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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원대회 무효’ 민주노총, 직선제 도입이냐 간선제 유지냐

카알바람 2012. 11. 30. 10:46

 

‘대의원대회 무효’ 민주노총, 직선제 도입이냐 간선제 유지냐

진상조사위 ‘정족수 미달’ 결론, 임원 선거도 중단.. 비대위 구성 불가피할 듯

고희철 기자 khc@vop.co.kr

입력 2012-11-30 06:03:29 l 수정 2012-11-30 06:28:23

 

지난 10월 30일 ‘직선제 유예’를 결정했던 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정족수 미달로 뒤늦게 무효처리됨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이던 임원 선거도 중단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에 따라 직선제가 도입될 것인지, 직선제를 유예하고 현행 간선제를 유지할 것인지가 민주노총 안에서 다시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29일 열린 중앙집행위에서 지난 10월 30일 열린 55차 임시대의원대회가 정족수 미달로 유회됐음을 확인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임원선거 중단을 요청했다. 이로써 지난 23일 백석근 건설산업연맹 위원장과 전병덕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위원장-사무총장 런닝메이트로 단독입후보했던 임원 선거는 선관위 공식 결정을 거쳐 무효로 처리될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55차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재적 대의원 841명 중 426명이 투표에 참여해 292명의 찬성으로 직선제 실시를 3년 유예하는 규약 개정안을 가결시킨 바 있다. 그러나 지난 23일 열린 중집에서 김동도 제주본부장은 △위임장을 제출하지 않고 투표에 참가한 후보대의원 △현장에서 대의원 명단 변경 △대리투표 정황 등을 문제제기하며 ‘대의원대회 무효’를 주장했다.

이에 민주노총은 전재환 인천본부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진상조사위를 꾸려 29일 조사결과를 보고받았다. 진상조사위는 ‘위임장을 제출하지 않고 투표에 참여한 후보대의원 21명과 현장에서 명부를 변경해 투표에 참여한 7명의 투표는 무효이므로 결과적으로 투표는 정족수 미달’이라는 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대신 대리투표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결론내렸다.

중집에서 진상조사위의 보고가 채택됨에 따라 직선제 도입을 유예한 대의원대회 결정은 무효가 됐고, 이 결정에 따라 공고돼 진행된 임원선거도 자동으로 효력을 상실했다.

민주노총은 오는 12월 6일 중집에서 향후 대책을 토론하고, 이어 11일 임시중앙위원회를 소집해 후속조치를 결정할 예정이다.

비대위 불가피, 직선제 실시될까?

일단 민주노총으로서는 비상대책위 구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직선제 실시’ 규약을 이행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김영훈 위원장과 강승철 사무총장이 사퇴해 현재 정의헌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현행 집행부의 임기는 오는 12월 31일로 만료되는데 임원선거가 중단됨에 따라 그 안에 다시 선거를 치르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게 됐다.

이에 따라 중집과 중앙위를 통해 일단 차기 집행부를 대신할 비대위를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비대위 구성 이후 다음 집행부를 어떻게 선출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대의원대회 결정 무효화에 따라 현재 살아있는 규약으로는 다음 집행부는 조합원 직선으로 선출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사실상 아무런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태다.

일부에서는 비대위에서 직선제 실시를 준비해 내년 중 조합원 직선으로 임원 선거를 치르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에 대의원대회 정족수 문제를 제기했던 좌파 진영에서 이런 주장을 강력하게 하고 있다. 이 경우 민주노총 비대위는 직선제 실시 준비라는 임무를 부여받아 상당한 기간 동안 운영될 수도 있다.

그러나 주요 산별연맹·노조를 중심으로 ‘직선제 도입 준비 부족’이라는 의견이 강해, 다시 규약 개정을 추진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내년 1월 중 열리는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직선제 유예’ 규약 개정안을 다시 상정해 의결하고, 현행 간선제로 선거를 실시한다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일단 6일 중집과 11일 중앙위에서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이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내년 1월의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직선제 실시냐 유예냐를 두고 양측이 다시 대립할 가능성도 있다.

변수는 대의원 분포가 내년 1월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달라진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대의원은 3년마다 새로 선출하는데 특이하게 각 산별연맹·노조와 지역본부에 일정한 숫자를 배당하고 대의원으로 뽑힌 이들이 모여서 회의를 한다. 선출은 각 산별연맹·노조에 맡긴다. 이에 따라 비중이 큰 산별연맹·노조의 성향에 따라 대의원 분포가 달라지는데 대부분의 산별연맹·노조가 직선제 실시를 부담스러워하고 있어 이런 의견을 가진 이들이 대의원으로 주로 포진될 가능성이 높다.

직선제 실시를 놓고 의견이 갈릴 경우, 대의원 배분부터 갈등이 재연될 수도 있어 앞으로의 상황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