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대법원에서 현대차 정규직이라고 판결받은 최병승씨를 다음달 5일까지 입사서류를 내면 정규직으로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회사측은 최씨의 구체적인 처우에 관한 것은 실무협의에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22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열린 11차 불법파견 특별교섭에서 현대차는 이 같은 입장을 노조측에 전달했다. 송전탑 고공농성이 37일째 맞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가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있다는 사회적 비난여론이 높아지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이번 결정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대한 회사의 의지를 보여 준 것"이라며 "노조도 송전탑 고공농성을 중단하고 실무협의에서 구체적인 논의를 하자"고 밝혔다. 권오일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대외협력실장은 "회사가 최병승씨에 대한 불법파견을 인정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며 "그동안 협상에서 원론적인 말만 하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진전된 내용 나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회사측은 최씨 외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해서는 여전히 판결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현대차는 "대법원 판결은 최씨 1인에 대한 것"이라며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대법원의 판결취지는 현대차 공정 대부분이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대법원은 "현대차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일반적인 작업배치권과 변경 결정권을 가지고 있고, 작업량과 작업 방법, 작업 순서 등을 결정했다”며 “사내하청업체 소속 현장관리인 등이 하청 노동자에게 구체적인 지휘·명령권을 행사했다고 해도 이는 현대차가 결정한 사항을 전달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시했다. 또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컨베이어벨트 좌우에 정규직과 함께 배치돼 현대차 소유의 생산 시설 및 부품 등을 사용하고, 현대차가 미리 작성해 교부한 각종 작업지시서 등에 의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봤다. 이 같은 징표들을 현대차 생산공정에 적용할 경우 7천여명의 사내하청 노동자 대부분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것이 노동계의 분석이다. 고용노동부도 이미 2004년에 현대차 울산·전주·아산 공장의 127개 사내하청업체 9234개 모든 공정을 불법파견으로 인정한 바 있다.
현대차가 최씨의 정규직 고용 입장을 밝힘으로써 '불법파견 인정'이라는 첫 단추는 채워진 셈이다. 앞으로 불법파견 범위를 둘러싼 현대차 원·하청 노사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