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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의 홍준표, 진주의료원 폐업 강행은 자충수?

카알바람 2013. 4. 10. 09:49

변방의 홍준표, 진주의료원 폐업 강행은 자충수?

강성노조 탓으로 둔갑시켜 여론전...정치적 몰락 길 걸은 오세훈과 비교 돼

정웅재 기자 jmy94@vop.co.kr
입력 2013-04-10 04:27:32l수정 2013-04-10 06:59:53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절차도 무시하고 지역거점 공공의료기관인 '진주의료원' 폐업을 밀어붙이고 있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또 홍 도지사는 '적자누적'과 '강성노조의 이기주의'를 폐업의 이유로 밝히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공공의료가 뭔지도 모르고 악의적으로 노조를 매도하고 있다는 반박이 제기되고 있다.

돈 못 벌어서 문 닫는다?...34곳 지방의료원 중 27곳이 적자여도 문 닫는 곳 없어

경상남도는 2월 26일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결정하고, 지난 3일 진주의료원 휴업을 강행했다. 경상남도는 "만성적자에 따른 300억 원에 가까운 부채"가 폐업의 결정적 이유라고 밝혔다. 결국, '돈을 못 벌어서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는 논리인데 수익성을 잣대로 공공병원을 평가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주의료원을 포함해 전국 34개 지방의료원은 공공의료 확충이라는 보건의료 정책에 따라, 낮은 진료비로 지역의 서민들에게 제 때에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민간병원이 돈을 벌기 위해 비급여 항목을 끼워넣어 진료비를 늘리는데 반해, 지방의료원 등 공공의료기관은 급여항목 위주의 적정 진료를 해 진료비가 민간병원에 비해 저렴하다.

홍준표 경남지사와 면담하는 민주당 의원들

홍준표 경남지사가 민주당 의원들의 질책에 반박하고 있다.ⓒ구자환 기자



현재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를 요구하며 국회 본청에서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김용익 민주통합당 의원은 9일 홍준표 도지사에게 보낸 서한에서 "현재의 건강보험수가체계에서 공공성을 지키며 표준적인 진료를 하면 반드시 적자가 나게 돼 있다"면서 "돈을 벌려고 과잉진료를 한다면 공공병원은 있을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적자라는 이유로 공공병원을 폐쇄하겠다고 나선 홍준표 도지사의 공공병원에 대한 인식 수준을 꼬집은 것이다.

실제 전국 34곳 지방의료원 중 2011년에 흑자병원은 7곳 뿐이고 27곳이 적자였는데, 문을 닫은 곳도 닫겠다는 곳도 없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부채 규모로 보면, 군산의료원 416억 원, 부산의료원 368억 원, 서울의료원 314억 원 등 진주의료원보다 부채규모가 훨씬 크지만 어느 곳도 폐업한 곳은 없다"고 반박했다.

경남도에서 적자규모를 강조하고 있는 것과 달리, 진주의료원의 재무상태는 양호하다는 분석도 나온바 있다. 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연구소 김동근 연구원은 지난달 중순 재무제표 등을 이용해 진주의료원 경영 상태를 분석한 보고서에서 "기업의 안정성을 판단하는 일차적 지표는 부채 액수가 아니라 부채 비율인데, 경남도는 진주의료원의 부채 액수만 강조하고 있다. 진주의료원의 부채 비율은 2011년 말 현재 63.9%로 모든 부채를 상환하고 청산했을 때 396억원이 남게 되는 매우 안정적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강성노조' 탓으로 둔갑시켜 여론전

적자 때문에 폐쇄한다는 도의 논리에 대해 수치를 통한 반박이 이어지고 진주의료원 폐쇄 반대에 여론의 무게가 실리자, 경남도는 최근에는 '강성노조의 이기주의' 때문에 진주의료원 정상화가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홍준표 도지사는 진주의료원을 '강성노조의 해방구' 등으로 부르며 의료원 경영부실을 노조 탓으로 돌리고 있다. 그러나 보건의료노조는 "6년째 임금을 동결하고 수개월째 임금체불을 견디고 있는 노동자들이 어떻게 강성 귀족노조일 수 있느냐"고 반박하고 있다.

또 "경남도가 2009년과 2011년 진주의료원 종합감사에서 시간외 근무수당 부당지급 등의 문제가 지적된 것등을 마치 임직원 전체가 위법·부당행위를 저지른 듯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의사들의 사기진작을 위해서 경영진측에서 의사들에게 지급한 것으로 대다수 일반 직원들과는 무관한 것"이라고 밝혔다. 진주의료원노조는 홍 지사와 경남도 보건의료 담당 공무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진주의료원 폐업 원인을 강성노조 탓으로 돌리며 '마이웨이'를 외치고 있는 홍준표 지사가 취임 두 달만에 공론화나 여론수렴도 없이 103년 된 진주의료원을 폐업하려는 속내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 없다.

9일 경남도의회 임시회에서 경남도의원들은 홍준표 지사에게 진주의료원 폐업 이유를 따지면서 "진주의료원을 폐업하려고 하는 것은 진주에 경남도청 제2청사를 세우겠다는 공약과 관계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는데, 홍 지사는 "그런 것은 검토한 일이 없다"고 답했다.

보수의 신기수 자처하다 정치적 몰락 길 걸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비교 돼

홍준표 지사는 한나라당 의원 시절 '반값아파트' 법안을 발의하는 등 나름대로는 서민정책에 공을 들여 당 안팎에서 '좌충우돌 포퓰리즘'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런 탓인지 당내에서는 변방에만 머물던 홍준표 지사는 2011년 7월 당 대표에 선출되면서 1인자로 우뚝섰다. 그러나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의 독선으로 서울시장 재보선이 치러지게 되고, 그 와중에 디도스 사건 등 악재가 겹치면서 불과 5개월만에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홍 지사는 19대 총선 공천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공천 신청을 하지 않고 공천 여부를 당에 일임하면서 운 좋게 공천은 받았으나 자신의 지역구 동대문을에서 낙선하면서 정계에서 멀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운 좋게 경남도지사 보궐선거가 치러지면서 도지사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지방의 도지사이지만 진주의료원 폐업 이슈로 홍 지사는 요즘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는 정치인 중 한 명인데, 한편에서는 무상급식에 반대해 주민투표를 강행하다 몰락한 오세훈 전 시장과 홍 지사를 비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