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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불법파견, 비정규직노조가 태도 변화 보여라?

카알바람 2013. 5. 7. 11:21

현대차 불법파견, 비정규직노조가 태도 변화 보여라?

불법적 고용 관계 현대차도 부담...노조 대응 강도가 해법 방향 가를 듯

정웅재 기자 jmy94@vop.co.kr
입력 2013-05-07 05:25:36l수정 2013-05-07 08:23:45
 
6일 오전 양재동 현대차 본사 정문 앞에서 노숙 농성을 하던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8명이 연행됐다. 이들은 대법원으로부터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요구하면서 4월 22일부터 이곳에서 노숙농성 중이었다.

재벌 총수에겐 무딘 정의의 여신 디케의 칼

현대차 사내하청 불법파견 문제는 2004년부터 수면 위로 불거졌다. 노동자들이 포기하지 않고 지리한 법정 싸움을 벌인 끝에 대법원은 2010년과 2012년 현대차 사내하청에 대해 불법파견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재계 2위 현대차의 불법적 상황은 현재 진행형이다.

4월 26일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인근에서 열린 간접고용 철폐, 비정규직 정규직화 쟁취 금속노조 결의대회 약식 집회가 끝난 후, 현대·기아차 비정규, 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을 비롯한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현대차 본사 앞으로 진출하자 경찰이 이를 막고 있다.

4월 26일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인근에서 열린 간접고용 철폐, 비정규직 정규직화 쟁취 금속노조 결의대회 약식 집회가 끝난 후, 현대·기아차 비정규, 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을 비롯한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현대차 본사 앞으로 진출하자 경찰이 이를 막고 있다.ⓒ이승빈 기자



2010년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금속노조는 현대차 주요 임원, 울산공장 사내하청업체 대표, 정몽구 회장 등을 고발했다. 3년째 접어들었지만 아직까지 누구도 기소되지 않았다. 2012년 12월에는 전국의 법학전공 교수 35명이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어달라"면서 정몽구 회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검찰은 6개월이 다 돼 가는데 고발인 조사조차 안 하고 있다고 한다.

정몽구 회장은 정상 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6일 오전 그룹 전용기를 타고 로스앤젤레스로 출국했다. 그 즈음 현대차 본사 앞에서 노숙 농성 중이던 노동자들은 업무방해, 불법집회, 도로법상 통행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에 연행됐다.

수천 명을 불법적으로 고용해 온 재벌 총수의 불법을 바로 잡는데는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고, 억울한 노동자들만 법으로 옭아매고 있으니,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라 '권력의 몽둥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불법파견 사업주에 대해 기소조차 안 하고 있으니, 공평하고 엄정한 법 집행을 상징하는 정의의 여신 디케의 칼은 재벌 총수에겐 무딘 것이 분명하다.

비정규직 노조 지도부가 변화의 노력 보여라?

2012년 6월 현재 현대차에는 사내하청 중 생산하도급이 7,382명, 한시하도급으로 불리는 기타 하도급이 888명, 식당·청소·경비 등 간접하도급이 4,685명, 파견근로 250명 등 모두 13,205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의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국정감사에서 현대차가 노동부에 제출한 것을 기준으로 했을 때 13,205명의 비정규직 노동자 중 불법파견으로 분류돼 (현대차의) 직접 고용의무를 적용할 수 있는 인원은 3,142명이고, 고용의제(직접고용 간주)가 적용되는 인원은 5천여 명으로 추산된다. 사측 자료에 따르더라도 사내하청 노동자 8천여 명은 직접 고용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얘기다.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는 사내 생산공정과 직접 관련된 6천800여개 공정(7천여 명 추산)의 비정규직을 사측이 우선적으로 '특별 고용'하는 방안을 제시해왔다. 비정규직의 근속 기간을 인정, 보상해주면서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형태다. 그러나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채용' 방식이 아닌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이진환 선전부장은 "사측은 3500명을 신규채용하겠다는 입장인데, 우리는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입장이다. 현대차 지부의 특별 고용 안도 근속 기간을 인정한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채용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법을 어기고 불법파견을 해온 만큼 이를 바로 잡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게 맞다"라고 말했다.

불법파견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측에서 신규채용 하는 방식을 택하게 되면 선택권은 사측이 갖게 되고 이 과정에서 비정규직 노조 활동을 열심히 했던 사람들이 배제될 수도 있다. 비정규직지회도 이를 우려하고 있다. 더구나 사측에서 신규채용하겠다는 인원은 3,500명 수준으로 전체 사내하청 노동자에 비해 규모도 작다. 이진환 부장은 "2016년까지 자연 감소자에 따라 충원해야 하는 인원이 2,800~3,000명선인데, 사측에서 이를 기준으로 3,500명 신규채용 안을 제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불법적 고용 관계 현대차도 부담...노조 대응 강도가 해법 방향 가를 듯

현대차 노사는 지난해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특별교섭을 벌였다. 그러나 정규직노조인 현대차 지부와 비정규직지회 간 입장차로 노사 교섭이 중단된 바 있다. 이를 빌미로 윤갑한 현대차 사장은 2일 담화문을 통해 "회사는 언제든지 노측과 특별협의를 재개할 의지가 있다"며 "비정규직 노조 지도부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지한 변화의 노력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밝혔다.

그러나 불법파견 문제 해결에 대한 진지하고 적극적인 변화의 노력을 보여줘야 할 1차적 당사자는 현대차 사측이다. 현재 현대차지부와 비정규직지회는 중단된 사측과의 교섭을 재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10년을 끌어온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의 해법이 어떻게 마련될 지 여부는 노조의 대응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현대차도 불법적인 고용관계를 유지해 영리를 취해 왔다는 사회적, 도덕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다양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을 것이다.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노조의 대응 강도에 따라 (사측 해법의) 경우의 수가 가능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집행위원은 "현재 노사간 쟁점은 회사의 선별 채용이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냐 문제다. 정규직 전환은 회사가 결단하지 않으면 안 될 문제다"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정규직이 비정규직과 함께 싸워야 돌파구를 열어갈 수 있는데 현재 (채용 방안을 내놓고 있는) 정규직 노조의 역할에는 아쉬움이 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