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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깬 ‘혈투’, 대선 2라운드 막 올랐다
[대선후보 TV토론]이정희, 박근혜에 2시간 내내 공세
정혜규 기자
입력 2012-12-05 00:20:43 수정 2012-12-05 00:30:49
4일 중앙선관위 주최로 여의도 MBC 스튜디오에서 열린 대선후보 방송토론은 이정희 후보는 시종일관 박근혜 후보에게 공세를 퍼부으며 대립각을 분명히 했다. 박근혜 후보도 ‘애국가’ ‘NLL’ 등으로 이 후보에게 반격을 했으나 이 후보가 전체적으로 토론을 리드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이번 토론은 안철수 전 후보의 사퇴 이후 오히려 박근혜, 문재인 후보 간의 지지율 격차가 더 벌어지면서 야권으로서는 반전을 위한 마지막 기회였다. 또 일부 여론조사에서 5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보인 박근혜 후보로서는 대통령으로서의 수권 능력을 보여줄 기회였다.
ⓒ사진공동취재단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선후보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스튜디오에서 중앙선관위 주최로 열린 여야 대선후보 첫 TV토론을 마친뒤 당원들의 환호를 받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쌍용차’ ‘盧 서거’ ‘중산층’ 기조연설부터 ‘색깔’ 드러나
기조연설에 먼저 나선 이 후보는 “쌍용차, 제주 해군기지, 용산참사 곳곳에서 서민들이 울고 있다”며 “지난 5년 동안 이 참극을 만들어낸 새누리당의 재집권, 절대 허용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문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언급하며 “적대적인 우리 정치가 빚어낸 비극”이라며 “고향 마을로 돌아가 농부로 살고 있는 대통령을 가만 두지 않았다”라며 이명박 정권을 겨냥했다.
박 후보는 어두운 내년 경제전망을 거론하며 “중산층 복원을 최고의 가치로 두고 중산층 70% 시대를 여는 민생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해 ‘민생’을 강조했다.
지금 필요한 리더십을 묻자 문 후보는 “소통과 정직함”을, 박 후보는 “위기 극복 리더십, 신뢰의 리더십, 국민통합의 리더십”을 강조해 큰 차별성이 드러나지 않았으나, 이 후보는 “소통, 경청”을 꼽으면서도 박 후보의 ‘불통’에 날을 세웠다.
이정희 “박근혜, 전두환에게 6억원 받아... 정수장학회는 장물” 맹공
정치혁신 방안을 놓고 벌어진 상호토론에서는 단연 박 후보를 향한 이 후보의 공세가 두드러졌다.
이 후보는 박근혜 후보에게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은마아파트 30채 살 수 있는 6억원을 받았지 않았냐”, “정수장학회 김기태씨 협박해 뜯어낸 장물 아니냐”며 압박했다.
박 후보는 문 후보에게 “지난 4월 총선에서 통합진보당과 단일화를 하고 이후 아무도 책임 안 지고 깨졌다”며 야권연대를 공격했고 이 후보에게는 “이 후보와 통합진보당은 국기에 대한 경례도 하지 않고, 애국가도 부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문 후보는 이 후보에게 “참여정부가 절차적 민주주의에 신경쓰면서 부족한 점이 있었다. 앞으로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를 가장 중요한 과제로 제시하는 것으로 성찰하겠다”고 말했다. 또 박 후보에게는 “저와 박근혜 후보 사이에 공통 정책이 많다”면서 “당장 이번 국회에서라도 공동으로 법안을 제출할 의사가 있냐”고 말했다.
권력형 비리 근절 방안을 둘러싼 토론에서도 박 후보는 상설특검과 특별감찰관제를, 문 후보는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를 강조한 반면 이 후보는 박 후보를 향해 “측근비리가 드러났을 경우 사퇴한다는 약속을 할 수 있느냐”고 압박했다.
또 박 후보는 이 후보가 지적한 ‘전두환에게 받은 6억원’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살길이 막막해서, 배려하는 차원에서 주겠다고 할 때 받았다”고 시인하며 “저는 자식도 없고, 가족도 없다. 나중에 사회에 다 환원할 것”이라고 애써 해명했다.
ⓒ이승빈 기자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열린 첫 번째 대선후보 TV토론회를 끝낸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나오고 있다.
‘NLL, 한미FTA, ISD’, 이념공방에서도 이정희 ‘우세’
토론 중반 이후 벌어진 대북정책과 외교정책 방향은 다분히 ‘이념 논쟁’의 성격을 띄었다. 이 때문에 올해 내내 ‘종북’ 공세를 받아온 이 후보가 고전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결과는 이 후보의 ‘우세’와 박 후보의 ‘고전’으로 나타났다.
대북정책에서는 예상대로 NLL 문제가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됐다.
박 후보는 문 후보에게 “공동어로구역 설정 관련해 2007년 국방장관 회담에서 국방장관이 회담에 임하는 태도가 대단히 경직됐다고 말씀하셨다”며 “(문 후보가)NLL을 변경해야 된다고 생각한 것은 아닌지 걱정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에게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사실이라면 박수쳐주고 싶다고 얘기하고 NLL 영도선 아니라고 했는데, 목숨 걸고 NLL을 수호한 장병들에 대한 모욕이 아니냐”고 물었다.
문 후보는 박 후보에게 “공동어로구역이라는 것은 NLL을 전제로 해서 남북 같은 면적의 구역을 설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NLL을 확고히 하는 의미가 있다”고 해명했다. 또 “10.4선언의 남북경제협력사항만 실천해도 남북관계는 경제공동체, 남북경제연합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10.4 선언 이행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공동어로구역이나 서해평화수역이 10.4공동선언의 핵심인데 박 후보가 집권하면 임기 내에 도대체 만들 수 있을지, 영영 못만드는 거 아니냐"며 "남북간 입씨름 하다가 임기를 보낸 MB정부 실패 아니냐”고 박 후보를 압박했다. 문 후보에 대해서는 대북송금을 거론하며 “정권교체 된 이후 보수세력 공격에 흔들리지 않고 화해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남북관계의 큰 진전이 기대된다”고 지적했다.
외교정책은 주로 한미FTA와 ISD 조항을 둘러싸고 이 후보와 박 후보 간의 설전이 뜨겁게 벌어졌다.
이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도 한미FTA 재개정을 말한 적 있다”며 박 후보에게 ISD 조항 재협상 의사를 물었다.
박 후보가 “론스타 소송은 한미FTA와 상관없다”고 말하자 이 후보는 “론스타의 ISD 소송은 한벨기에FTA에 근거한 것이지만, 론스타가 이후 한미FTA에 있는 ISD 조항을 활용할 수 있다”고 반박하며 다른 나라의 사례를 들며 공세를 가했다.
이 후보는 박 후보가 “정부에서도 문제가 있으면 재협상을 할 수 있다고 했기 때문에 (그것은) 유효하다”며 재협상에 대해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자 거듭 재협상을 추진할 것인지 의사를 물어 박 후보를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다.
특히 외교분야 발언에서 이 후보는 “외교의 기본은 나라의 주권을 지키는 것이다. 충성 혈서를 써서 일본군 장교가 된 다카키 마사오 누군지 아실 것이다. 한국 이름 박정희, 해방되자 군사 쿠데타로 집권하고는 좌경 용공으로부터 나라 지킨다면서 유신독재 철권 휘둘렀다”고 말해 SNS와 인터넷 등에서 반응을 얻기도 했다.
ⓒ이승빈 기자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열린 첫 번째 대선후보 TV토론회를 끝낸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나오고 있다.
맺음말에서도 이 후보는 박 후보에 대한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이 후보는 “유통산업발전법과 6억 사회 환원을 대선 전에 해야 진심을 느낄 수 있다”고 압박하며 “대통령이 된 이후 측근비리가 생길 경우 사퇴한다고 약속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박 후보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문 후보는 “민주통합당도 잘못한 게 많았고 지난 총선 때 질책을 많이 받았다”며 “지난 5년간 이명박 정부 괜찮았느냐. 똑같은 5년을 되풀이 하지 않으려면 저 문재인을 선택해달라”고 호소했다.
박 후보는 “대통령 후보로 나오면서 국회의원직을 사퇴했다. 마지막 정치여정을 국민과 함께하고, 모든 사람이 꿈꾸는 나라를 만들고 싶다”며 자신을 지지해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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