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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오전 석유화학단지 내 업체에서 유해성 물질인 ‘아민류’가 누출돼 남구와 중구 도심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악취로 고통을 겪었다.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 없음. |
6일 오전 울산 남구와 중구 도심은 물론 북구지역까지 생선 비린내와 비슷한 정체모를 악취가 진동해 주민 신고가 빗발쳤다. 악취는 석유화학단지 내에서 누출된 유해성 물질 ‘아민류(amine類)’ 때문이었다.
이날 오전 11시께 울산 남구 달동의 한 음식점 앞에서는 원인모를 이상한 냄새에 주민들이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시민 정모(43·여)씨는 “날씨가 풀려 황사가 찾아온건지 몰라도 아침부터 이상한 냄새가 나고 있다”며 “생선 비린내와 비슷한데 계속 맡고 있으니 머리가 아플 지경”이라고 말했다.
정오께 중구 성남동과 북구 명촌동 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 코를 자극하는 냄새에 야외에 나와있던 시민들은 발걸음을 재촉하는 모습이었다.
중구 성남동에서 만난 시민 박모(38)씨는 “처음에는 생선 냄새인 줄 알았는데 계속 맡다보니 화학물질같다는 느낌이 든다. 눈이 따끔거린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낮 기온이 19.9도까지 올라가는 등 최근 봄기운이 만연해지면서 공기 중에 수증기가 증가, 악취가 수증기와 섞이면서 도심 공기 중에 오후 2시가 넘도록 머물렀다.
신고가 빗발치자 울산시와 남구청 환경관리과 관계자들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6시간에 걸쳐 석유화학단지 일대에서 대대적인 현장 조사를 펼쳤다.
조사 결과 이날 악취의 원인은 아민류. 아민류는 암모니아(NH3)의 수소원자(H)를 알킬기 등의 탄화수소기로 치환한 유기 화합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고농도(100ppm 이상)에 인체 노출시 시력손상, 호흡기 손상 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유해성 물질이다. 석유화학단지에 위치한 한 화학물질 취급업체에서 이날 오전 8시께 순간정전이 발생, 업체 내 악성물질 및 유독가스 소각설비(RTO)에서 불완전 연소된 아민류 가스가 일부 누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시는 정확한 누출량을 파악하기 위해 부지경계선과 RTO 등에서 시료를 채취, 보건연구원에 정밀 검사를 의뢰한 상태며, 결과가 나오는대로 해당업체에 개선명령 등 행정처분를 내릴 방침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농약원료로도 사용되는 아민류는 자동차 부품생산 등 산업활동에서 다양한 용도로 쓰인다”며 “유해성 물질로 분류돼있지만 이날 유출된 양은 인체에는 무해한 수준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울산지역에서 아민류를 취급하는 사업장은 10여곳”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수질오염, 토양오염 등 대부분의 오염원에 대한 방제대책은 어느정도 마련됐지만 공기 중으로 급속히 퍼지는 악취 등 대기오염에 대해서는 무방비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고 발생 후 2시간이 지나 주민들의 악취신고에 행정당국이 현장을 방문했다는 데에 업체 측의 초동대처에도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편 시는 이날 환경부에 화학물질안전센터 설치를 공식 건의한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낙동강환경청이 소재한 창원지역을 우선 검토중이지만 시는 울산국가산업단지에 화학물질 취급시설이 집적화돼 있는 점을 부각시킬 방침이다.
울산에는 전국 최다인 499개의 유독물 사업장이 밀집해 있다. 화학물질과 유독물질 취급량도 각각 1억3,087만t과 3,445만t에 달하며 이는 우리나라 전체 취급량의 30%를 각각 넘는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