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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여성대통령', 페이스북 글로 휘청

카알바람 2012. 11. 28. 10:07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공식 선거운동 첫 날인 27일 오후 충남 부여군 부여읍 구아리 상설시장 앞에서 유세를 마친 뒤 시장을 둘러보며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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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핵심 슬로건 '준비된 여성대통령'이 한 여성의 페이스북 글로 흔들리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측은 27일 1982년 대학 졸업 후 육영재단 어린이회관 유치원 교사로 일했다는 한 여성의 페이스북 글을 공개했다. 당시 박근혜 후보는 육영재단 이사장으로 재임 중이었다.

문재인 캠프의 유정아 대변인에 따르면, 이 여성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1982년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은 육영재단 어린이회관 유치원 교사였다, 입사 서약서 중에 결혼하면 퇴사한다는 조건이 있었다"며 "당시 육영재단의 이사장 그녀 자신은 여성이면서도 임신·출산을 맞는 여성을 기능 면에서만 바라보고 비싼 노동자로 계산한 것 같다"고 밝혔다.

박 후보가 대선슬로건으로 '여성대통령'을 강조했지만 사실 '일하는 여성'을 배려하지 않았다는 뼈 아픈 지적이다.

유 대변인은 "여성 고용주가 여성 고용자를 고용하면서 결혼하면 퇴사한다는 서약서를 받은 것이고 이 서약서로 입사했던 많은 여성교사들이 결혼과 함께 퇴사하거나 혹은 결혼을 했음에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채 유치원을 다녔다고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당 글이 새누리당의 여성대통령론이 제기됐을 당시 페이스북에 작성됐으며 캠프 측과 해당 여성이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같은 시기 문재인 후보는 당시 노동인권변호사로서 결혼 후 해직을 당한 여성들의 소송을 맡았다고도 강조했다. 유 대변인은 당시 관련 판결문을 공개하며 "문재인 변호사는 동시에 여성시민단체들과 함께 여성의 권리, 지위향상, 여성에 대한 사회인식을 바꿔나가고 성평등의 문제에 개입해서 불공평한 성차별을 직접 바꿔나가는 데 애쓴 분"이라고 강조했다.

또 "(박 후보 측에서) 1980년대 상황이 지금과 조금 달리, 여성인권에 대해서 별 관심이 없고 '결혼하면 퇴사한다'고 하는 것이 사회통념이었다고 반박하는데 박 후보에게 직접 여쭤보고 싶다"며 "당시 사회통념상 (결혼 후 퇴사가) 아무리 허용된 사회라 할지라도 준비된 여성대통령으로서 준비됐다고 생각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박선규 새누리당 대변인이 이날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결혼 후 퇴사 서약서' 논란에 대해 "아마도 그 시절에 대한민국 전체적인 사회가 그랬다, 이게 지금 몇 십년 전의 얘깁니까"라고 말한 것에 대한 비판이었다.

"그땐 다 그랬다"던 새누리 말 바꾸기... "확인할 자료 없지만 박근혜 관계없어"

논란이 가열되자, 새누리당은 긴급 진화에 나섰다. 박선규 대변인은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어떤 경우건 '결혼하면 퇴사한다'는 각서를 받았다면 그것은 잘못된 일이다"며 "당시 시대상이 지금과 달랐다는 핑계도 용납되지 않는 문제"라고 말을 바꿨다.

또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육영재단에 문의해봤지만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남아있지 않다는 답변을 들었다"면서 앞으로도 사실관계를 더 확인해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육영재단 이사장이었던 박근혜 후보와는 관계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박 대변인은 "정말로 그런 일이 있었다면 아마도 이사장의 뜻과 관계없이 현장에서 당시의 관행에 따라 벌어진 일이 아닌가 싶다"며 "예나 지금이나 일하는 여성들에 대한 박 후보의 생각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박 후보는 잘 아시는 대로 2004년 염창동 당사 시절 일하는 젊은 여성들을 위해 당사 안에 어린이집을 처음으로 연 사람이다, 당시 정부의 어떤 기관에도 그런 보육시설이 없던 시절이었다"면서 "정당이 먼저 일하는 엄마를 배려함으로써 정부에서 보다 더 적극적으로 워킹맘들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도록 하기 위한 일종의 압박이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박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 30년 전의 자료만 보지 말고 8년 전의 자료, 그리고 워킹맘들을 위해 제시한 최근의 자료와 정책들을 살펴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박 대변인은 "염창동 당사 당시 마련했던 당사 내 어린이집은 현재도 유지되느냐"는 질문에는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박 후보가 2004년 염창동 당사에 마련했던 '신나는 어린이집'은 지난 2008년 여의도 당사 이전과 함께 문을 닫았다. 당시 박 후보는 마지막 수료식에 참석, "인연이 허락하면 우리 선생님들하고 같이 일할 날이 또 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