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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스스로 인정한 불법파견, 노동부는 왜 적발 못했나

카알바람 2013. 1. 29. 10:41

이마트 스스로 인정한 불법파견, 노동부는 왜 적발 못했나

불법파견 감추려 서류 조작 … 도급캐셔 이마트 근무복 입혀 업무 투입

구은회  |  press79@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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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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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영사원들이 수급사원들에게 '너희들한테 일 시키지 말래', '나도 짜증나는데 오늘부터 이렇게 해야 한대' 이런 말들이 나가지 않도록 최대한 주의 요망."

28일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이마트의 ‘점포 운영 개선 설명자료’ 내용 중 일부다. 지난 2011년 7월 만들어진 이 문건은 같은해 8~10월 고용노동부의 사내하도급 집중점검을 앞두고 작성됐다. 이마트 직영사원들이 협력업체(도급업체) 직원들에게 업무지시를 내리면 안 된다는 것과 이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지 말 것을 당부하는 내용이다. 이마트는 왜 직영사원들에게 이런 지시를 내려보냈을까.

◇원·하청 혼재업무는 기본, 원청이 업무지시=<매일노동뉴스>가 이날 추가로 입수한 이마트의 ‘사내하도급 운영상 문제 및 해소 방안’ 문건에 따르면 이마트는 자체 점검을 통해 스스로를 불법파견 사업장으로 진단했다. 2011년 5월 이마트 아웃소싱팀이 작성한 해당 문건은 11개 항목에 대한 불법파견 여부를 평가한 뒤 법적 문제 여부를 유(有)·무(無)·고(高)로 매겼다.

이마트 스스로 법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한 항목(고)들은 이런 내용들이다. 당시 이마트는 도급업체에 비용을 정산할 때 '임율도급' 방식을 사용했다. 원청업체인 이마트가 협력업체 직원들의 근로시간 등을 감안해 직접 급여를 지급했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도급계약 관계에서 원청업체는 '물량도급', 즉 도급업체가 수행하는 업무 전체에 상응하는 비용을 산정해 지급해야 한다.

이마트 스스로 밝히고 있는 것처럼 이마트가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했다면 불법파견에 해당할 여지가 높다. 이마트는 문건에서 “서류상 물량도급 대응 중”이라며 불법성을 감추기 위해 서류를 위조하고 있음을 시인했다.

이마트는 핵심 업무인 계산원(캐셔) 업무에도 불법파견으로 의심되는 도급인력을 투입했다. 손님이 많은 주말에 한시적으로 투입되는 이른바 ‘도급캐셔’의 경우 인력업체를 통해 고용한 뒤 정규직과 동일한 계산대(포스)에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했다. 이와 관련해 이마트는 해당 문건에서 “(직영과 도급은) 별도 포스를 사용하고,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근무스케줄에 관여해선 안 된다”고 자체 개선안에서 밝혔다.

그 뒤 직영캐셔와 도급캐셔의 업무는 분리됐을까. 이마트노조는 "1년여가 지난 지금도 주말마다 도급캐셔가 포스에 투입된다"고 밝혔다. 도급캐셔는 직영캐셔와 동일한 근무복을 입고, 이마트로부터 부여받은 아이디와 패스워드로 로그인을 한 뒤 포스업무를 시작한다. 그들은 직영사원이 일했던 동일한 포스에서 근무한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이 시행되자 "캐셔직 전원 무기계약직 전환"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비정규직 보호 선두업체로 떠올랐던 이마트의 가려진 이면이다.

이마트 매장 안팎에서 일하는 도급업체 직원들은 업무지시도 직영 관리직으로부터 받았다. 문건이 작성된 당시에는 PM(Profit Manager)이라는 하급 관리자가 도급직원들의 연장근무·휴일·근무스케줄을 직접 지시하고, 원청과 하청 직원들을 다같이 모아 놓고 조회를 진행했다.

노조에 따르면 최근에는 PM 직책이 없어지고, 대신 ‘담당’이라고 불리는 관리직이 그날그날의 업무변경 리스트를 원·하청 노동자에게 고지한다. 담당은 일명 '까대기'로 불리는 매대 진열업무까지 세세히 관리한다. 이마트가 해당 문건에서 스스로 지적한 문제점 중 상당 부분이 지금까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노동부 눈에만 안 보이는 불법파견=의아한 점은 2011년 8~10월 진행된 노동부의 사내하도급 집중점검에서 이마트가 불법파견 문제가 없는 사업장으로 분류됐다는 사실이다. 이유는 둘 중 하나다. 노동부의 조사가 형식에 그쳤거나, 노동부 관계자들이 이마트의 불법사안에 눈을 감은 경우다.

노동계는 후자의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노동부 집중점검이 있던 같은해 3월 이마트 본사 인사담당 기업문화팀장이 재무담당관리 파트장에게 보낸 이메일에는 노동부 공무원들과의 식사계획이 언급돼 있다. 이메일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사내하도급 관련 주관부서니까 아마 도움이 될 것."