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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 노사합의 50일...노동자들에게 ‘봄’은 왔을까

카알바람 2013. 4. 15. 11:09

한진중 노사합의 50일...노동자들에게 ‘봄’은 왔을까

휴업자 복귀 기약 없어...158억 손배가압류도 ‘미해결’

 

한진중공업 노사가 ‘최강서 열사 대책 관련 협상’을 타결한 지 49일째. 부산 영도를 비롯해 전 사회가 들끓었던 한진중공업 사태는 노사 합의와 함께 잠잠하게 가라앉았다. 작년 연말에서 올해 초까지, 열사정국 속에서 쟁점이 됐던 노조탄압과 손배가압류, 정리해고 문제 또한 이제는 희미해진 논쟁거리가 됐다.

그렇다면, 노조탄압과 손배가압류, 정리해고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었던 한진중공업은 협상 타결 이후 49일간 어떠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을까. 과연 열사투쟁이 마무리된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도 ‘봄날’이 찾아왔을까?

[출처: 한진중공업지회 조합원]

기약 없는 ‘휴업자’ 복귀...조합원들은 아르바이트로 뿔뿔이

어떻게 지내고 있냐는 안부전화에, 조합원들은 긴 한숨부터 내쉰다. 한진중공업지회 간부 A씨는 “다들 뿔뿔이 흩어졌다”며 “가족들도 먹여 살려야 하고,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조합원들이 태반”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지회 간부 B씨 역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고 있다”며 “요즘 (지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지난 2월 28일, 한진중공업 노사는 최강서 열사 대책과 함께 휴업자 문제와 관련해서도 합의를 이끌어냈다. 당시 회사는 합의서를 통해 ‘휴업자의 복귀는 각 조합원 수에 비례, 작업의 종류, 숙련도, 직종 등을 감안하여 합리적으로 복귀시키되, 노동조합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지 않으며, 현재의 불균형이 있다면 최단 시일 내에 반드시 시정한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49일이 지난 지금까지, 아직도 휴업자 복귀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비율상 9:1이었던 기업노조와 금속노조 조합원의 현장투입 불균형도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지회에 따르면 복직 후 4시간 만에 휴업자가 된 90여 명을 포함해, 현재 지회 조합원 약 150여 명이 휴업자 신분이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금속노조 관계자는 “휴업자 복귀와 관련해 노사가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합의 당시, 휴업자 복귀 비율이나 시기를 정확이 명시한 것이 아니어서 언제 합의사항이 이행될지는 모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복귀 전망도 낙관적이지 않다. 차해도 한진중공업지회장은 “현재 한진중공업 영업 실적이 없고, 현장에서는 남아있는 특수선 물량을 마무리하는 단계”라며 “다음 달부터는 다른 사람들도 휴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순환휴업을 진행하면 기존에 있는 사람들을 내보내야 하는 것이고, 수주 확보도 마음대로 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많다”고 덧붙였다.

반면 한진중공업 노사 협상 타결 보름 후,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가 연일 수주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한진중공업 회사 측에 따르면, 필리핀 수빅조선소는 3월 초 유럽 선주와 5400TEU급 컨테이너선 8척에 대해 건조 의향서를 체결했다. 또한 6800TEU급 컨테이너선 4척과, 3만8000CBM급 LPG운반선 8척 등의 수주를 따내, 향후 3년간 건조 물량을 무난하게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58억 손배문제도, 고소고발도 ‘미해결’

지난 11일,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서도 수주 소식이 들려왔다. 회사 측에 따르면, 한진중공업은 최근 발전 자회사 5곳이 발주한 15만t 규모의 유연탄 수송용 벌크선 9척 중 3척을 건조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지난달에도 유럽 선주와 3억 달러 규모의 해양지원선 건조에 대한 수주의향서를 체결했다. 2008년 이후, 5년 만에 새로운 일감 확보가 이뤄진 셈이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15만t 규모의 벌크선 수주 건은) 빠르면 12일, 수주의향서를 체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그동안 일거리가 없었기 때문에 계속 수주가 되면 경영도 나아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장 다음 달부터 휴업자가 발생하고, 휴업자의 복귀가 늦어질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히 남는다. 회사 관계자 역시 “수주가 되더라도 물량이 투입되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휴업자 문제해결에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렇게 될 경우, 휴업자 복귀 시기는 기약할 수 없게 된다. 지회 조합원 C씨는 “수주가 된 후 최소한 8개월은 지나야 현장에 물량이 들어오게 된다”며 “복귀 기약이 없어, 아르바이트를 알아보려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휴업자 복귀문제 뿐 아니라, 한진중 사태의 최대 쟁점이었던 ‘158억 손해배상’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합의 당시, 노사는 158억 손해배상과 관련해서는 법적 판결 이후 다시 논의하는 것을 골자로 별도 합의를 체결했다. 하지만 부산지방법원이 158억 손해배상청구소송 선고를 미루고 있고, 합의상 ‘손해배상 철회’를 약속한 것이 아니어서 이후에도 논란이 될 소지가 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금속노조 관계자는 “5월 정도에야 선고가 이뤄질 것 같고, 판결이 나온다 해도 회사가 어떤 행보를 취할지는 모르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노사는 쌍방의 고소, 고발 및 진정사건을 모두 취하하기로 했지만, 이는 ‘최강서 열사 사태’와 관련된 부분으로만 한정지어졌다. 차해도 지회장은 “열사 관련한 고소고발은 일부 해결됐지만, 열사가 돌아가시기 전 진행된 고소고발 약 50~60건은 취하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회사는 최근 4명의 조합원들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기도 했다. 조합원 C씨는 “SNS에 한진중공업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는데, 회사가 나를 포함한 4명의 조합원들에게 명예훼손죄를 걸었고, 최근 경찰 조사를 받고 왔다”고 밝혔다.

소비조합 운영권 이관 논란도 진행 중이다. 노사는 합의서를 통해 ‘소비조합은 회사에 이전하되, 당사자 간에 양도/양수, 인수/인계, 운영방법, 고용승계 등 제반 문제에 대해 협의해 시행한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노조 측은 회사가 협의 없이 소비조합 운영권을 기업노조에 이관하면서 고용승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고 밝혔다.

차해도 지회장은 “노사가 협의를 통해 운영권을 넘기겠다는 것이었지만, 기업노조가 업체 입찰을 하면서 2명의 영업사원의 고용승계가 불투명하게 됐다”며 “지회는 고용승계를 조건으로 폐쇄를 결정한 것이어서, 이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휴업자 복귀, 손해배상 철회 등 어느 하나 명확히 해결되지 않은 한진중공업은 여전히 열사 정국에 멈춰서 있다. 게다가 노조 내부 동력도 많이 떨어진 상태라 지도부들의 고민도 어느 때보다 깊다.

차해도 지회장은 “정리해고 투쟁, 천막 투쟁, 열사 투쟁을 진행해 오면서, 조합원들의 몸과 마음이 많이 상해 노조 내부를 다스리는 것이 급선무”라며 “또한 9월 차기집행부 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지도부를 세우기 위한 발판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