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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입법 로비와 삼성 불산 누출 사고 본문
재계 입법 로비와 삼성 불산 누출 사고
기업 안전불감증 규제 강화 필요 공감대에도 재계 한 마디에 입법 주춤
정웅재 기자 jmy94@vop.co.kr
입력 2013-05-05 00:44:55l수정 2013-05-06 07:47:50
"상당히 오랫동안 고민해서 준비한 법안이었다. 힘 없는 노동자들이라면 몰라도 경영계에서 그렇게 한꺼번에 몰려와서 (입법 로비를) 하는 것은 국민들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정애 민주통합당 의원의 말이다. 한 의원은 지난해 9월 경북 구미의 불산 누출 사고 이후 '유해화학물질 관리법' 성안 작업을 시작해 4월 5일 국회에 법안을 제출했다. 유해화학물질 예방관리체계를 강화하고 법규위반 사업장에 대한 제재수단을 강화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는 법안이었다. 그러나 법안은 재계의 반대에 발목을 잡혀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무산됐다.
여야 합의로 환노위 통과...재계 반대로 법사위서 제동
법안은 해당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순조롭게 처리됐다. 산업현장에서 유해화학물질 관련 화재, 폭발, 누출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해 기업의 안전불감증에 대한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는데 사회적 공감이 형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환노위 논의 과정에서 화학사고로 인한 피해발생 시 부과하는 과징금 기준을 매출액의 50% 이상에서 매출액의 10% 이내로 조정했다. 과징금이 과도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었다.
유해화학물질 관리법안은 4월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통과됐다. 상임위에서 여야 합의로 처리된 만큼 본회의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30일 본회의에 앞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반대하고 나서면서 법안은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법안 처리에 제동이 걸린 것은 재계가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 등 경제5단체 상근부회장들은 29일 국회를 찾았다. 이들은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만나 경제민주화 법안 등의 무리한 추진은 기업활동을 위축시키고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자들을 물리고 비공개로 진행한 면담에서는 경제단체들의 의견을 담은 건의서도 전달했다. 경제5단체는 건의서에서 화학물질 누출사고로 건강이나 환경에 피해가 발생할 경우 매출액의 10% 이하로 과징금을 부과하는 유해화학물질 관리법 개정안의 규정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경제5단체 상근 부회장들은 국회 의원회관을 찾아 새누리당 법사위 간사인 권성동 의원과도 면담을 했다. 재계의 '입법로비'는 주효했다. 30일 법사위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유해화학물질 관리법은 좀더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법안 처리에 제동을 건 것이다. 권성동 의원은 "서민도 국민이고 중소기업도 국민이고 대기업도 국민이다"라며 "서민만을 위한 법을 만들어서도 안 되고 대기업만을 위한 법을 만들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대기업 국회 담당 직원들 국회에 주재하다시피 하면서 입법 동향 등 파악"
경제5단체 상근부회장들이 법안과 관련해 국회를 찾은 것은 2005년과 2009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이번에는 '입법 로비'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도가 지나쳤다는 평가가 나왔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이춘석 의원은 "경제5단체 상근 부회장들이 국회에 찾아와 법안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구체적으로 이렇게 바꿔달라는 얘기까지 했다고 한다. 법사위를 6년째 하고 있지만 이런 건 처음 본다"라며 경제5단체의 입법 로비를 비판했다.
대기업들이 국회를 일상적으로 관리해 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기업의 국회 담당 직원들은 수시로 국회에 드나들면서 자신의 회사와 관련있는 법안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체크하고 다닌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한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국회 담당자들이 국회에 주재하다시피 한다"면서 "주로 여당 의원실을 다니면서 분위기 파악을 한다"라고 말했다.
재계의 입법 로비로 유해화학물질 관리법 처리가 좌절된 30일, 법사위에서는 화학물질 관련한 또 다른 법안이 재계 입장을 고려해 수정됐다.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이 제출한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에 산업계가 부담을 받는 부분이 많다는 이유로 고쳐진 것이다.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이 법안은 '신규화학물질 또는 연간 1톤 이상 기존화학물질을 제조·수입·사용·판매하는 사업자는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화학물질의 용도 및 그 양 등을 매년 보고'하도록 돼 있었다. 그러나 법사위 논의 과정에서 '제조·수입·사용·판매하는 사업자'에서 '사용'이라는 단어를 삭제했다. 화학물질을 직접 사용하는 기업의 보고 의무를 삭제해 준 것이다.
화학 사고와 관련한 기업의 안전 불감증을 규제하는 내용의 두 개 법안이 재계의 반발에 부딪혀 처리가 좌절되거나 내용이 후퇴한 직후, 공교롭게도 2일 삼성에서 또 불산 누출 사고가 발생했다. 더구나 2일 사고가 발생한 삼성전자 화성공장은 지난 1월 불산 누출 사고로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친 불산 누출 사고가 발생한 곳이다. 불과 3개월 여만에 안전점검 소홀로 같은 장소에서 또 사고가 난 것이다.
재계의 입법 로비에 주춤했던 국회가 과연 유해화학물질 관리법 처리에 팔을 걷어 부칠지 주목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정애 민주통합당 의원의 말이다. 한 의원은 지난해 9월 경북 구미의 불산 누출 사고 이후 '유해화학물질 관리법' 성안 작업을 시작해 4월 5일 국회에 법안을 제출했다. 유해화학물질 예방관리체계를 강화하고 법규위반 사업장에 대한 제재수단을 강화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는 법안이었다. 그러나 법안은 재계의 반대에 발목을 잡혀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무산됐다.
여야 합의로 환노위 통과...재계 반대로 법사위서 제동
법안은 해당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순조롭게 처리됐다. 산업현장에서 유해화학물질 관련 화재, 폭발, 누출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해 기업의 안전불감증에 대한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는데 사회적 공감이 형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환노위 논의 과정에서 화학사고로 인한 피해발생 시 부과하는 과징금 기준을 매출액의 50% 이상에서 매출액의 10% 이내로 조정했다. 과징금이 과도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었다.
유해화학물질 관리법안은 4월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통과됐다. 상임위에서 여야 합의로 처리된 만큼 본회의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30일 본회의에 앞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반대하고 나서면서 법안은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경제5단체 상근부회장단이 4월 29일 국회에서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를 만나 경제민주화 법안의 무리한 추진은 기업활동을 위축시킨다고 주장했다.ⓒ뉴시스
법안 처리에 제동이 걸린 것은 재계가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 등 경제5단체 상근부회장들은 29일 국회를 찾았다. 이들은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만나 경제민주화 법안 등의 무리한 추진은 기업활동을 위축시키고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자들을 물리고 비공개로 진행한 면담에서는 경제단체들의 의견을 담은 건의서도 전달했다. 경제5단체는 건의서에서 화학물질 누출사고로 건강이나 환경에 피해가 발생할 경우 매출액의 10% 이하로 과징금을 부과하는 유해화학물질 관리법 개정안의 규정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경제5단체 상근 부회장들은 국회 의원회관을 찾아 새누리당 법사위 간사인 권성동 의원과도 면담을 했다. 재계의 '입법로비'는 주효했다. 30일 법사위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유해화학물질 관리법은 좀더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법안 처리에 제동을 건 것이다. 권성동 의원은 "서민도 국민이고 중소기업도 국민이고 대기업도 국민이다"라며 "서민만을 위한 법을 만들어서도 안 되고 대기업만을 위한 법을 만들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대기업 국회 담당 직원들 국회에 주재하다시피 하면서 입법 동향 등 파악"
경제5단체 상근부회장들이 법안과 관련해 국회를 찾은 것은 2005년과 2009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이번에는 '입법 로비'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도가 지나쳤다는 평가가 나왔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이춘석 의원은 "경제5단체 상근 부회장들이 국회에 찾아와 법안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구체적으로 이렇게 바꿔달라는 얘기까지 했다고 한다. 법사위를 6년째 하고 있지만 이런 건 처음 본다"라며 경제5단체의 입법 로비를 비판했다.
대기업들이 국회를 일상적으로 관리해 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기업의 국회 담당 직원들은 수시로 국회에 드나들면서 자신의 회사와 관련있는 법안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체크하고 다닌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한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국회 담당자들이 국회에 주재하다시피 한다"면서 "주로 여당 의원실을 다니면서 분위기 파악을 한다"라고 말했다.
재계의 입법 로비로 유해화학물질 관리법 처리가 좌절된 30일, 법사위에서는 화학물질 관련한 또 다른 법안이 재계 입장을 고려해 수정됐다.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이 제출한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에 산업계가 부담을 받는 부분이 많다는 이유로 고쳐진 것이다.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이 법안은 '신규화학물질 또는 연간 1톤 이상 기존화학물질을 제조·수입·사용·판매하는 사업자는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화학물질의 용도 및 그 양 등을 매년 보고'하도록 돼 있었다. 그러나 법사위 논의 과정에서 '제조·수입·사용·판매하는 사업자'에서 '사용'이라는 단어를 삭제했다. 화학물질을 직접 사용하는 기업의 보고 의무를 삭제해 준 것이다.
화학 사고와 관련한 기업의 안전 불감증을 규제하는 내용의 두 개 법안이 재계의 반발에 부딪혀 처리가 좌절되거나 내용이 후퇴한 직후, 공교롭게도 2일 삼성에서 또 불산 누출 사고가 발생했다. 더구나 2일 사고가 발생한 삼성전자 화성공장은 지난 1월 불산 누출 사고로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친 불산 누출 사고가 발생한 곳이다. 불과 3개월 여만에 안전점검 소홀로 같은 장소에서 또 사고가 난 것이다.
재계의 입법 로비에 주춤했던 국회가 과연 유해화학물질 관리법 처리에 팔을 걷어 부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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