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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쓰는 일기

운동회날에...

카알바람 2012. 10. 30. 15:18

어제 두 아들이 다니는 옥현초등학교 운동회가 있었습니다.
1학년 학부모와 2학년 학부모가 티셔츠를 희색과 검은색으로 입고 오라는 주문에 따라 아내가 아침부터 자는 사름을 깨웁니다.
옷 색깔만 구분안되는 혼자가면 되는데 옷 색깔을 구분해 오라는 통에 혼자 뭘 입고 가야할지 모르겠다며 같이 가잡니다.
평소 아버지 노릇 못하는데 이때라도 점수좀 따랍니다.
그래서 졸린눈을 비비며 1학년 학부모의 옷색깔인 흰색티를 입고 학교로 갔습니다.
아버지를 보자 눈이 휘둥거래진 아들놈의 입이 미소로 가득 찹니다.
초등학교 운동회는 내가 초등학교 졸업하고 처음입니다.
예전의 운동회는 그야말로 동네잔치였던 기억이 납니다.
동네별로 천막을 치고 어른들이 직접 음식만들고, 각각 집에서는 계란과 군밤을 삶아와서 나눠먹기도 하고, 사이다 한병 사달라고 조르던 기억으로 운동회가 떠오릅니다.
하지만 오늘 운동회는 그런 아련한 추억을 여지없이 깨뜨리고 학부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일부 운영위원과 학부모회의 잔치로 끝나버린것 같아 씁쓸하기까지 했습니다.
청군과 백군으로 나뉘어 서로 목이터져라 응원하는 모습도 없고, 게임에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느 모습도 볼수가 없고, 그저 하는 시늉만 하고, 어쩌면 학부모들에게 잘보일까만 궁리한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우리 아들은 처음 학교에 온 아버지가 좋았나 봅니다.
연신 자기들 차례가 끝나기가 무섭게 아버지에게 달려와 수다를 떱니다.
저도 달리기에서 1등하는 두 아들에게 말은 안했지만 대견스러웠습니다.
제 아내도 한마디 합니다.
애들이 이렇게 좋아 하는데 뭐 느끼는거 없냐고 말입니다.
정말 내 한몸 피곤하지만 조금만 부지런하면 아이들에게 이렇게 기쁨을 줄수 있는데, 그 동안 너무 나만 생각하며 살아온건 아닌지 한번 되돌아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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