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사무직 178명 생산직으로 전환
사상 첫 고졸·전문대졸 사무직 직군전환 시행
“고용불안 사무직보다 정년보장 생산직이 좋아”
현대자동차 사무직원들이 생산직 근무를 자처해 대거 옮기게된다.
현대차는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생산직 전환신청(직군전환)을 받은 결과 178명의 사무직 직원이 생산직 근무를 신청했다고 28일 밝혔다.
현대차가 공식적으로 생산직 전환신청을 받은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는 우리나라 대기업으로서도 처음있는 일로, 고용기간과 임금에 있어 생산직이 사무직을 앞지르면서 사무직이 생산직을 자청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진행한 노사협상에서 대리 이하의 고졸과 전문대졸 사무직 직원 가운데 희망자에 한해 1회 전직기회를 주는 ‘직급체계 개선안’에 합의했다.
이에따라 현대차는 사무직을 대상으로 희망자를 접수했다. 대상자는 생산직(현재 기술직), 사무직, 일반직(대졸이상) 직군으로 나누어 채용했던 2000년 이전에 사무직으로 입사한 1300여명이다. 이들 중 13%인 178명이 신청했다. 울산공장 142명을 비롯해 아산·전주공장과 남양연구소 인력도 포함됐다.
생산직으로 일하겠다고 신청한 사무직 직원들은 내년 1월부터 울산공장과 전주, 아산공장의 생산현장에서 일하게 된다.
이처럼 사무직 직원들이 생산현장에서 일하겠다고 나선 것은 고용 불안 때문이다. 법적으로 정년이 보장돼 있기는 하나 과장으로 승진하게 되면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생산직은 직급에 관계없이 노조원 자격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노조의 ‘품 안’에 있는 것이 정서적 불안 없이 정년(최대 60세)까지 고용을 보장받는 길인 셈이다.
생산직의 경우 같은 공장 안에서 근무하는 위치를 바꾸는 것까지 노사가 협상을 거쳐 결정한다. 반면 사무직의 경우 과장으로 승진하면 노조원 자격을 잃게 된다. 주위 시선 때문에 ‘만년대리’로 머무는 것도 쉽지 않다고 노조는 설명했다.
권오일 현대차 노조 대외협력실장은 “고용안정 문제 때문에 불안해하는 직원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중·고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자녀들의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는 등 복지혜택은 사무직과 생산직 모두 같다. 14시간의 휴일특근이 있는 생산직의 경우 매달 30만원의 임금을 더 받는다.
생산직 전환을 신청한 한 직원은 “고용불안에 떠는 것보다 맘 편하게 현장에서 일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아 생산직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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