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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지원에도 돌아선 수도권, 패배의 '결정타'

카알바람 2012. 12. 20. 10:21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20일 밤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패배를 인정하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당선을 축하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당사를 떠나며 당직자들과 포옹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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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통령 선거전은 보수 대 진보 1대1 구도로 치러졌다. 늦었지만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의 단일화는 이루어졌고 두 사람은 러닝메이트가 돼 전국을 누볐다. 단일화 과정에서 상처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안 전 후보의 전폭 지원이 이뤄지면서 부동층으로 빠졌던 이들이 문 후보 쪽으로 돌아서는 '안철수 효과'도 일부 나타났다.

3차례 열린 TV토론에서도 문 후보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보다 더 많은 득점을 했다. 특히 양자 맞장 토론으로 진행된 3차 토론이 그랬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정권교체 지지 여론은 시종일관 60%대를 유지했다. 이 정도면 문 후보의 패배 보다는 승리를 점치는 게 맞힐 확률이 높다.

19일 투표일을 앞두고 문 후보 측에서도 투표율이 70%를 넘으면 승리한다고 점쳤다. 실제 투표율은 문 후보 측 기대를 뛰어넘어 75.8%(잠정 집계)에 달했다. 하지만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5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하며 승리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부활한 이후 첫 과반 득표 당선 사례다.

문 후보 캠프에서 전략기획을 맡았던 이목희 기획본부장은 "투표율이 75.8%였는데…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머리 속이 하얗다"고 말했다.

"이해할 수 없는 일 일어나"... 보수 결집이 더 강했다

실제 대선 결과에 근접했던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세대별 예상 득표율을 봐도 문 후보는 그동안의 여론조사보다 선전했다. 문 후보는 캐스팅 보트였던 40대에서 55.6%를 기록, 박 후보(44.1%)를 10%포인트 이상 앞섰다. 30대에서도 66.5%로 33.1%를 얻은 박 후보를 두 배 정도 앞섰고 20대 이하에서도 65.8%를 얻어 33.7%에 그친 박 후보를 32.1%포인트 앞섰다.

반면 여론조사에서 가장 취약한 세대로 꼽혔던 50대에서는 선방했다. 문 후보는 50대에서 37.4%를 기록해 박 후보(62.5%)에 크게 뒤졌지만 여론조사에서 30% 초반에 머물렀던 것에 비하면 예상보다 좋은 결과였다. 이는 2002년 대선 당시 승리한 노무현 후보가 이 세대에서 얻었던 39.8%에 거의 근접한 수치였다. 물론 60대 이상에서는 27.5%에 그쳐 박 후보(72.3%)에 크게 뒤졌지만 이는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대로였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20일 밤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패배를 인정하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당선을 축하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당사를 나서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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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후보의 우위가 점쳐졌던 여론조사의 세대별 지지율 보다 더 나은 출구조사 결과로도 문 후보가 이기지 못했다면 이유는 한 가지다. 양쪽 지지층의 결집도 차이다.

물론 투표율이 75.8%까지 오른 것은 문 후보 지지 성향이 강했던 20~30대의 투표율 상승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투표율이 높은 50대 유권자 비중도 10년 전 30%에서 40%로 늘었다. 50대 이상의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도 더 늘어났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마디로 보수의 결집력이 더 컸다는 이야기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이번 선거처럼 (보수층이) 뭉친 적이 없었다"며 "특히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가 '남쪽 정부'라고 하고 나서 (보수층에서는) 이번에 투표 안 하면 완전 나쁜 놈이 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부소장은 "투표율이 75.8%였는데 문 후보가 패했다는 것은 결국 전체 세대별 지지율을 비롯 전체 지지율 싸움에서 이기지 못했다는 이야기"라며 "이제는 야권이 투표율 때문에 졌다는 이야기는 하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 부소장은 "문 후보 측이 투표율 프레임에 발목이 잡혀, 지지율 보다는 투표율 올리기에 선거 운동의 초점을 맞춘 게 실책"이라고 말했다.

네거티브 함몰된 선거... 돌아선 수도권 부동층

지역적으로 따져보면 문 후보는 최대 승부처였던 수도권에서 사실상 졌다. 문 후보는 부산·경남에서 역대 어느 야권 후보 보다 높은 40%에 육박하는 득표를 했지만 수도권에서 부진으로 빛이 바랬다. 문 후보는 서울에서만 박 후보를 4%포인트 근소한 차로 이겼을 뿐 인천·경기에서 박 후보에 뒤져 열세를 보였다.

지난 4·11 총선에서 수도권 지역 정당 득표 결과를 분석한 결과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지지로 분류되는 보수 성향(새누리당+자유선진당) 표는 467만여 표(44.4%)로 야권 지지표보다 42만표(4.4%) 적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문 후보로서는 뼈아픈 결과다. 특히 안 전 후보의 지원을 등에 업고도 수도권의 표심은 오히려 총선 때보다 후퇴했다.

문 후보 캠프 핵심관계자는 "경기도는 우리가 이제까지 7~10% 이상 이긴 지역이고 투표율이 낮은 것도 아니었다"며 "(박 후보 지지성향이 높은) 농촌 지역 (인구)가 20% 밖에 안 되는 경기도에서 진다면 (전체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 원인에 대해서는 뾰족한 분석을 내놓지 못했다.

북한 장거리 로켓 발사와 북방한계선(NLL) 논란 등 안보 이슈가 경기·인천 지경에 영향을 줬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오마이TV <대선올레>에 출연해 "안보 이슈는 먹히지 않았다고 본다"며 "만약 그랬다면 (천안함 침몰 사건이 벌어진) 2010년 지방선거 결과가 설명이 안 된다"고 밝혔다.

 19일 밤 대선 패배를 인정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새 정치,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역사적 소명을 제대로 다 하지 못해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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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수도권의 패배를 불러온 것은 문 후보 측 캠페인의 실패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먼저 선거 운동 과정에서 안 전 후보와 단일화 이슈에 매몰되면서 박근혜 후보와 1:1 구도를 만드는데 실패했다. 선거 전 초반에는 안철수에 끌려다닌다는 느낌을 줬고, 선거 전 후반에는 이정희 후보의 강공에 위치 선정이 애매하게 됐다. 문 후보가 제대로 된 인물 경쟁력을 보여 준 것은 이 후보 사퇴 후 양자 대결로 열린 3차 TV토론이었다.

우상호 공보단장은 "초반 단일화 과정에서 시간을 지체하면서 문 후보를 부각할 시간이 부족했다"며 "문 후보의 상승세를 감안하면 사흘만 시간이 더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오락가락 했던 메시지 전략... 총선 패배 반복한 민주당

메시지 전략도 역효과를 냈다. 선거 초반 박정희 유신독재를 공격하다 박정희 대 노무현의 구도가 형성되자 부랴부랴 정권심판론으로 방향을 틀었고 이후 박근혜 후보 일가 재산 의혹 등 네거티브가 선거 운동의 전면을 장식했다. 하지만 이는 부동층이 가장 많은 수도권을 공략하는데 최악의 전략이었다는 평가다.

특히 안 전 후보 사퇴 후 수도권에서 가장 많이 부동층이 늘었는데 민주당은 이들을 흡수하려는 노력을 보여주지 않았다. '안철수의 퇴장'과 함께 부동층에 가장 민감한 이슈인 정치쇄신은 실종됐다. 대신 그 자리를 격한 네거티브 공방이 채웠다. 이는 오히려 안 전 후보로부터 "대선이 거꾸로 가고 있다"는 비판을 불렀다. 결국 문 후보가 네거티브 금지령을 내린 후에 정책 대결로 전환을 시도했지만 선거 마지막까지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 아이패드 커닝 논란 등 네거티브는 계속됐다.

정한울 부소장은 "수도권의 투표율이 전국 평균보다 다소 낮은 것은 문 후보로 돌아섰던  수도권의 스윙보터(부동층)이 투표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문 후보가 인물 우위를 바탕으로 통합의 메시지를 던졌어야 했는데 네거티브 이슈에 함몰된 게 패인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비전 제시 없는 정권심판론과 네거티브라는 총선의 패배 요인이 그대로 대선까지 반복된데다 선거 전략의 실패까지 겹쳐 최악의 패배를 당한 셈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물론 향후 야권 전체가 감당해야할 후폭풍이 만만치 않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