전날인 19일에는 쌍용차 김정우 지부장이 41일 만에 단식을 중단하고 병원으로 실려갔다. 극심한 건강악화로 더 이상 단식을 지속했다가는 위험할 수 있다는 쌍용차 지부의 판단이었다. 지부 조합원들은 단식을 중단한 지부장에게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러나 쉰을 넘긴 노동자가 40일이 넘도록 곡기를 끊어 생목숨이 끊어질 위험에 처하도록 쌍용차 문제는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든 투쟁을 멈출 수 없었다”던 문기주 정비지회장과 한상균 전 지부장, 복기성 비정규직지회 수석부지회장은 20일 새벽 4시, 동이트기도 전에 송전탑에 올랐다. 그들이 송전탑에 오르자 곧이어 사측 직원을 포함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송전탑에 오른 이들은 아침 7시 경 ‘해고자 복직’이라고 적힌 플랜카드를 내걸었다.

  3명이 오른 쌍용차 공장 앞 송전탑 [출처: 이창근 트위터 (@nomadchang)]

문기주, “얼마나 더 죽어야 하나, 실마리 보일 때까지 내려가지 않을 것”

문기주 정비지회장은 <참세상>의 전화를 받자마자 “엄청 춥다”고 말했다. “준비를 한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미흡했다”고 한다. 그는 “보온의 문제가 아무래도 시급하고 지금은 3명이 안정적으로 머무를 수 있는 발판도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하필이면 올 들어 가장 추운 날, 30미터나 되는 상공에 올라, 발 디딜 곳도 마땅치 않게 있어야 할 그들의 절박함이 전해지는 말들이다.

송전탑에는 현재 합판 두 장과 생수 몇 병이 올라있다. 전화가 연결된 10시 현재까지 그들은 식사를 하지 못했다고 했다. 송전탑 밑에서는 경찰들이 매트리스를 깔고 쌍용차 조합원들과 대치 중이다. 물도 식사도 반입이 가로막혔다. 이들은 “휴대전화 충전을 밑에서 올려받으려고 했는데 곧 방전될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문기주 지회장은 “단식을 지켜보면서 가슴이 너무 아팠는데 여전히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현실”을 말했다. “청문회를 통해 기획부도와 회계조작이 명백히 드러났고 희생자가 줄지어 발생하고 단식으로 생목숨이 끊어질 위기에 처해도 변한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언제까지 농성을 계속할 계획이냐는 물음에 문기주 지회장은 “기한을 정해두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는 “해고되고 3년 반을 길거리에서 노숙하며 싸웠고 23명이나 죽었다. 이 곳이 노숙하는 것과 얼마나 다르고 희생된 동지들에 비해 얼마나 더 위험하겠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마리가 보이지 않아 올라온 것이니 국정조사 실시와 진상규명 등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면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균 전 지부장 출소당시. 문기주 정비지회장, 김정우 지부장 [출처: 뉴스셀]

한상균, “우리의 투쟁은 우리가 스스로 바꿔내야 한다”

한상균 전 지부장은 09년 77일 옥쇄파업으로 인한 수감생활에서 지난 8월에 만기출소했다. 그리고 석달 만에 다시 좁은 합판 두 장위에 올라섰다. 그는 “뭐라도 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다”고 했다.

한상균 전 지부장은 쌍용차 조합원들에겐 ‘큰 형’같은 사람이다. 쌍용차 고동민 조합원은 한상균 지부장이 출소한 날 자신의 트위터에 “또래 아이들한테 둘러싸여 주먹 꼭 쥐고 있는데 큰 형이 합류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합류한 큰 형은 동생들과 “뭐라도 하기 위해” 송전탑에 올랐다. 한상균 전 지부장은 “다들 사선을 넘나들고 있었는데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어떻게든 투쟁을 이어가야 했다”는 말도 했다.

한 전 지부장은 “우리 스스로의 힘”을 강조했다. 그는 “쌍용차뿐 아니라 정리해고, 비정규직문제에 정치권의 결단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정치에서 노동은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로 인한 변화가 있기를 기대하기도 했지만 결국 여전히 극한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 노동자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스스로 투쟁을 만들어 바닥을 딛고 일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철탑 위에서 입장을 발표해 “화려한 공약으로 노동자 서민들에게 표를 구하지만, 결국에 가서는 국가 경쟁력을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해고와 비정규직으로 내모는 정치꾼들에게 우리의 생명을 맡길 수는 없다”며 “노동자들이 똘똘 뭉쳐서 싸우고 또 싸워서 이 노예와도 같은 삶의 굴레를 깨버리자”고 호소했다.

한상균 전 지부장은 걱정하고 염려하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연대를 해달라”고 답했다. ‘걱정하지 말라’는 답을 예상하고 있었으나 정작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걱정이나 동정이 아니라 ‘연대’였다. 그는 “노동자들이 함께 힘을 뭉쳐 싸우자”는 말로 통화를 마쳤다.

정말로 송전탑 아래 그의 ‘동지’들은 “그들을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쌍용차지부 이창근 기획실장은 “워낙에 잘 싸워낼 것이라 믿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자들은 왜 또 철탑에 오르냐고 타박하지 말고 이런 방법을 쓸 수밖에 없게 만드는 사람들을 하나라도 더 타박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