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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안에 노조 깨 드립니다, 단돈 2억원"

카알바람 2013. 1. 22. 11:18

"6개월 안에 노조 깨 드립니다, 단돈 2억원"

신세계, 2011년 킴스클럽 인수하며 "이마트 계열사에 민주노총 방지" 노무 컨설팅

구은회  |  press79@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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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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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단기속성코스로 노조를 깨드립니다. 2억원에 모십니다.”

노조 설립을 막기 위해 이마트를 비롯해 백화점·건설·스타벅스 등 계열사 직원을 사찰한 것으로 드러난 신세계그룹이 지난 2011년 이랜드그룹 계열사였던 킴스클럽을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노조를 사찰하고, 노조 무력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킴스클럽노조의 민주노총 탈퇴와 비정규직 조직화 방지, 노사협의회 체제로의 전환 등 세부 목표도 세웠다.

21일 <매일노동뉴스>가 민주통합당 노웅래·장하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ㅎ노무법인의 ‘기업인수에 따른 노사관계 안정화 방안 제안서’는 노조를 약화시키기 위한 기업과 이를 이용해 수익을 올리려는 노무법인 사이의 이해관계를 보여준다. 한국경총 출신 공인노무사가 대표로 있는 해당 노무법인은 “항구적 노사안정화의 완성은 일반적으로 2년 정도의 기간이 소요되나 본 프로젝트는 (킴스클럽을) 인수한 후 합리적 노사관계의 정립을 위한 기초를 세우는 기간으로 6개월을 진행범위로 정했다”며 프로젝트 수행비용으로 2억원을 제시하고 있다.

ㅎ노무법인은 ‘이마트 및 계열사에 민주노총 확산 방지’를 표방하며, ‘킴스클럽 내 비노조 경영문화 정착’을 목표로 내세웠다. 노조에 대한 회사측의 지배·개입도 주문하고 있다. “모범사원(대의원)을 관리자가 선발·육성토록 하며, 집행부를 전략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소위 ‘건전세력’을 노조에 투입시킬 것을 제안했다. 부당노동행위로 해석될 여지가 많은 내용이다. 이 노무법인의 대표 노무사가 노사정위원회 부당노동행위 특별위원회 자문위원을 지낸 점을 감안하면, 자문 내용의 적합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한편 ㅎ노무법인 관계자는 이날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킴스클럽 인수를 앞두고 신세계로부터 자문 의뢰를 받아 컨설팅 제안서를 제출한 것은 맞다”면서도 “결과적으로 신세계는 다른 노무법인과 자문계약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해당 프로젝트가 실제로는 노조에 적용됐는지 알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신세계는 ‘킴스클럽마트 NJ(노조) 관련’이라는 제목의 문건 등을 작성하며 킴스클럽노조 간부들의 성향 파악에 나서는 한편, 노조 대의원들을 A·B·C로 나눠 20%에 해당하는 A등급 간부들을 회사측에 가까운 ‘건전세력’으로 육성할 계획을 세웠다. 또 주요 임원에게 제출하는 보고 자료를 통해 ‘기업형노조로 전환(민주노총 탈퇴) → 노사협의회로 전환’을 골자로 하는 노조관리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마트에브리데이노조(옛 킴스클럽노조) 관계자는 “해태유통에서 이랜드 킴스클럽으로, 다시 신세계 이마트로 회사 주인이 바뀌는 동안 노조를 약화시키려는 시도가 빠진 적이 없다”며 “기업들의 이 같은 행태가 노조의 필요성의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