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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보며 퇴근하는 현대차 노동자들 “마누라 바가지도 괜찮아”
[현장]주간연속 2교대제 시범실시 첫날...주차장과 통근버스 등 숙제로 남아
김대현 기자 kdh@vop.co.kr
입력 2013-01-07 21:26:47 수정 2013-01-08 00:28:34
ⓒ민중의소리
퇴근을 기다리는 현대차 노조원들
무뚝뚝하기로 유명한 경상도사나이 얼굴에 웃음꽃이 폈다. 지역 특유의 퉁명스러운 어투에도 불구하고, 표정에는 소풍을 떠나는 아이와 같은 설레임이 묻어났다.
7일 오후 3시30분. 석양도 지지 않은 이른 시각에 울산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은 공장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한 노동자는 공장을 빠져나오기 무섭게 오토바이 헬멧을 착용하고, 목토시를 코 끝까지 올리며 바쁘게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매일 오토바이로 출퇴근을 한다는 이모(47)씨는 “일찍 끝났으니 빨리 집에 들어가서 새끼들 봐야제”라며 “해가 중천에 떠 있는데도 퇴근하니 기분이 참 묘하네”라고 말했다.
퇴근 시각인 40분이 되자 이미 공장 정문 앞에 삼삼오오 모여 있던 400여명의 현대차 노동자들은 마치 마라톤 경기에 참가한 선수들처럼 일제히 정문 밖으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이날 현대자동차는 45년만에 처음으로 주간연속2교대제를 실시했다. 2주동안의 시범실시를 거쳐 오는 3월 4일부터 전면 실시한다.
주간연속 2교대제의 핵심은 철야근무가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현대차 노동자들은 일주일 간격으로 주간반과 야간반을 오가며 노동해왔다. 주간조 노동자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하고, 야간조는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노동하는 시스템이다.
철야근무는 단순한 피로감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에게 불면증을 비롯한 무기력증까지도 유발해 왔었다. 또한 장시간 노동은 오히려 업무효율을 떨어뜨리고, 노동자 개인의 가정생활 및 대인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실제로 이날 주간연속 2교대제를 처음 맛본 현대차 노동자들은 대부분 “처음이라 아직 적응이 안되고 낯설긴 하다”면서도 “적응만 되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함박웃음을 지으며 공장을 나서던 임모(55)씨는 “30년 넘게 똑같은 패턴으로 일하다 이렇게 해가 떠있는데도 퇴근하니 아직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면서도 “그래도 여기에 적응하면 그동안 앓았던 불면증도 고칠수 있고, 좋아하는 운동도 마음껏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의장1공장에서 노동하는 박모(51)씨는 “집이 멀어서 출근 시간이 한 시간 빨라졌는데도, 교통편이 없어 불편하기는 하다”면서도 “오늘 빨리 집에 들어가서 초등학교 2학년생인 우리딸 숙제좀 봐줘야 할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모(47)씨 역시 “철야노동을 하고나면 몸이 항상 피곤했는데, 이제 주간연속 2교대 실시하면 그런 것도 고쳐지지 않겠냐”며 “앞으로는 남는 시간에 운동을 열심히 하고, 악기도 하나 배워볼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출퇴근 교통문제와 식사혼잡 문제 과제로 남아
ⓒ뉴시스
신나는 퇴근시간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권오일 대협실장은 “오늘 파악해보니 조합원들이 불만족러워 하는 점들은 교톤혼잡, 식사의 질 문제 등이었다”며 “앞으로 이런 문제점들을 종합하고 해결책을 마련해 전면실시 때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 울산공장 백승권 홍보팀장은 “오늘 시범실시가 대체적으로 잘 위뤄진 것 같아 만족한다”며 “시범실시 기간 동안 부족했던 부분들은 앞으로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가 오는 3월 주간연속 2교대제를 전면 실시하게 됨에 따라, 하청업체 역시 야간노동을 철폐할 것으로 예상된다. 점진적으로 자동차산업 전반에 철야근로가 사라질 것이라는 분석과 예측이 잇따르고 있다.
주간연속 2교대제가 관련 업체까지 확산되면, 특히 자동차도시인 울산 지역사회에 강한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여가시간이 많아진 노동자들은 향후 레저나 문화생활 등에 보다 많이 투자하고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도 늘 것으로 예상돼 지역경제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민중의소리
정문을 빠져나오는 현대차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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