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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해결·심야근로 폐지, 올해 노동계 핵심 쟁점

카알바람 2013. 1. 3. 15:57

 

비정규직 해결·심야근로 폐지, 올해 노동계 핵심 쟁점

[2013 노동계 전망]쌍용차 국정조사, 손배가압류 등 개선도 ‘주목’

고희철·김대현 기자

입력 2013-01-03 12:58:19 l 수정 2013-01-03 15:24:47

 

노동계는 대선 패배로 큰 실망을 맛보고 있지만, 새해를 맞아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 ‘친기업 편향(비즈니스 프렌들리)’로 일관한 이명박 정권 동안 노동계의 요구가 누적된 만큼 새 정부를 향해 활발한 투쟁을 전개할 것으로 보여 어느 해보다 역동적인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누적된 노동계의 불만, 공공부문 비정규직이 최대 ‘격전지’될 듯

지난 대선에서도 노동 문제와 관련한 가장 큰 이슈는 비정규직 문제였다. 1997년 IMF 경제위기 이후 확산된 비정규직은 노동계를 넘어 사회·경제 전반의 문제로 커졌으며,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을 포함해 국민 대다수가 폐해를 피부로 체감하게 됐다.

박근혜 당선인은 문재인 캠프보다는 상대적으로 ‘친기업’으로 분석되지만, 대선 과정에서는 경제민주화를 화두로 내세우며 비정규직 문제에서도 현 정부보다는 진전된 입장을 밝혔다. 특히 상시·지속적 업무를 수행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2015년까지 사실상 정규직인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조가 정부를 상대로 고용보장과 처우개선, 나아가 정규직 전환을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새 정부로서도 마냥 외면할 없는 처지다.

공공부문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학교비정규직이다. 20여만에 이르는 인원에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에 2만5천여명이 가입해 지난해 파업까지 결행한 터라 처우개선과 정규직 전환 의지가 높다.

비록 새해 예산에서 808억원의 호봉제 도입 예산이 전액삭감됐지만, 이를 계기로 투쟁대열을 정비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20년을 일해도 그대로인 급여’라는 학교비정규직의 현실에 여론도 우호적인 편이다.

노조는 지난해의 성과로 ▲근속가산금, 교통보조금 등 7개의 수당 신설 ▲학교 수나 예산 감축 이유로 해고될 위험 감소 등을 들며 올해 목표로 ▲2년 이상 근무시 직종 상관없이 무기계약직 전환 ▲교육감의 사용자성 인정 ▲호봉제 도입과 정규직화를 규정한 교육공무직 특별법 국회 통과 등을 들고 있다.

조영선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사무처장은 <민중의소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정권교체 실패로 아픔도 있었지만 이명박 정권에서도 노조 만들고 적지 않은 성과를 얻어냈다”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조합원 모두의 힘을 모을 것”이라고 밝혔다.

창립총회 마친 일반노조 성북구 공공기관분회

27일 오후 서울 성북구 삼선동5가 성북구청 성북아트홀에서 열린 '민주노총 서울일반노동조합 성북구 공공기관분회 창립총회'가 열린 가운데 고순원 분회장과 조합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학교비정규직 외에도 정부 입장에서 ‘지뢰밭’은 많다. 최근 지자체로부터 위탁받은 업체에 간접고용된 노동자들이 노조를 조직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학교비정규직노조의 성공과 박원순 서울시장 등 야당 지자체장의 선도적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큰 자극이 되고 있다.

사기업 영역에서는 갈등이 첨예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가 어떻게 해결될지에 따라 흐름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현대차 비정규직 최병승씨의 사용자가 사실상 현대차라고 판단하면서 힘을 얻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주장은 사측과 정규직노조, 비정규직노조 간의 입장이 맞물리면서 물꼬가 트이지 않고 있다. 사측은 비정규직 일부를 신규채용 형태로 정규직화하겠다는 입장이고, 비정규직노조는 6800여명으로 추산되는 사내하청 비정규직 전원을 정규직화하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정규직노조는 단계적 해결을 모색하고 있으나 비정규직노조의 거부로 일단 교섭은 중단된 상태다.

지난 12월 27일 마지막 특별교섭이 비정규직노조의 물리적 저지로 중단된 이후 노사 대화는 중단된 상태다. 현대차는 오는 9일까지 정규직 자연감소분 421명 신규채용을 위해 사내하청 노동자를 상대로 모집하고 있는데, 현재 5000여명 이상 지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되면 결과에 따라 자동차산업은 물론 제조업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여 노동계 최대 이슈가 될 가능성도 있다.

‘저녁이 있는 삶’ 시작되나.. 손배 및 가압류 제도 개선 요구도 높아

노동계의 또 하나 주요 이슈는 심야교대근무 철폐다. 산업화 이후 12시간 맞교대, 3조2교대 등 심야 또는 철야노동이 일반적인 근로형태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노동자의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불가능하게 하며, 작업능률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 심야노동의 폐지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지난해 기아차에 이어 현대차가 올해 교대근무제 대신 주간연속2교대제를 시행한다. 이 제도에 따르면 한 조는 오전 8시에 출근해 8시간을 근무하고, 다른 한 조는 오후 4시에 출근해서 9시간을 근무하는 형태다. 현대차 노사는 오는 7일부터 2주간 시범실시를 거쳐 3월 4일부터 이 제도를 전면 실시할 예정이다.

현대차 야간근로가 폐지되면, 일단 하청업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부품 및 하청업체는 현대기아차에 휴일도 맞추는 것이 상례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급여 감소 문제 등이 남아있지만, 노동계에서는 점차 제조업 전반에서 심야근로가 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교대근무와 심야노동이 사라지면 노동자와 가족의 생활빙식도 바뀌고, 이에 따라 지역경제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저녁이 있는 삶’이 시작되는 것이다. 물론 새로 생긴 ‘저녁’이 얼마나 풍요롭고 여유가 있을지는 급여 및 처우와 연관돼 있다.

현대차노조 관계자는 “오전 근무조 퇴근하면 여가시간이 많아 지역 상권이 많이 바뀔것 같다. 공장은 북구에 있지만 남구나 동구 등 울산 전역에 조합원이 살고 있기 때문에 지역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21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전국금속노조 부양지부 한진중공업 지회 최강서(35) 조직차장의 유서 내용이 공개됐다. 최 씨의 유서에는 노조에 150억대 손배소를 제기한 사측에 대한 분노와 조합원들에 대한 호소 내용이 담겼다. 박근혜 당선자에 대한 우려도 포함됐다.

21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전국금속노조 부양지부 한진중공업 지회 최강서(35) 조직차장의 유서 내용이 공개됐다. 최 씨의 유서에는 노조에 150억대 손배소를 제기한 사측에 대한 분노와 조합원들에 대한 호소 내용이 담겼다. 박근혜 당선자에 대한 우려도 포함됐다.

 

 

노동계의 산적한 제도 개선 요구 중 손배소 및 가압류 제도 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주장이 많다. 최근 부산에서 자결한 최강서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조직차장의 유서에서 ‘태어나 듣지도, 보지도 못한 돈’이라며 사측의 158억원의 손해배상소송 제기를 절규하면서 새삼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단체행동에 따른 손실을 명분으로 사측이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해 노조와 조합원을 경제적으로 압박하는 것이 기업의 관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를 근절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기비정규직지원센터 박치현 변호사는 “헌법상 보장된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민사법인 손해배상소송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노조의 쟁의행위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는 극히 보기 드물다”며 “당장은 법원이 현저한 위법이 아니라면 노동쟁의를 폭넓게 인정해야 하고, 법 개정을 통해 일부 위법이 있더라도 전반적으로 노동쟁의로 판단되면 손배소나 가압류 등의 대상에서 제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야 정치권의 합의로 쌍용차 국정조사가 실시되고, 이에 따라 ‘손실 부풀리기에 따른 기획파산’ 등 노조 주장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정리해고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강해질 가능성도 높다.

이외에도 해묵은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기보권 보장, 지난해 SJM 사태로 문제가 된 직장폐쇄와 용역 투입 제한, 경기침체가 깊어질 경우 심해질 정리해고 등 구조조정,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과 제도 개선, 타임오프과 복수노조 허용을 핵심으로 한 노조법의 개정 등이 올해 주요한 노동 이슈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는 사안이다.

박근혜 정부 첫 해를 맞아 노동계와 기업측, 정부의 견제와 힘 겨루기가 어떻게 결론이 날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