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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토론 거부하는 박근혜, 이것 때문이다

카알바람 2012. 11. 30. 10:54

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대선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우리는 한국 시리즈에 이미 진출해 있는데 야권은 아직 페넌트레이스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 단일화를 하든, 않든 야권의 가닥이 잡히면 무슨 토론이든 다 응할 것이다."

지난 10월 말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공보단 핵심 관계자가 한 발언이 세간에 회자되고 있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박 후보측은 문재인·안철수 후보와의 3자토론 제안을 수미일관되게 거절하면서 "야권후보가 정해지면 무슨 토론이든 다 응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말은 양두구육이 돼 버렸다.

야권 단일화가 이뤄진 후에도 박 후보는 SBS와 KBS로부터 28일과 29일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의 양자 토론을 제안 받았으나 지역 유세일정을 이유로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측은 12월 4일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주최하는 세 차례의 법정 TV토론회 참석만을 일정에 포함시켰다. 선관위 토론을 해보고 추가토론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박 후보의 잇단 TV토론 거부는 유권자들에게 올바른 판단과 선택의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뜻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박근혜 후보가 양자 TV토론 거부하는 이유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6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생방송 TV토론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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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후보가 문재인·안철수 후보와의 3자 토론에 이어 문재인 후보와의 양자 토론까지 거부하면서 두 후보간의 TV토론이 성사되지 못한다면 문제는 매우 복잡하고 심각해진다. 국민들의 알권리는 물론 선거과정에서 면접과 같은 중대한 토론회가 정치권에서 실종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표현대로 한국시리즈가 개막됐는데도 등판을 거부하는 모습은 분명 1등 선수답지 못한 모습이다.

박근혜 후보측의 TV토론 거부 이유가 야권 단일화 이전에는 '후보 정리'에서 '유세 일정'으로 바뀐 것은 이대로 가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생각이거나, 양자토론을 할 경우 유리할 게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대선 후보의 면면을 파악하고 상대 후보와 비교하면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TV토론회다. 특히 이번 대선은 양자구도로 치러지기 때문에 박근혜·문재인 양자 TV토론은 더 중요하다. 얼마 전 끝난 미국의 대선에서도 TV토론회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가두 유세나 민생 탐방, 기관·단체 방문 등을 통한 얼굴 알리기는 일방적인 홍보에 그치기 쉽다. 이에 비해 TV토론은 후보들의 능력과 자질, 정치적 소신과 철학, 비전 등을 점검하기에 더 용이하다.

후보들이 답변하고 상호 토론하는 모습을 보면서 유권자들이 좀더 쉽고 깊이있게 후보들을 비교·검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도 지난 15대 대선 때부터 돈이 많이 드는 합동유세 대신 선진국처럼 다양한 방식의 후보 토론회를 도입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이번 18대 대선을 앞두고 TV토론회가 사실상 실종 상태에 놓였다.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TV토론을 거부하는 박 후보와 그의 눈치를 살피는 방송사들의 행태가 토론회 실종을 부추기는 형국이다.

1997년 대선 때 후보 대상 TV토론회 54회, 2002년 후보단일화 토론과 법정토론을 합쳐 TV토론 27회, 2007년에는 후보 대담·토론 11회였던 것과 대비된다. 선관위가 주최하는 법정 TV토론회만 4차례 확정된 것(3자 토론 3번, 나머지 후보들 토론회 1번)을 제외하고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18대 대선은 가장 토론이 적은 선거가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는 민주주의 후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토론회는 유권자의 정확한 판단과 선택을 돕고, 선거가 민주적으로 치러지도록 하기 위해 대다수 민주국가들이 도입하고 있는 제도다.  유권자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에 대해 답하는 것은 후보의 책임이자 의무다. TV토론은 기피한 채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다니는 후보가 과연 대통령 후보로서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MBC·KBS 편파방송 심각... 박근혜 헌정 방송?

박근혜 후보가 돈은 적게 들고 알 권리는 많이 충족시켜주는 좋은 선거운동 방법인 TV토론회를 거부하고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방송사가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한 편파 방송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생얼'이 그대로 드러나는 양자 TV토론회에 나갈 필요가 있느냐는 것 아닐까?

낙하산 사장 저지와 공정방송을 주장하며 최장기한 파업을 한 KBS MBC 등 공영방송의 편파성 시비가 선거가 가까워지면서 오히려 더욱 극심해지는 모양새다. 김재철 사장의 비리의혹에 이은 국회 국정감사 및 청문회 불출석 파문으로 뒤숭숭한 MBC는 트위터·누리꾼들로 구성된 대선공정보도실천위원회의 '최악의 대선보도'에 4번 연속 선정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KBS도 마찬가지다. 최근 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회 등의 내부 모니터링 보고서를 보면 KBS 선거관련 보도가 얼마나 편향성이 심각한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 대선방송 일일모니터는 26일 KBS 9시뉴스가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로고송을 소개하면서 두 후보에 대해 이미지와 영상을 편파적으로 배분한 것을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 26일 KBS9시 뉴스에 보도된 장면 KBS 언론노조 KBS본부 대선방송일일모니터에 따르면 KBS9시 뉴스에서 후보자별 이미지 조작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대선방송일일모니터는 "26일 KBS9뉴스에서 박근혜 후보 쪽은 역동적인 동영상을, 문재인 후보 쪽은 정지 화면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편집으로 마무리했다"고 지적했다.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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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박근혜 후보 로고송의 경우 걸그룹 포미닛의 '핫이슈'를 개사한 노래를 틀면서 웃고 있는 박 후보의 모습과 수많은 사람에 둘러싸인 모습을 내보낸 반면, 문재인 후보의 경우 시스타의 '소쿨'을 개사한 로고송을 틀면서도 유독 영상은 정지된 화면을 내보낸 것이다.

이밖에 KBS는 지난 25일 9시뉴스에서 대선후보에 등록한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직에 사퇴하겠다"는 실언을 한 사실은 소개하지 않았지만,  문재인 후보가 후보등록 기자회견하는 리포트에서는 문 후보가 정면에 설치한 '프롬프터'를 보며 읽는 장면을 영상으로 보여줘 비난을 자초했다.

언론노조 KBS본부 공정방송추진위원회가 11월15일부터 25일까지 KBS뉴스 9시뉴스를 분석한 결과,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에게 불리한 내용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이 보고서는 "지난 10여 일간 뉴스만 보면 문재인, 안철수 후보는 단일화에 대한 공방 외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반면 박근혜 후보는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민생행보'에 힘쓴 것처럼 다뤄지고 있다"고 총평했다.  내부 프레임이 이미 결정되어 있는 듯한 보도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최근 들어 새누리당이나 박근혜 후보에게 불리하거나 불리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뉴스나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축소되거나 취소되고 있다. 이런 사례들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특징은 사실상 방송이 확정돼서 구체적으로 일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방송이 불방된다는 것이다.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한 순번이 주어지지 않자 후보 초청 토론을 아예 무산시키거나 야권 후보 단일화 토론은 방송시간을 심야로 늦추었다. 9시 뉴스를 비롯한 KBS 뉴스는 이미 '박근혜 헌정방송'이 된지 오래됐다. 지난 87년 대선정국에서 KBS 뉴스가 저질렀던 편파방송이 그대로 재연되고 있다."

오죽했으면 언론노조 KBS본부가 27일 내부고발 성명서 '정권의 개'가 된 길환영, KBS를 팔아먹다'를 발표했을 정도다. 이처럼 방송사 내부에서 박근혜 편향보도 프레임이 작동하고 있는데 굳이 방송사가 주최하는 토론회에 나갈 필요가 있을까? 박근혜 띄우기에 혈안인 방송사 뉴스들을 보면 공정성은 물론 감시기능마저 무너진 느낌이다. 방송사들의 대선관련 뉴스를 보면 정말 아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