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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 내부의 ‘적’이?… 수위 높아진 종북공세

카알바람 2013. 5. 7. 13:45
국회에 내부의 ‘적’이?… 수위 높아진 종북공세
한국전쟁 당시 ‘내부의 적 소탕한다’며 보도연맹원 20만 명 학살
  2013-05-06 08:45:05 (**.**.1.191) / 권종술 기자


새누리당의 종북 공세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국회에선 야당을 ‘내부의 적(敵)’이라 규규정하는 발언까지 나왔다. 한국전쟁 당시 ‘내부의 적’이 될 수 있다며 보도연맹원 20만 명이 학살됐던 끔찍한 기억까지 떠올리게 한다.



“이 자리에도 한국의 적이?”

공안검사 출신인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달 2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사마천의 ‘사기'에 외부의 적은 적이 아니라 했다. 외부보다 내부의 적이 무섭다고 했다. 본 의원은 이 자리에도 한국의 적이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김 의원은 이어 “여야가 한목소리를 낸 북한 핵실험 규탄 성명에 기권한 사람이 있다. 키리졸브 훈련을 북한을 공격하는 훈련이라 매도한 사람이 있다. 우리 정부를 남쪽정부라 하고 애국가와 태극기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의 종북 공세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정우택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24일 “종북척결이야 말로 박근혜 정부가 방점을 찍어야 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3월22일엔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이 본회의에서 “통합진보당 해산”을 요구했다.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달 9일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청문회에서 “애국가 부르는 것을 거부하는 등 대한민국 정통성과 헌법 준수임무를 훼손하는 사람들이 있는 정당은 해산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발언했다. 

이번 김진태 의원의 발언도 새누리당의 발언들과 맥락을 같이하지만 그 수위는 더욱 높아졌다. 김 의원의 ‘내부의 적’이란 발언은 1980~1990년대 군 정훈자료 등에 자주 등장하던 표현이다. 김 의원의 발언대로 ‘내부의 적은 외부의 적보다 무섭고 따라서 철저히 소탕해야한다’는 주장으로 ‘내부의 적’으로 규정된 세력은 당시 민중운동 세력이었다. ‘내부의 적’이란 개념이 가진 위험성은 한국전쟁 당시 발생한 ‘보도연맹 학살사건’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이승만 정권은 한국전쟁 발발 직후 보도연맹원 20만 명을 학살했다. 1949년 창설된 보도연맹의 표면적 목적은 사상범을 전향시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보호·육성한다는 것이었다. 가입인원을 늘리기 위해 쌀을 제공하는 등 유인책을 통해 전혀 관련 없는 이들까지 가입시켰다. 하지만 전쟁이 일어나자 ‘내부의 적’이 될 수 있다며 죽임을 당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서 ‘내부의 적’ 개념 부활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내부의 적’이 다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이명박 정부 때부터다. 지난 2011년엔 군에서 병사들을 대상으로 ‘자유민주주의를 흔드는 내부의 적-누가 대한민국을 부정하는가’라는 제목으로 이른바 ‘종북세력 실체인식 특별교육’을 한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져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군은 “종북세력은 사회주의 건설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숨기고 ‘반유신 반독재 민주화투쟁’을 내세워 세력 확산을 시도했다”며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해 국가안보에 균열을 가져오는 종북세력은 대한민국의 암적인 존재”라고 밝혔다. 급기야 김 의원의 발언을 통해 ‘내부의 적’이란 무서운 논리가 국회에서까지 거론된 것이다.

‘내부의 적’이란 개념은 또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에 타격을 주고 있는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의 방어논리로도 작용하고 있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도 ‘내부의 적’인 종북세력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논리다. 국정원은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 ‘국가정보원 요원이 인터넷 종북 관련 글들을 추적하는 것이 주요 임무’라고 강변했다. 김도읍 새누라당 의원은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정원 여직원의 댓글 사건이 국가기관의 정치공작으로 변질돼 정치 공세가 진행되고 있다”며“국정원 여직원이 댓글을 올린 '오늘의 유머'는 종북·친야 성향의 사이트”라고 말해 국정원 주장에 힘을 싣기도 했다.

김진태 의원의 발언은 “국무부에서 일하는 205명의 공산당원 명단이 여기에 있다”며 미국사회를 피로 물들였던 1950년 조셉 매카시 미 상원의원이 연설과도 닮아 있다. 미국의 공산주의자 색출 광풍은 4년 여 동안 계속됐다. 수백 명이 수감되었으며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직업을 잃어야만 했다. 관련 조사위원회에 소환되거나 혐의가 제기되었었다는 이유만으로 해고되기도 했다. 공산주의 색출 광풍의 포문은 미 공화당이 열었지만 민주당도 자신들이 공산주의자들과 관련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매카시에 동조한 것이다. 많은 지식인들도 공산주의자로 몰릴까 두려워해 입을 닫고 말았다. 그리고 이러한 진행양상은 지난해 5월 시작된 통합진보당을 향한 종북 공세와도 닮아있다. ‘내부의 적’ 운운하며 자행되고 있는 종북공세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입을 닫는다고, 스스로 관련이 없다고 증명한다고 피해갈 수 없다. ‘내부의 적’, ‘종북’이란 굴레를 두려워하지 않고 맞서는 수밖에 없다.

권종술 기자 news@goupp.org
<진보정치 608호>

본색 드러내는 박근혜 정권의 공안탄압
연이은 국보법 위반 ‘압수수색’… 진보당 “시대의 역주행 막겠다”


진보단체 활동가들과 노동자들이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압수수색을 당하는 등 박근혜 정권의 노골적인 공안탄압이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민주주의를 무력화시키고 노골적으로 유신독재체제로 돌아가겠다는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경찰은 통일운동 단체인 ‘소풍’의 전직 간부들의 자택을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압수수색했다. ‘소풍’의 회장을 지낸 이준일 통합진보당 중랑구 위원장이 체포됐지만 구속영장이 기각돼 석방됐다. 경찰은‘소풍의 총회 자료집에 북한의 사상과 동일한 내용이 적혀 있다’는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총회자료집에 담긴 내용은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실현 등이다. 남북간의 합의 이행을 촉구한 것을 북한 사상과 동일하다고 강변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경찰은 29일‘한길자주노동자회’ 소속 철도노조 조합원 6명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이들이 “국가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한다는 것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를 고무찬양하고 이적표현물 취득소지 및 제작∙반포했다”며“국가기간산업인 철도공사 내 이적목적 비합법적 조직을 결성, 종북세 확산을 꾀하는 등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점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KTX 민영화저지 범대위는 30일 기자회견을 열고“국민적 분노가 큰‘철도 KTX 민영화 반대’투쟁을 조기에 무력화하려는 박근혜 정부의 치밀하게 짜여지고 기획된 공안탄압이 분명하다”며 “철도노조에 대한 탄압을 넘어서 철도 KTX 민영화를 반대한 모든 국민들에 대한 도전이며, 민주노총에 대한 탄압”이라고 규탄했다.


통합진보당은 지난달 30일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정부의 공안탄압에 대해 “민주주의를 무력화시키고 노골적으로 유신독재체제로 돌아가겠다는 선언이다. 그 대상자에는 진보당 지역위원장까지 포함되어 있다. 진보정당이 또다시 무차별적인 공안몰이의 희생양으로 내몰리고 있는 참담한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통합진보당은 이어“온몸으로 민주주의를 지켜왔던 자랑스러운 우리 국민들과 함께 반드시 시대의 역주행을 막아내겠다.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은 곧 박근혜 정권의 기반을 허물어뜨리는 전국민적 저항으로 돌아오게 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권종술 기자 news@goupp.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