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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흡, ‘특정업무경비’ 사적 전용에서 MMF 투자 의혹까지

카알바람 2013. 1. 23. 09:46

 

이동흡, ‘특정업무경비’ 사적 전용에서 MMF 투자 의혹까지

최지현 기자 cjh@vop.co.kr

입력 2013-01-22 22:57:41 l 수정 2013-01-23 00:31:13

 

굳은 표정으로 안경을 고쳐쓰는 이동흡 후보자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불법 위장전입과 증여세 탈루, 업무추진비 개인 유용 등 각종 의혹과 관련한 야권 의원들의 질문에 굳은 표정으로 눈가를 만지고 있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22일 이틀 째 열렸지만 재산 증식을 둘러싼 '특정업무경비 사적 전용' 의혹 등이 제대로 해명되지 못한 채 난항을 거듭했다.

가장 핵심적인 의혹인 특정업무경비 사적 전용 의혹과 관련, 이 후보자가 사용내역 자료 제출도 없이 전면부인 하는 태도로 일관한 가운데 추가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만 증폭됐다.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청문회를 마치며 "특정업무경비로 시작해서 특정업무경비로 끝나는 청문회가 됐다"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특정업무경비가 입금된 B계좌의 돈이 단기성 금융투자상품인 MMF 계좌에 들어갔다 나오지 않았느냐"는 민주통합당 박범계 의원의 질문에 이 후보자는 "B계좌에 있던 돈이 MMF로 갈 수도 있고, MMF로 갔다가 뺄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를 두고 공금인 특정업무경비가 단기 금융투자상품 운용에 활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 후보자는 매월 300~500만원에 달하는 특정업무경비를 헌재로부터 현금으로 받아 개인 용도로 사용하는 B계좌에 넣고 보험료, 신용카드 비용 등 사적 용도로 지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었다.

박 의원은 "이 후보자의 특정업무경비가 B계좌에 3억2천만원 입금됐는데, 2008년 1월24일부터 2012년 9월6일까지 MMF에 하루 이틀씩 넣어다 뺀 행위는 도덕적으로 해서는 안되는 행위"라고 힐난했다. 같은 당 박홍근 의원도 비슷한 문제를 제기하며 "특정업무경비를 입금한 계좌에서 보험료·카드대금이 나간 것도 문제지만, 또다른 개인계좌로 나간 것은 분명한 횡령"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는 이를 부인하며 "송금받은 여러 돈이 있는 B계좌에서 MMF 계좌로 갈 수 있다. 하지만 MMF 계좌에서 B계좌로 간 일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이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 제출한 A, B계좌 외에 '제 3의 계좌'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그동안 부인해왔던 터라 MMF 계좌로 인한 논란은 증폭되고 있다. 이 후보자는 "MMF 통장이라는 것이 있었으나 지금은 없다"고 해명했다.

앞서 박 의원은 증인으로 채택된 김혜영 헌재 사무관을 상대로 이 후보자가 헌법재판관 재임 당시 6년간 3억2천만원의 특정업무경비를 현금으로 받아 B계좌에 넣고 사적 전용한 의혹 등에 대해서도 추궁했다. 박 의원이 "특정업무경비가 개인의 계좌로 입금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냐"고 묻자 김 사무관은 "네, 그렇다"며 이 후보자의 특정업무경비 운용이 부적절하다는 것을 일부 시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그 사용과 상관 없이, 개인 계좌에 들어오는 이상 개인 돈과 특정업무경비가 섞이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다"며 "다시 말해, 자기집 간장과 남의 집 간장을 섞은 뒤 그 중 일부 간장을 쓸 때 내 간장을 썼다고 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김 사무관은 또 이 후보자에게 당시 지급한 특정업무경비에 대한 증빙서류가 현금으로 지급된 액수만큼 들어왔는지, 공적 용무로 사용됐는지 확인 여부를 묻는 질문에 "확인하지 않았다"며 "사적 용도로 쓰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사무관은 이 후보자가 전날 특정업무경비 관련 지침을 사무처로부터 받은 적이 없다며 책임을 회피한 것에 대해선 반박했다. 그는 "(특정업무경비 사용에 대한) 기획재정부 지침을 요약하고 뒤에 (전문을) 첨부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김 사무관에게 이 후보자의 특정업무경비 사용내역 자료 제출을 요청한 데 이어 이 후보자에게도 자료 제출을 재차 요구했다. 하지만 이 후보자는 "제게 권한이 없다"며 계속 책임을 회피했다. 헌재도 이날 오후 청문회 도중 자료를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이 후보자는 "한달에 한번 (특정업무경비) 내역을 제출할 때 증빙 자료를 함께 제출했으며, 사적으로 쓰지 않았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다만, 헌재의 특정업무경비 운영이 방만하게 이뤄진게 아니냐는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의 지적에 대해선 "아주 동의한다"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수천만원대 딸 유학비용 송금은 '오리무중'?

자녀 유학비용 해외송금이 수천만원 대 거액 지출임에도 불구하고 그 내역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점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서영교 의원은 "제가 자녀 유학자금 송금내역을 보내달라고 했는데 해명자료를 보냈다. 보니까 앞뒤가 안 맞는다"며 "뭉텅이 돈으로 현금 1000만원씩 보냈는데, 어디서 (이 돈이) 나왔냐고 물었더니 5개는 송금 내역이 확인 안되고, 3개만 신한은행을 통해 인출해서 보냈다고 자료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이어 "보내준 내용에는 모두 이 후보자 계좌에서 돈을 찾은 걸로 나왔는데, 이 후보자가 내놓은 계좌엔 그 흔적이 없다"며 "(직접 보낸 게) 아니면 정체불명 스폰서가 있는 거냐"고 추궁했다. 이 후보자는 "(어디 숨겨놓은 계좌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제 기억으론 3녀 명의로 예금된 것 중에서 1000만원씩 보낸 게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나중에 MMF 계좌가 있다는 게 밝혀지자 박범계 의원은 "MMF에 넣어뒀다 빼낸 돈을 어디에다 사용했는지, 혹시 딸 유학송금비는 아니었는지 서면을 통해 반드시 답변바란다"고 요구했다.

속속 드러나는 '거짓해명'...야당 의원들 '발끈'

이 후보자는 자신의 애초 주장과 달리 새누리당 장윤석 의원에게 정치후원금 10만원을 기부한 사례가 추가로 확인돼 야당 의원으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이날 진보정의당 서기호 의원은 이 후보자가 전날 제출한 기부금 영수증 내역에서 2007년 새누리당 장윤석 의원에게 10만원을 기부한 것에 앞서 2006년에도 장 의원에게 10만원의 후원금을 낸 것이 확인됐다며 이 후보자가 '거짓 해명'을 했다고 비판했다.

서 의원은 "공무원이 국회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것 자체가 공무원법 위반"이라며 "법을 지켜야 할 재판관이 몰랐다고 하면서 거짓해명까지 한 것은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에 이 후보자는 "제 기억엔 한 번이었는데 그렇게 나왔다면 그게 맞을 것"이라며 "저는 속일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 밖에도 이 후보자가 자신의 저서 출판기념식을 헌재 구내 식당에서 열었던 것은 관례에 따른 것이라고 했지만, 이 또한 '거짓해명' 논란에 휩싸였다.

서영교 의원은 "헌재에서 책 출판기념회를 하는 것은 관례라고 하지 않았냐. 이강국 소장도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강국 소장은 논문을 만들어 후배들에게 증정하는 자리였는데 이 후보자가 하고 난 다음이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헌재 구내에서 출판식을 개최한 사례를 정리해 달라고 했더니 이 후보자 이전에 한 번도 없었다"며 "위기를 모면하려고 계속 거짓말을 하면 위증이다"라고 질타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제가 알기로는 동료 재판관도 그랬고 선배도 그랬다고 들었다"며 "제가 아는 대로 얘기했을 뿐이다. 그게 뭐 특별하게 문제 될 건 아니지 않냐"고 반박했다.

'친일 판결' 논란...'친일재산 환수'는 위헌, '정부의 위안부 문제 해결'은 반대?

이 후보자에 대한 '친일 판결' 논란도 이날 청문회에서 불거졌다. 이 후보자는 2011년 3월 친일재산 환수가 헌법에 부합한다는 결정에 일부 위헌 의견을, 같은 해 8월 일본군 위안부 및 원폭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 문제를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는 결정에 반대 의견을 각각 낸 데 따른 것이다.

서영교 의원은 "친일재산 환수특별법의 위헌 소송을 낸 사람들은 이완영, 민영휘, 송병준 등의 후손이 낸 것으로, 친일파 조상에게 받은 재산을 빼앗길까 봐 위헌이라고 낸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인으로 참석한 한상권 덕성여대 교수(사학과)는 "이 후보자는 (친일재산) 추정 규정을 위헌이라고 한 것"이라며 "이는 합리적인 판단이면서 위험한 판단으로 수류탄에서 뇌관을 뺀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최재천 의원은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은 한일협정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포함해 개인 청구권 문제가 일거에 해결됐다는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위안부 사건에 대한 이 후보자의 판결 결론은 일본 정부의 입장과 동일시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은 "위안부 피해자 사건의 경우 이 후보자 외에도 이강국 소장 등 3명이 소 각하를 했다"며 "위안부의 심정을 인정하면서도 헌법과 법률에 의해 법리를 넘어설 수 없다는 점에서 그런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이 후보자는 "'내가 이런 결정을 하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평가할까'를 너무 염두에 두면 법률가로서 자기의 양심을 못 지키는 것"이라며 "그런 평가를 두려워하는 것은 재판관의 자세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재판에 임해왔다"고 소신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